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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아무런 죄가 없는가(2)

청소년을 골 때리는 인문학

by 웅숭깊은 라쌤

소년의 시간, 2025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관포지교, 무릇 친구란 이래야만 하는 것


우정을 논함에 있어 절대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성어가 있으니, 아마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관포지교’입니다. ‘관중’과 ‘포숙아’라는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혹시나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할까요?


관중과 포숙아는 아주 어릴 적부터 친한 사이였으며, 청년 때는 함께 장사를 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죠. 그런데 항상 이익의 9할 가까이를 관중이 챙겨갔고, 이를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이 포숙아에게 관중의 흉을 봅니다. 하지만 오히려 포숙아가 관중을 감싸며 변명했죠.

“관중이 나보다 가족이 더 많아서 더 많이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두 사람은 나이가 들어 함께 군 생활도 하였습니다. 같은 부대에 배치받아 같은 전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관중은 전투가 불리해질 때마다 냅다 도망치기 일쑤였습니다. 부대원들이 관중을 비난하자 역시나 포숙아가 나섭니다.

“관중에겐 노모가 계시지 않나. 그가 목숨을 지키려는 건 어머니를 위해서니 비난하지 말게.”

나이가 들어 정치인이 된 두 사람은 정권을 향한 세력 다툼에 휘말립니다. 하필이면 두 사람은 적대관계에 있는 군주를 모시고 있었죠. 결과적으로 포숙아가 모시던 ‘소백’이 승리했고, 관중이 모시던 ‘규 공자’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더불어 포로로 잡힌 관중 역시도 처형당할 위기에 처했죠. 하지만 그때, 포숙아는 자신의 군주 소백에게 간절히 청을 올립니다.

“관중은 자기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는 지혜와 능력을 갖춘 자이니, 그를 등용하여 인재로 삼으시옵소서.”

당시로선 상당히 무리한 요청이었으나, 다행히 포숙아의 마음을 헤아려주었고 관중은 소백의 충실한 신하가 됩니다. 덕분인지 이후 관중은 재상이 되어 나라를 일으키는 데 큰 공을 세웁니다. 세월이 흘러 관중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죠.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오직 포숙아이다.”


포숙아.jpg 포숙아


누군가는 포숙아를 바보천치, 소위 ‘호구’라고 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포숙아는 늘 손해 보고 사는 답답한 인물로 여겨질 수 있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누가 뭐래도 결과적으로 관중보다 훨씬 더 큰 것을, 포숙아는 얻었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바로 ‘온 세상 사람들의 칭송’이죠. 그는 친구와의 깊은 정을 알고 덕을 실천할 줄 아는 ‘위인’으로서 후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포숙아를 비판할 필요도 없습니다. 관계 형성이란 무언가를 바라고 시작하는 게 아니니까요.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다 보면 자연스레 나에게도 그 보상이 올 것입니다. 적어도, 소중한 친구는 생겼잖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지키기 힘들어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포숙아가 답답하게 느껴지신다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얘기를 해 보죠. 관중의 입장에서, 우리도 포숙아처럼 훌륭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죠? 그 고민, 제가 해결해 드리죠! 아, 정확하게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해결해 줄 겁니다.

전 세계에서 누적 6,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인간관계 바이블’이라 불리는 <인간관계론>에선 사람을 다루는 방법,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 등이 다뤄지는데, 정말이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이야기가 다양한 인물의 다채로운 사례와 함께 잔뜩 담겨 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인생을 바꾼 책으로도 알려져 있죠. 특히 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과 관련한 챕터를 주의 깊게 읽었는데요. 그런데 말이죠, 그리 복잡한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기, 웃으며 대화하기, 상대의 말을 경청하기, ‘나’ 위주가 아닌 상대의 관심사 위주로 이야기 나누기, 와 같은 것들은 사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들 아닌가요? 참 뻔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인간관계 바이블’인 이유는, 그렇게 언급한 내용들 모두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잘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예를 들어 ‘경청하기’. 유명 인사 인터뷰 전문가로 알려진 아이작 F. 마커슨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열심히 듣지 않아서다. 잘 듣는 능력은 모든 능력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능력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타인의 문제보다는 내가 가진 욕구나 관심사가 더 중요하겠죠. 여러분도 그렇죠? 그렇다면, 상대도 나와 같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대신 내 얘길 마치 자기 얘기처럼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겁니다.



데일 카네기.jpg 데일 카네기

네, 어렵습니다.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요! 알고 보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어렵습니다. 집중해야 하고, 들으면서 추임새, 그러니까 틈틈이 반응도 해주어야 하죠. 듣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질문도 해야 합니다. 실수로 잘못 질문하면 허투루 듣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아주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뭐라고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냥 혼자 사는 게 낫겠다고요? 아니죠! 아무리 힘들어도 그러한 노력의 과정이 없다면 우리 곁에 세상의 포숙아들은 절대 머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세상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요. 조금 힘이 들더라도 이건 꼭 해야만 하는 행위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이요!



그나저나 이 작품,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소년의 시간>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몰입도’라 할 수 있습니다. 심리 묘사가 절묘한 작품들이 갖는 특징이죠. 제이미 역할의 오언 쿠퍼, 감독이자 아버지 역할의 스티븐 그레이엄의 섬세한 연기를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아날 겁니다.

이 작품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에피소드별 원테이크 촬영’인데, 여러 장면을 편집해서 이어 붙이는 게 아니라 한 카메라만으로 멈추지 않고 계속 촬영하는 형태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한 장면이 한 시간짜리라고나 할까요? 심지어 드론을 활용한 장면에선 찍던 카메라를 드론에 연결하여 장면이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지도록 했다는군요.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눈팔 틈도 없이 각 에피소드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 것이고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단순 범죄 드라마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 학교나 학원, 가정, 사회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는 혐오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니 여러분도 감상하신 뒤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전해봅니다.



*더 생각해보기

Q. 우리 주변에 녹아 있는 차별이나 혐오 표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Q. SNS는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들까?


소년의 시간 명대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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