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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Aug 30. 2024

새벽 4시에도 어김없이 울리는 킥오프 휘슬

어쨌거나, 맨유

새벽 4시에도 어김없이 울리는 킥오프 휘슬

-지구 반대편에서도 그들을 응원하는 존재가 있다!         

 


사실 여기서 새벽 4시는 현지 시각인 것은 아니다. 현지에선 아마 저녁 8시쯤 될 것이고, 지구 반대편에서 그들의 경기를 즐기기 위해선 새벽 4시 기상이 필요하다. 건강하고 쾌적한 내일을 위하여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에서 발표한 ‘최소 7시간 이상 수면’이라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언제나 자정 즈음 잠자리에 들고 7시 즈음해서 기상하는 것이 습관화된 나에겐 새벽 4시란 시간에 깨어난다는 건 정말이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는 기준 부합이라기보다는 원래 잠이 참 많다. 잠만보, 신생아 등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으니.


24-25 시즌 맨유 경기 일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그럼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있을 때면 늘 잠을 포기하곤 한다. 조금 일찍 잠들었다가 4시에 일어나 경기를 시청하고, 6시에 다시 누워 쪽잠을 자는 것.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는 이들을 위해 말하자면 난, 그렇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이건, 고작 맨유 경기 시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지구인들은 전부 제각각이다. 직업이나 생활 방식은 물론 각자의 성향이 다르고, 취미가 다르다. 음악 취향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임영웅이란 가수를 알 것이다. (심지어 축구도 잘하는 영웅이형!) 임영웅 콘서트 티켓 판매가 게시되면 아예 접속조차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이런 일을 대비하여 온 가족이 PC방에 가서 예매를 시도하는 사연도 종종 듣게 된다. 그런데 혹자는,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 임영웅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냐며(감히 우리 영웅이형을!), 비꼬듯 말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조금 심하게는 트로트를 비하하거나 다른 장르와 비교하며 깎아내는 발언도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임영웅 콘서트를 다녀와서 한동안 며칠이 지나도록 그의 목소리에 심취해 있던 우리 어머니의 미소 가득한 얼굴을 본 사람은 절대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다. 그저 이건 행복을 위한 선택이며 그 행복의 크기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절대 가늠할 수 없는 정도일 테다.


축구라는 영역에서 비슷한 사례를 들어 보자면, 국내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서포터들을 말할 수 있겠다. 전통의 명가로 여겨지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2023년 시즌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2부리그인 K리그2로 강등되고 만다. 국내 프로축구 역사에서 손꼽힐만한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강등이 확정된 이후 아마 실망한 팬들이 돌아설 거란 예상이 있었다. 그런데 2024년, 서포터들은 여전히 전국 어디든 팀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가 전후반 90분 내내 열렬히 응원가를 부른다. K리그2 관중 신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울 정도이다. 어릴 적 수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심취했던 나도 가끔은 경기를 직접 관람하러 가는데, 서포터들의 격정적인 응원가를 듣고 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웅장해진다. 왜 그들은 그렇게까지 할까?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고 멀리까지 찾아가서 목이 쉬도록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유가 뭘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게, 그들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변함없이 외친다, 노래한다!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오오오오~ 좋아한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아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국내 축구팀이었다면 나 역시도 잠 정도가 아니라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들을 만나러 갔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게 나의 행복이니 말이다. 내가 행복하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어?     


고작 새벽녘에 일어나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것으로 행복을 논한다며 조금 우습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행복만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우리의 일상이 너무 삭막한 건 아닐까? 사소한 행복을 자꾸 외면했던 건 아닐까? 축구가 아니어도 좋으니, 사소한 행복을 찾아 헤매주길 부탁한다. 밤 산책이라든가, 음악을 크게 틀고 떠나는 드라이브, 직접 요리한 음식을 누군가에게 대접하기 등등.     


어쨌거나, 맨유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리그에 속한 팀이니 앞으로도 계속 새벽에 축구를 할 테지. 여건이 된다면 나는 늘 그때마다 변함없이 TV를 틀 것이다. 당신에게도 이 느낌을 알려주고 싶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응원하는 누군가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쾌감을, 도파민을, 그리고 행복을. 기왕이면 나와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해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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