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한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일흔한 번째 이야기
요즘 1학년 친구들과
문학 작품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나누는,
그런 소중한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다 잠드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저는,
사전에 작품을 미리 낭독하여 녹음을 하고,
나름 음악까지 삽입하여 편집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제 성의를 알아주기라도 한 것인지
다들 잘 따라 읽더라고요.
읽기가 끝나면 다음 시간엔
모둠별 토론활동을 합니다.
30분간 다양한 질문들에 관한 생각을 펼치고,
전체 친구들에게
모둠에서 나눈 이야기를 발표하죠.
토론이 끝나면 다음 시간엔
서평쓰기 활동을 합니다.
서평쓰기는 말이 서평이지,
그냥 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쓰고 싶은 글을 쓰되,
최대한 작품과 관련지어 쓸 수 있도록
그렇게 안내하고 있죠.
서평쓰기가 끝나면 다음 시간엔
서평 쓴 내용을 발표합니다.
본인의 글을 누군가 읽는다는 것에
처음에는 다들 부끄러워 했지만,
이제 모든 것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다들, 잘 읽고 잘 쓰고 잘 말합니다.
이번 학기 세 번째 작품이었던
박민규 작가의 <갑을고시원 체류기>에서도
다들 깊이 있는 생각을 펼치는
아주 기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에선
‘가르치는 사람’이란 의미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저는 늘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고시원 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이 어두워지지 않도록
더욱더 정진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순간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백구두’의 의미를 말할 때였습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백구두가 고시원 신발장에 있습니다.
그 정체를 끝까지 알 수 없었죠.
학생들은 다들 이 백구두의 정체를 궁금해했는데,
한 친구가 말합니다.
“백구두는 김 검사(나이가 많은 사법 고시생)의 것이다,
김 검사는 그 백구두를 보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았을 것이다”
여기서 그쳤다면 조금 아쉬웠을 테지만,
이어지는 답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나에게도 백구두가 있다,
우리 부모님이다,
그분들을 보면 난 공부하느라 지친다는
사치를 부릴 수가 없다.”
저는 이 친구의 답이
문학의 힘으로 비롯된 것이라 믿습니다.
꼭 문학이 아니더라도,
교과서에 없는 무언가를 통해
아이들은 더 필요한 성장을 해나갈지 모릅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자녀들과 함께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시는 건 어떨까요?
분명, 좋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