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는 하필이면 코로나19로 전 지구가 병들었을 시기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극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슬픈 상황이었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OTT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라는 채널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영화 <승리호>였습니다. 대한민국 SF영화 제작 기술, 배우들의 명연기 등 기대되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역시나 작품을 감상한 뒤 스스로 감탄을 자아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감탄의 요소 속에 한 가지 탄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우주 쓰레기’ 문제였습니다.
우주 쓰레기라니,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까지 일부러 가서 쓰레기를 버릴 거로 생각하긴 힘드시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거기까지 가서 쓰레기를 버린 게 맞긴 맞습니다. 혹시 TV 뉴스에서 위성 발사 장면을 보신 적 있나요? 로켓이 날아가다가 갑자기 뿅, 하면서 마치 껍데기가 분리되어 알맹이가 드러나는 듯한 그런 모습 말입니다. 이때 분리된 그 껍데기도 결국 우주 쓰레기입니다. 그렇게 버려두고 아무도 치우지 않았으니까요! 정확하게는 발사체의 잔해, 수명이 다한 위성, 위성 간 충돌로 인해 발생한 파편 등 우주 공간 내에 활용되고 있지 않은 모든 인공적 물체들을 우주 쓰레기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주 쓰레기는 이미 지구 궤도에 1억 3,000만 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쓰레기들이 현재 운용 중인 위성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는데 심지어는 지구 궤도를 돌다가 지구 표면으로 떡 하니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영화 <승리호>의 배경은 2092년이고,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직업은 ‘우주 쓰레기 청소부’입니다. 작품 공개 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실제로 우주 쓰레기가 떨어진 것처럼 조형물이 설치된 적도 있었죠. ‘승리호가 수거 예정!’이란 멘트가 꽤 인상 깊었던 기억도 납니다. 어쨌든 말입니다, 우주 쓰레기가 우리 집 앞마당에 떨어지기 전에 얼른 이 쓰레기 문제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눠보는 게 어떨까요?
우주 쓰레기도 걱정이지만, 그보다 훨씬 걱정인 건 바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입니다. 지구가 자꾸 아프다잖아요! 우리의 터전인 지구가 더 병들지 않도록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일단 플라스틱, 대체 어떤 녀석인지부터 알아볼까요?
1860년대 일입니다. 어느 날 미국 뉴욕 당구공 협회에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액수인 1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습니다. 현상금이지만 누군가를 잡아 신고하는 것은 아니고, 당구공의 재료였던 상아의 대체 물질을 발명하는 이에게 이 돈을 몽땅 주겠다는 것이었죠. 상아 아시죠? 코끼리 코 옆에 달린 뿔! 당구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는데, 남획으로 코끼리 수가 줄고 ―역시나 상아를 주재료로 했던― 피아노 건반이나 고급 장식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아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이에 아마추어 발명가인 ‘존 웨슬리 하이엇’이란 사람이 나섰습니다. 몇 년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천연 유기화합물인 나이트로셀룰로스에 녹나무에서 추출한 특정 물질을 혼합하면 당구공을 만들 만큼 단단한 물체를 합성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죠. 그는 플라스틱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이 물질에 ‘셀룰로이드’란 이름을 붙이고 1869년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후 셀룰로이드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개발이 시도되었을 겁니다. 특히 영화 필름은 처음에 종이로 만들어졌는데, 쉽게 찢어지는 종이의 특성으로 보존과 사용의 어려움이 컸다고 합니다. 이러한 종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지 이스트만’은 투명 셀룰로이드 필름 롤을 개발했습니다. 종이와 달리 탁월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던 덕분에 빠른 속도로 영사기에 돌릴 수 있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코닥’이란 필름 회사가 덕분에 설립될 수 있었죠. 하지만 옥에도 티가 있었으니, 기존 셀룰로이드는 폭발성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영화사의 필름 창고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고들이 연이어 터집니다. 이를 해결하며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를 연 것은 벨기에 태생의 미국 화학자 ‘베이클랜드’입니다.
그는 최초의 인공 합성수지인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했습니다. 베이클랜드는 인공의 빛만 쬐어도 사진 인화가 되는 ‘벨록스’를 발명해 일찌감치 큰돈을 번 천부적인 사업가였는데,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던 중 어느 독일 화학자가 쓴 논문을 찾아냈고 30여 년 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이 논문이 뭔가 상업적으로 큰일을 낼 것을 직감합니다. 마침내 베이클랜드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폼알데하이드와 페놀이란 물질을 이용해 인류 최초로 합성수지 플라스틱을 만들어냈으며, 기존 셀룰로이드의 단점은 보완하고, 열만 가해 수만 가지 형태로 재탄생 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후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크게 활기를 띠었고, 플라스틱의 성질을 반영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인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축복과도 같은 발명이었죠.
1997년, 미국의 해양 환경운동가인 찰스 무어는 태평양을 횡단하는 요트 항해 경기에 참여했다가 지도에는 없는 신대륙을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이 섬은, 대한민국 면적의 16배 크기를 자랑하는 ‘플라스틱 섬’이었죠. ‘거대한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 섬에는 무게 8만 톤에 달하는 대략 1조 8천억 개의 쓰레기가 모여있다고 하네요. 대체 어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요?
태평양에는 구로시오 해류, 북태평양 해류, 캘리포니아 해류, 북적도 해류가 순환하여 환류를 형성합니다. 바닷물이 늘 제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는 않겠죠? 환류란, 바다 물살이 마치 거대한 회오리 형태로 흐르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해류가 태평양을 건너갔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물살이 단순한 원이 아니라 ―다시 말하지만― 회오리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류는 점점 원의 중심으로 들어섰다가 다시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때 해류를 타고 이동하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원의 중심에서 그대로 갇혀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섬을 이루었죠.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바다로 800만 톤 넘게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보다도 더 큰 문제는 플라스틱은 갈수록 잘게 쪼개지고 작아지는데, 그러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바다에 잔존한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바다 생물이 오랜 시간 미세 플라스틱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겠죠? 우리도 해산물을 즐겨 먹곤 하죠? 우리 몸에도 점점 미세 플라스틱이 쌓일 것이고, 결국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인류의 축복이었던 플라스틱이 화살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셈이랄까요?
다행히, 아니 당연히 UN 등 국제기구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또한 민간 업자들의 노력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네요. 네덜란드의 청년 ‘보얀 슬랫’은 16세 때 바다에서 다이빙 놀이를 하다가 엄청난 쓰레기를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지니게 되었고 18세가 되던 2013년, ‘오션 클린업’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본격적인 바다 청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나름의 인생 목표가 있으시겠죠? 기왕이면 그 방향이 인류의 행복 증진 혹은 지구 평화에 기여하는 쪽이면 좋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