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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Sep 19. 2024

누군가 축구의 미래를 묻거든

어쨌거나, 맨유

누군가 축구의 미래를 묻거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카데미를 설명할 세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성장', '규율',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10월 3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 스타 마커스 레시포드의 인터뷰 중 나왔던 대화이다. 전 세계에 수많은 축구 빅클럽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그들만의 체계적인 유소년 성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훌륭한 시스템이 국내에도 도입되어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10대 스타들이 빠르게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강원 FC의 2006년생 양민혁 선수가 K리그에서의 활약을 기반으로 토트넘 홋스퍼 FC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소년 아카데미는 그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과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과거 맷 버스비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경은 특히 유소년팀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맨유 유소년팀에서는 출중한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었고 특히 ‘버스비의 아이들’, ‘92의 클래스’로 불리는 황금 세대를 키워냈다. 맨유의 역사가 만들어진 시작점이 바로 유소년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맨유 유소년 아카데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맨유의 유소년 아카데미를 살펴보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다름 아닌 ‘교육’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축구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는 것만 생각하지 않았다. 균형 잡힌, 즉 축구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던 것이다. 1998년 이후 맨유 유소년 선수들은 아카데미 근처 ‘애쉬튼 온 머지 스쿨’에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폴 포그바, 데런 플래쳐, 조니 에반스, 최근 K리그 FC 서울로 이적한 제시 린가드 같은 선수들 모두 이곳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니 에반스는 학교 시험에서도 늘 A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축구부는 수업 시간 엎어져 잠자는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니까.     

맨유에서 이토록 유소년들의 교육에 신경 쓴 이유가 있다. 90년대 이전, 선수 생활을 하느라 정규교육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선수들이 제대로 된 프로축구 선수로 성장하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맨유의 유소년 시스템이 시사하는 바를 우린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과연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교육은 아이들에게 너무 ‘한 가지’만 요구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그저 ‘성공’만을 언급한다. 성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해서는 조금 관심이 부족한 듯하다. 축구 선수 혹은 다른 분야의 체육 혹은 예술로 성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겐 그 분야만, 그리고 그 나머지 학생들에겐 공부만 하라고 한다. 왜 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선수들은 프로축구 선수로 성장하지 못했을까? 그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은 그저 성공한 자가 아니라, 명문대 학생이 아니라, 좋은 어른을 키워내는 데에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게 맞다. 그리고 이건 오직 나의 말인 것만은 아니다.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 다들, 외면한다. 착한 아이가 되기보단 조금 못돼먹었어도 성적이 좋길 바란다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접근이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곳곳에 깊이 뿌리박혔다. 심지어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유명 정치인마저도 자기 자식을 위해 범법자가 된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러는 당신은 자녀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말해보라고 할까 봐서 나는 아직 처자식이 없다. 다만 매년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을 자식처럼 키우며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다그치고는 있다.     


어쨌거나, 맨유의 유소년 아카데미엔 성장, 규율, 그리고 미래가 있다. 그래서 늘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누군가 축구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를 보게 하리라! 그리고 그들의 시스템이 코로나19 혹은 인터넷 가짜뉴스보다 훨씬 빠르게 퍼지고 퍼져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반드시, 그리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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