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덟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예순여덟 번째 이야기
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첫해,
의욕이 아주 뿜뿜! 하여서
종례가 끝난 후에도
아이들과 함께 교실 청소를 하곤 했습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이들은 청소를 귀찮아합니다.
얼른 집에 가고 싶거나,
밖에 나가서 공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청소하자’라는 말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고통스런 말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아이들 틈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면서
아주 열창을 하는 그 모습에
다들 자지러지게 웃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청소할 수 있었죠.
마무리하고 나갈 때 잠시 불러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다음 날
우리 반 수업 시간에 들어갔습니다.
담임 학급 수업은 늘 즐겁습니다.
‘같은 편’을 만나는 기분이랄까요?
굉장히 마음이 편하고 즐겁죠.
기쁜 맘으로 한창 판서를 하고 있는데,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더니
청소 시간을 밝게 해 주었던 그 녀석이
수업 시간에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있던 것이었죠.
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가만히 그 광경을 쳐다보았습니다.
제 표정에 교실 분위기도 싸해져서,
녀석도 민망해졌나 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얼른 필기하는 척 몸을 숙이더군요.
다시 그 친구를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왜 그랬니’하고 물었더니 글쎄,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라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녀석은 저의 칭찬을 그저
‘노래 불러줘서 고맙다’라고
잘못 이해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의 의욕을 불러 일으켜줘서’,
그래서 고마웠다고 말한 것인데 말이죠.
굉장히 미세한 차이로 보이지만,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듯합니다.
칭찬이 중요함은 다들 알고 있지만,
그만큼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분명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칭찬할 때에는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 때문에, 어떤 언행 때문에
지금 칭찬해주는 것인지
반드시 밝혀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쉽게 ‘오해’를 하곤 하니까요.
추상적인 ‘잘했어’, ‘대단해’라는 말 앞에
‘~~ 때문에’와 같은 이유를 붙여주시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그 한 마디를
정말 오래도록 기억해낼 것이고,
학부모님뿐 아니라
세상 속 다른 이들에게도 분명
같은 칭찬을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