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웅숭깊은 라쌤 Oct 18. 2024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쨌거나, 맨유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맨유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방식          


“Our goal: to be the best football club in the world, both on and off the pitch.”

“우리의 목표는 경기장 안팎에서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 헌장 발췌     


CSR이란 용어가 있다.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약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말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축구란 스포츠는 단순한 공놀이에 그치지 않는다. 빅 리그의 구단들은 하나의 기업으로서 그들의 수익과 명예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전 세계 89개국, 315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서포터즈 클럽이 존재함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도 있다) 맨유가 세계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란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경기력은 영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맨유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건 그들이 팬들을 대하는 태도 덕분이다. 이 구단은 절대 팬들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늘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노력한다.     


맨유에는 ‘Manchester United Disabled Suppoters' Association’의 약어인 ‘MUDSA’라는 장애인 서포터즈 연합회가 구성되어 있다. 장애인 팬들의 경기 관람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경기 관람 환경 조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서포터즈를 대상으로 정기 트레이닝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마케팅적 측면을 넘어서 팬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반영된 아주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재단은 매년 지역 내 병원의 직원과 환자들을 위해 2,000개 이상의 맨유 기념품을 전달한다. 특히 선수단은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맨체스터시에 있는 아동병원을 방문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몸이 아픈 어린이 팬들을 위해 우상이자 영웅인 선수들이 직접 나서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맨유보다 맨시티 어린이 팬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CSR과 관련하여 정말 인상 깊었던 건 지난 2020년, 지역 라이벌인 맨유와 맨시티가 한마음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했던 순간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공통으로 일어난 현상이겠지만, 영국에서도 당시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가 되거나 가난으로 굶주리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을 막고자 두 팀의 재단은 공동으로 10만 파운드의 금액을 푸드 뱅크에 지원했고, 많은 이의 식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선한 영향력이라 했던가, 이러한 구단의 노력은 서포터들의 기부 활동으로 이어졌고 ―마치 우리나라 금 모으기 운동처럼― 도시가 모두 하나 되어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맨유+맨시티 연합 기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구단 차원을 넘어 선수 개개인의 사회 공헌 활동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맨유의 10번, 마커스 래시포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 식량 자선단체인 FayShare와 함께 기부금을 모으고 청각장애 아동들을 위한 모금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특히 래시포드가 코로나19로 급식이 중단되어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직접 작성한 서한을 영국 의회에 전달한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이에 화답하여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리핑을 통해 방학 기간에도 아이들에게 식사 바우처를 제공하겠다는 공식 브리핑을 내놓기도 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주십시오.”

-마커스 래시포드     


축구 선수는 실력으로, 축구 구단은 승리로 팬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점에는 반박하지 않겠다. 다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란 점을 말하고 싶다. 학생이니까 공부만 잘하면 되고 직장인은 일만 잘하면 되는 그런 지구엔 경쟁을 넘어선 전쟁만이 존재하게 될 테니. 이기고 지는 것보다 중요한,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해 한 번쯤은 다들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맨유는 경기장 안팎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팬들은 끝까지 그들을 응원할 테니 역시나 경기장 안팎에서, 그 목표를 달성해내길 기원한다. 그들의 영향력이 팬들에게도 전해져 전 세계 맨유 팬들 역시 자기 직장과 가정 안팎에서 최고의 지구인으로 거듭나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아마도 그렇게 점점 온 지구가 사랑으로 넘쳐나겠지?



이전 14화 CR7의 꿈은 이루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