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지금 우린 무지개 색깔을 일곱 가지로 구분하지만, 과거엔 ‘오색 무지개’라 하여 오행 사상에서 비롯된 색깔 구분론도 있었습니다. 이슬람 국가들은 주로 무지개를 네 가지 색으로 구분하고,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선 빨강, 노랑, 파랑 이렇게 세 가지로만 표현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그 어느 것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무지개 색을 실제로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이루기 때문에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누구나 다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아도, 무지개는 무지개다!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 ‘반성적 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죠. 일단 상대를 소위 ‘까고 보는’ 역할에만 집중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만 보아도 그러하죠.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기득권이라 비난하고, 개혁을 추구하는 이들을 개악 세력이라 비난합니다. 남북 분단이라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영향이 있다고 해도,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싸워도 너무 심하게 싸우잖아요? 이게 정말 한 국가의 국민이라 볼 수 있는지 정말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노자의 도가사상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장자’는 ‘나비의 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나비가 되어 훨훨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는데 잠을 깨니 내가 꿈을 꾸고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을 꾸고 지금의 내가 되어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는, 한 마디로 세상 모든 일이 덧없음을 의미하는 내용이죠. 장자의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다양한 삶의 깨우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장자가 펼친 여러 이야기 중 ‘제물론 齊物論’편에는 ‘부경수단 속지즉우 鳧脛雖短 續之則憂, 학경수장 단지즉비 鶴脛雖長 斷之則悲’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다고 하더라도 늘여주면 우환이 되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면 슬프게 된다는 뜻이죠. 자, 오리든 학이든 그 존재가 가진 다리 길이의 장단 여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요? 오리가 했나요? 아니면 학이? 그저 보는 이들이 그렇게 판단했을 뿐이죠. 정작 본인들은 다리 길이에 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괜히 지켜보는 이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고사는 세상 만물의 상대적 가치를 이해하라는 의미입니다.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해 평등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만 진정한 도를 추구할 수 있다는,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교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죠, 알고 보면 개인의 신념은 신념일 뿐, 절대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만이 정답이 될 순 없죠.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마치 자기 신념이 정답인 것처럼 주장하며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은 마치 극단주의자인 것처럼 비난합니다. 여러분도 아시죠? 다른 건 틀린 게 아닙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 말이거든요.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심지어는 특정 정치인의 과오를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또 반대로 과도하게 감싸주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나와 생각이 같으면 살인을 해도 감싸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결코 정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없죠. 대한민국, 이대로는 안 됩니다!
제가 정말 놀랐던 건 학교 현장으로 대표되는 여러분의 삶의 터전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마치 정답인 양 떠드는 어른들이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소위 ‘가스라이팅’이라고도 하죠. 그들의 목소리에 절대 흔들릴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가치를 판단하시면 되는 거니까요. 다만, 여러분이 다툼의 주체가 되진 않았으면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용기,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그 용기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소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라는 대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이 작품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 인물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너무도 뛰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는 관련 국가들의 개입이 이어지며 결국 국제사회는 갈수록 조각이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 부임한 레오 14세 교황은 바티칸에서 열린 주일 삼종기도에서 ‘국제사회 구성원 각자는 전쟁의 비극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기 전에 이를 멈출 도덕적 책임이 있다’라며 평화에 대한 갈망을 외치기도 했죠. 이 영화는, 작은 집단, 사회, 하나의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인들이 꼭 확인해야하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재밌어서가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꼭 봐야만 하는 필수 시청 영화인 셈이죠.
Q. 전 세계에 팽배해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Q. 이해 충돌을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가위바위보? 다수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