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세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일흔세 번째 이야기
담임이 되면 항상
‘상담일지’라는 것을 씁니다.
특히
마음이나 몸이 아픈 친구들에 관해서는
더욱 상세하게 쓰는 편이죠.
지금은 교직 생활 처음으로
부담임 업무를 맡아서
애석하게도 제 학급이 없습니다만,
담임이 되면 항상
‘학부모 밴드’를 운영하며
아이들의 학교에서의 하루를
기록해드리기도 합니다.
기록을 하게 되면
그것이 꼭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곤 합니다.
학부모님과 상담을 할 때에도
아이와의 상담 내용을 들춰보며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또 아이와 다시 상담을 할 때에도
‘그때 그랬는데 지금은 어때?’
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라포와 신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자녀와의 하루,
혹은 자녀와의 대화를
자세히 기록해보셨나요?
단순히 ‘꺼내 본다’라는 측면을 넘어
내 아이가 가진 성향이나 관심사,
그리고 무엇보다 ‘꿈’에 대하여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특정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그 단어가 요즘 꽂혀있는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경로가 될 수 있죠.
아이의 말투를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말투는
그 사람이 지닌 자신감, 분노와 짜증의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언어 분석학자가 아닌 저도 느끼는데,
당연히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에 있어,
‘신뢰’라는 건 절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노력이 있어야만 형성될 수 있죠.
놀랍게도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절대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
자신을 감추고자 할 때가
분명 오기 마련이거든요.
관심이 부족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부모로서의 어떤 ‘권리’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 책임과 의무의 첫 번째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는 교사의 첫 번째 책임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그 어떤 관계이든
분명 사랑과 관심을 통해 형성된
‘믿음’이 필요하죠.
그래서 교사들은
아이들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려 애씁니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자녀의 하루를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하여,
아이에게
‘나는 너를 이만큼 생각하고 있단다’
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방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