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웅숭깊은 라쌤 Apr 12. 2022

재수생은 정시에서
현역 고3보다 확실히 유리할까?

예순일곱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예순일곱 번째 이야기 

<재수생은 정시에서 현역 고3보다 확실히 유리할까?>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3월 학사일정입니다.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만한 행사는

15일 ‘자기관리 프로그램’ 정도가 있겠네요.

학습 습관 정립을 위한 

나름 학교에서 자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사실,

3월엔 이것 말고도

신경 써서 참여할 부분이 많습니다.

동아리 가입도 해야 하고, 

급식 신청, 보충 수업 신청, 

새 학기 교과서 수령 등

말 그대로 ‘새 학기’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재수생의 일정은 오직 ‘수능 준비’입니다.

재수 학원은 2월에 이미 개강했기 때문에

‘시작’과 관련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죠.        


4월엔 행사가 많지 않습니다.

5월 초에 1차 평가가 있기에,

따로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죠.

다만, 

4월엔 꽃이 핍니다.

학급 단체 사진도 찍고

동아리 후배들과 교류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맘때면 

요즘 학교마다 경쟁이 심한(?)

졸업 사진 촬영도 시작됩니다.

개인 사진, 단체 사진 한 장씩 찍고 

끝나지 않습니다.

개인 사진 콘셉트도 서너 가지가 되고,

단체 사진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평생의 추억이라 생각하는 아이들은

졸업 사진을 독창적으로 찍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을 합니다.

인터넷 검색도 하고,

친구들과 회의도 하죠.

이때, 

재수생의 일정은 오직 ‘수능 준비’입니다.    


5월은 바야흐로

행사의 계절입니다.

가을엔 수능이 임박해서 할 수 없으므로

5월 중에 몰아서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체육대회, 축제 등.

고3 학생들은 

마지막 불꽃을 활활 피워냅니다.

이런 행사에선 

주로 고3들이 ‘주인공’ 대우를 받거든요.


학사일정엔 없지만

수시 모집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여러 교과별 프로그램에도 참여합니다.

생기부 내용을 채워야 하니까요.

이때, 

재수생의 일정은 오직 ‘수능 준비’입니다.     



여름방학 즈음에

재수생은 조금 심적으로 흔들리긴 합니다.

6월 모의평가가 끝나고

조금 풀어지는 시기가 되죠.

날도 덥고 지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런데, 

고3 학생들도 똑같이

이런 슬럼프를 경험합니다.

다를 게 없죠.     


물론 2학기엔 수시 모집 준비를 제외하곤

고3이나 재수생의 삶이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오직 수능만을 보고 달리는 것이죠.     



봄.

세상이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이 시기에,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 채

재수생들은

더욱 화려할 내일을 꿈꾸며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아마 올핸

교차지원에는 성공했지만 

대학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느끼지 못할

그런 반수생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가긴 했는데,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에

재도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시에서,

재수생이 현역 고3보다 

확실히 유리하긴 합니다.

공부량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거든요.

저도 재수를 했고,

많은 제자들이 ―그러지 않길 바랐지만―

재수를 경험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고통스런 삶에 관하여.          


정시 모집 인원이 증가해도

현역 고3들은 

수시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며,

더불어 정시에 대한 준비도 

더욱 확실하게 임해야 합니다.


차근차근 

학습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죠.     



인생을 통틀어 

고작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일 년이 인생 전체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우아한 거짓말을 하기엔,

어른들의 세상은 

너무 복잡미묘하더군요.     


봄날의 향기를 고스란히 전해줄 생각은 하지 못하고,

모의고사 전날 안쓰러움에 마음이 지쳐버린

어느 교사의 푸념을,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인성이 좋으면 성적도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