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한때 ‘카페인 우울증’이란 말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겨난다는 표현이었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부정적 혹은 불우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주로 남들과 유사하거나 남들이 해보지 못했을 만한 경험을 보여주죠. 자랑하고 싶은 거죠, 뭐! 그리고 그걸 보고 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우울감에 빠지는 구조이고요. 위대한 알렉스 퍼거슨 경께서 말씀하셨죠.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입니다.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남들이랑 똑같이 살 필요는 없지 않나요?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함께 꼭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이론이 있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은 자신의 저서 <욕망 이론>에서 ‘인간은 타자(他者)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우린 요즘 너무 낭만 없이 살고 있다, 뭐 이런 의미입니다. 어라? 더 모르시겠다고요?
뜬금없지만 제 꿈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임과 아무런 걱정 없이 한 백 년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책을 덮고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똑같이 해보세요. 그러면 아마 열에 아홉은 이런 답을 들으실 겁니다.
“그래? 그러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 돈 많이 벌려면 성공해야겠지? 성공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들어가서 공부해!”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선 성공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우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왜 부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느냐, 이 사회가 그런 사회거든요. 성공의 척도는 돈으로 여겨지고 조금 괴롭고 힘들어도 인내하고 버티며 돈을 악착같이 모으면서 살도록 설계된 세계. 이 세계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각자의 본능은 억누른 채 세계의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법칙이란 별것 아니죠.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똑같이.
아마 부모님께서도 이렇게 배우셨을 테고 그런 부모님께 전해 받은 세계의 법칙을 우린 그대로 따르며 사는 겁니다. 아마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여실히 느끼며 ―최악의 경우엔― 돈 버는 기계처럼 살게 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돈을 벌면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드나들며 남들을 따라 하는 데에 몽땅 써버리겠죠?
방금 말씀드린 세계의 법칙, 그것이 ‘타인의 욕망’과 같은 의미입니다. 타인이 욕망하는 그대로를 답습한 뒤 그것을 나의 욕망으로 전환하며 사는, 다름 아닌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죠. 물론 성공을 좇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한 욕망이 있으므로 해서 우리의 삶이 낭비되지 않고 잘 채워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성공보다는 ‘성취’가 더 중요하단 걸 그리고 낭만 있는 삶이 훨씬 더 아름답단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정부 차원의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고 의사들의 처우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인의 ‘선택’입니다. 아무리 환경적으로 나아진다 해도 의사들의 선택이 없다면 결국 권역외상센터는 존립할 수 없겠죠.
물론 특정 선택을 강요하거나 비난해선 안 됩니다. 어떤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그건 개인의 자유일 테니까요. 게다가 반드시 그 특정 선택만이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권역외상센터 의사만이 좋은 의사인가요? 치과에서도, 피부과에서도,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 수 있죠! 우린 가끔 살아보지 않은 타인의 삶에 관해 너무 쉽게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지금 이 글을 통해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그저 ‘제안’입니다. ‘여러분, 의사가 되어 권역외상센터에 지원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결코 아닙니다! 어떤 직업을 갖든 여러분의 삶이 더욱 아름답게 펼쳐지길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죠. 하이데거가 제시한 본래적인 삶을 추구해보자는 겁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역사에 이름 한 번 남겨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인전에 훌륭한 인물로 실려봐야 하지 않겠냐고요! 어때요, 낭만이 넘치지 않나요?
우린 우리가 ‘위인’이라 일컫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의 간디나 자와할랄 네루, 미국의 링컨이나 마틴 루서 킹 같은 훌륭한 역사적 인물들의 전기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더불어 여러분이 원한다면 ―남들과는 달리―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 故 이태석 신부님처럼 봉사하는 삶을 살 수도 있고, 마더 테레사 수녀님처럼 빈민과 병자들을 보살피는 삶을 살 수도 있으며, 소방관분들처럼 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불길을 뛰어드는 용기 있는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중증외상센터>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원작과 시리즈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괜찮은 방법이 될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웹툰은 보지 못했는데, 시리즈 속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고 속도감 있게 전개될 뿐 아니라 진지함과 코믹 요소가 고루 담겨 절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웹툰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메디컬 드라마, 그러니까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작품들은 원래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중증외상센터>는 기존 메디컬 드라마와는 결이 살짝 다릅니다. 설정된 주인공의 캐릭터 역시도 꽤 독특하죠. 게다가 우리가 잘 몰랐던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멋지고 화려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욱 빠져들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Q. 인류 혹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 어떤 것들이 있을까?
Q. AI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된다면 의사라는 직업 역시 대체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