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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Apr 15. 2022

공부는 느리게 하는 것이다?

일흔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일흔 번째 이야기 

<공부는 느리게 하는 것이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모든 학생을 사랑으로 대해주는 것이 맞지만,

‘유독 눈에 드는’ 학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 ‘눈에 드는 건’ 

당연히 학생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죠.    

 

문이과 구분이 명확히 있던 시절,

3학년 이과반 담임을 맡았을 때였습니다.

유독 담임 선생님을 따르는 한 친구가 있었는데,

전년도까지 동아리 지도교사로만 만나다가

같은 교실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녀석은 참 좋아했습니다.

저도 조금은 더 신경 써서 

아이를 챙겨주곤 했습니다.    

 

공부를 참 잘했습니다. 

모의고사를 치를 때 

대부분 과목은 2등급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죠.

국어가 문제였습니다. 

한 손가락으로 등급을 헤아리지 못할 때도 있을 정도로.


녀석은 담임 선생님 과목이라며

국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실력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녀석은 수능을 망쳤습니다.


국어 성적은 겨우겨우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등급까지 올렸는데,

문제는 평소 잘 나오던 나머지 과목의 성적이

국어만큼도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국어 공부만 하느라,

다른 과목 공부를 소홀히 했던 것이죠.

결국 이 친구는 재수생의 길을 걷게 됩니다.     



공부는 느리게 하는 것이란 말이

맞게 표현한 것인지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

그런데, 

공부는 느리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순간 성적에 일희일비한다거나,

단기간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면

균형 잡혀 있던 것들이 깨지게 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학습 계획에 관해 설명해줄 때,

매일 매일 해야 할 

과목별 학습을 안내해주곤 합니다.

국어는 비문학 한 지문, 

영어는 단어 외우기 같은 것들 말입니다.

수학에서도 최근 풀었던 문제들 중 

가장 어려웠던 ‘한 문제’를 

다시 노트에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죠.     


‘몇 주 완성 학습법’,

‘수능을 100일 남기고 공부 시작한 썰’ 등

아이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수많은 공부법이 존재하지만, 

저는 이것이 ―감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존재들은

교육자로서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는,

느리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갑작스레 특정 과목 공부를 과하게 하면

물론 잠깐 반짝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정말 잠깐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모의고사에서 국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고작 며칠 공부해서 그런 성적을 받은 게 아니거든요.

정말 오랜 시간 투자와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모의고사나 수능은 

암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니까요.     


점수를 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고 원리를 학습하는

‘진짜’ 공부를 하다보면,

아마 점수도 알아서 자연스레 

쑤욱 올라 있을 겁니다.


     

아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확인해보시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의 ‘여유’라도 건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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