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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Jul 29. 2024

꿈의 극장 OT로 떠나는 여행

어쨌거나, 맨유

꿈의 극장 OT로 떠나는 여행

-홈경기 직관의 꿈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지워지는 것보단 채워지는 것이 많다. 돈을 모아 갖고 싶은 무언가를 사는 행위는 어떻게든 해결되곤 했지만, 보통 ‘○○에서 ○○하기’와 같은 리스트는 거의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편이다. 집돌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먹고 살기 바쁜 고된 삶의 영향도 없잖아 있는 듯하다. 갑자기 슬퍼지는 이유는 뭐지? 그래도 꼭 지워질 거라 믿는 한 가지 리스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신혼여행은 꿈의 극장 OT로!’라는 항목이다. 아, 이건 결혼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갑자기 또 슬퍼지는 이유는 뭐지?      


OT, 올드 트래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의 이름이다. 당연히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무려 7만 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이다. 1910년에 개장했으니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었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축구 4강전 경기가 치러지기도 했다. 그곳에서, 수만 명의 맨유 팬들은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가를 부르고, 환호성을 지르고, 가끔은 좌절하기도 한다. 그 안의 일부가 되고 싶다! 빨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팀의 응원가, “Glory glory Man United”를 흥얼거리고 싶다!     

올드 트래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사실 굉장히 솔직한 고백을 해 보자면 응원석에 있는 것보단 경기장에서, 맨유 선수단의 일원으로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은 공부에 집중을 못 하고 상상 속에서 축구 시합을 뛰곤 한다. 나 역시 학창 시절 그러하였고 나만 그러한 줄 알았으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숱한 개인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들 좋아하는 구단이 제각각이라 그 무대는 전부 다르겠으나, 유명 구단의 선수로 활약하며 멋진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이것들아, 자꾸 그러니까 성적이 그 모양이지! 그런 상상 계속하면 쌤처럼 된다!

자기주도학습에 집중해야 할 때 쓸데없는 망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 사실 시간 낭비가 맞기는 하지. 그런데 ―공부할 타이밍만 아니라면― 상상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망상이라며 유치하고 한심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꿈을, 꾼다는 거니까.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OT에서 직관하기’라는 항목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축구 선수가 되어 그라운드를 누비는 건 이번 생애에선 불가능해졌지만, 언젠간 OT를 누비는 우리나라 축구 선수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스토리 구상도 다 되어 있다. 축구 선수로서뿐 아니라 삶이라는 그라운드에서 성장해나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 출간만 되면 밀리언셀러 정도는 아주 쉽게 달성하지 않을까? 쓸 겨를이 없어서 문제이지만, 다들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언젠간 이 축구 이야기가 세상을 뒤흔들게 될 날이 올 테니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육신이 소멸하고 영혼이 천국의 입구에 도달하게 될 때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고 믿었다.     

“인생에서 기쁨을 발견했는가?”     


우리가 펼칠 지도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펼쳐짐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생의 기쁨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밀어 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흘러감의 끝이 사라짐이라면 그 흐름 위에 버킷리스트란 이름의 두근거림을 얹어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맨유 경기를 꼭 직관하고 싶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여전히 지워지는 것보단 채워지는 것이 많지만, 그런 나의 삶이 꽤 만족스럽다. 낭비되지 않고, 꿈을 향해 매 순간 열정적으로 살아내고 있는 나니까. 언젠간, 꼭, 반드시, 꿈의 극장 OT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고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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