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가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보통은 혈연, 혼인을 통해 이어져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을 가족이라 불러왔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가족 개념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시대, 여성운동 발전, 고령화 사회 진입 등 다양한 사회변동 요인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전통적 가족관을 바꿔놓고 있죠. 특히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족의 형태는 단순 혈연적 관계보다는 정서적인 결속을 더 중요시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부모님 혹은 형제, 친척들과 연을 끊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의 영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말이죠. 더욱 끈끈하고, 더욱 깊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확장을 우린, 추구해야만 한다는 의미입니다.
덴마크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뽑히는 국가입니다. 그리고 수도 코펜하겐 내에는 ‘크리스티아니아’라는 자치구가 존재하죠. 이곳은 자유와 희망의 상징, 초소형 국민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립니다. 1971년 히피들, 그러니까 기존 사회 통념과 제도를 부정하는 덴마크의 반체제 주의자들은 크리스티아니아에 처음 터를 잡고 공개적으로 자치 공동체 건설을 선언했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마약 문제가 들끓었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와 예술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구조물들 덕분에 매년 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덴마크의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곳의 800명 남짓한 주민들은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며 화목한 일상을 보낸다고 합니다. 우리네 시골 마을과도 같은 느낌이죠. 굳이 집 대문을 잠가놓을 필요도 없고, 며칠간 부모님이 집을 비워도 상관 없습니다. 심지어 마을 회의에서 정신이상 증세가 있는 이가 발언을 해도 모두가 경청한다고 합니다. 상호 간의 존중이 뒷받침되어 있고 무엇보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여기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작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의 배경지, 라다크 마을 공동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곳은 히말라야의 서쪽 끝자락, 인도의 최북단이면서 파키스탄, 중국과 머리를 맞댄 오지 중의 오지입니다. 그렇지만 1970년대 라다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하게 살아가는 집단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토피아,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었죠. 작가는 지역사회의 연대를 바탕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을 묘사하며 그곳에는 가난도, 실업도, 갈등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누리는 게 더 중요한 것일 테니까요. 그건 사람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다 보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가치였죠.
안타깝게도 현재 라다크의 모습은 그때와는 다른 상태라 합니다. 자급자족에 전혀 문제가 없던 라다크인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도움의 손길이 뻗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대기업들이 대량 생산된 온갖 종류의 식품들을 라다크에 지원했고, 각종 미디어가 라다크에 유입되며 그들은 스스로가 뒤처진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문화적․경제적 열등감을 갖게 되었죠. 하지만 헬레나가 전해준 1970년대 라다크 주민들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사실 우리 역사에도 존재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이웃사촌이 이웃사촌을 넘어 마치 피를 나눈 가족처럼 여겨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 드라마에 온 국민이 환호했던 이유는 그때 그 시절을 고스란히 옮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절대 허구적인 내용이 아니란 겁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그런 문화들은 점차 사라져만 갔습니다. 이젠 아파트에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애초에 관심 없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뿐인가요? 아예 피를 나눈 형제끼리 원수처럼 지내는 이들의 소식도 종종 뉴스에서 듣게 되곤 합니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극심해지고 있다 하여도 가족이 해체되는 현상은 없어야 합니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며 방관해선 안 된단 말이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족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까요. 앞서 언급한 드라마 속 세상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겪는 상실과 아픔을 연대와 화합을 통해 극복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미국의 리더십 연구원이자 조지타운 대학 교수인 크리스틴 포라스는 설문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직장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 업무를 더 훌륭하게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더불어 조직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고 직장을 벗어나도 긍정적 영향을 유지하게 된다는 사실도 함께 소개했죠. 결과적으로 기업의 리더는 조직 내에 공동체 의식이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연구였는데, 이는 우리 개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실입니다. 이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더 잘 살기 위해선 공동체 의식을 키워야 한다’란 말과 다르지 않거든요!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하여, 다시 말해 더 잘 살아내기 위하여, 우린 다양한 방식을 통해 가족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 방식이 뭐냐고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배워왔던 모든 것들,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 자신의 이익보단 희생과 모두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 내가 속한 집단의 목표 실현을 위해 모두와 함께 애쓰는 것, 뭐 이런 것들 말이죠. 어때요, 쉽죠? 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건, 여러분께 맡겨둘게요!
약간은 스토리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랄까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극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굳이 추구할 필욘 없을 듯합니다. 이 영화는 조 스카라벨라의 감동적인 실화니까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의 ‘에노테카 마리아’라는 레스토랑에 담긴 실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일 뿐이니, 이 서사에 그저 몸과 마음을 맡기시면 될 겁니다. 이미 <월플라워>와 <원더>로 전문가들의 대단한 호평을 받은 스티븐 슈보스키 감독을 믿어보세요!
진부하다는 게 지루하다는 건 또 아닙니다. 배우들은 충실히 연기에 임했고, 관객들은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낯설고도 익숙한 요리들은 우리의 입맛을 돋우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 파란 눈의 할머니들을 보며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저도 시골에 계신 고모가 생각나더라고요. 손두부를 직접 빚어 찌개를 끓여주시면 밥 두 공기는 뚝딱이거든요. 뱃속의 허기와 마음의 빈 곳까지 꾹꾹 눌러줄 <논나>, 여러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Q. 개인의 이익 vs 공동체의 이익, 당신의 선택은? 그리고 그 이유는?
Q. 집단의 리더가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