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2025년 1월 7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20여 일 넘게 진행된 산불로 인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생겨났으며 재산 피해만 237조 원에 달하는, 역대급 피해를 일으킨 사건이었죠. 그때까진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시에서도 대규모 산불로 약 3천 헥타르가 불에 타버렸습니다. 대충 학교 운동장 4,500개 정도 크기가 타버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3월, 산불은 우리나라 영남 지방 지방에도 무시무시한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7,000곳이 넘는 시설에 피해를 줬음은 물론 잠정 4만 8,000헥타르가 모조리 소실되고 말았죠. 서울시의 80%에 가까운 면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이유를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 심각한 기후변화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강풍, 건조한 기후, 적은 강수량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산불의 힘이 더욱 세지고 쉽사리 가라앉지도 않게 된다는 거죠.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는 비단 산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황사와 미세먼지죠.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의 건조 지대에서 바람에 날려 올라간 미세한 모래 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내려오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결국 흙먼지란 말이겠죠? 미세먼지는 표현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먼지일 테고요. 둘 다, 먼지입니다. 게다가 산업화를 거치며 이 먼지들 안엔 납, 니켈, 크롬 같은 중금속의 농도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린 호흡 중에 몸에 나쁜 물질이 쌓이는지도 모르고 살아가죠. 특히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 구강 기관에서 걸리지 않고 우리 몸속에 천천히 스며들어 어느 순간 호흡기 질환과 폐렴 등의 감염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황사는 앞서 언급해드린 것처럼 지구 사막화의 전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택배기사>에서 묘사하는 세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당장은 현상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심각성을 못 느낀다고 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 기후변화 문제는 점점 체감도가 커지고 있기도 합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한 뒤 새로운 계절이 올 때 즈음, 매년 언제 반소매 옷을 꺼내 입는지 생각해보시면 금방 아실 겁니다. 그 날짜가 점점 빨라지고 있거든요.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고 있달까요.
지구 시스템은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5개 권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인 대기권, 얼어있는 땅으로 이뤄진 빙권, 바다와 육지에 분포하는 모든 물을 의미하는 수권, 암석과 토양 부분을 지칭하는 암석권, 그리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를 일컫는 생물권이 여기 해당합니다. 각각의 권역은 물질과 에너지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날씨와 기후를 만들어 내겠죠?
‘기후’라는 말은 30년 이상 나타나는 날씨의 평균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각각의 권역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러한 기후를 만들어 내는데 그 중심적 역할을 하는 우리 인류가, 모든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는 장본인이라 할 수 있죠. 범인은 바로 우리! (물론 화산폭발, 태양 활동 변화, 지구궤도 변화 등의 자연적 요인도 존재하긴 합니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는 지구 밖으로 나가는 태양복사 에너지를 흡수하여 지구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온실효과’를 만든다는 건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적절한 지구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온실가스는 꼭 필요하겠죠? 하지만 모든 것은 과하면 문제가 된다! 인류의 개발 정책과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점점 온실가스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바로 ‘지구 온난화’입니다. 온실가스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이는 또 기후변화를 초래합니다.
문제를 일으켰다면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우린 앞으로 지구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탄소 중립’입니다. 탄소 중립은 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고, 발생한 만큼 흡수량은 늘려 점차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가 이미 탄소 중립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촌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보편적인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마련했죠. 2018년에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도 구축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어 있고 지자체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 이젠 우리 차례죠. 우린 탄소 중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죠. 굳이 공식적으로 배포된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볼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이든 아껴 쓰고, 분리수거를 실천하며, 전기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품 사용을 늘리는 것. 이거 이미 아주 어릴 적부터 배운 내용 맞죠? 결국 마음가짐에 달린 셈이죠. 알면서도 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일 뿐. 이제부터라도 다 같이 노력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함께, 하실 거죠?
넷플릭스 덕분이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영상 작품들의 장르적 저변은 놀라울 정도로 계속 넓어지는 듯합니다. 특히 SF라는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상상 속 장면을 어떠한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게 탁월하게 구현해놓은 걸 보면 절로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죠. <택배기사> 역시도 그러합니다. 아포칼립스가 도래한 미래 세계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여 정말 이 세계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절실히 느끼도록 해주거든요.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바로 ‘산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경제적 가치 획득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부의 차이로 인해 권력이 생기고, 갈등이 유발되기도 하죠. <택배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이 아닌, 산소입니다. 산소 그 자체로 권력이 되고 심지어는 계급 사회를 이뤄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자기 신분을 역전시키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자와 나누려는 자의 갈등이 벌어지는, 다양한 요소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사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꽤 있긴 했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적잖은 흥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Q. 미래 세계는 유토피아일까, 아포칼립스일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Q. 앞으로 ‘돈’을 넘어서는 가치가 생겨난다면,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