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섯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일흔여섯 번째 이야기
EBSi 홈페이지에는
역대 모의고사 및 수능의
등급컷, 오답률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문제를 설명할 때
난이도 조정을 위해서
저도 자주 확인하는 곳입니다.
2022학년도,
작년 6월 모평에서
굉장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통 오답률 TOP5안에는
대개 비문학 문제들이 차지하기 마련인데,
오답률 2위가,
현대시 문제였던 것이죠.
오답률이 무려 70.6%였습니다.
정답률이 아니라 오답률이요!
정답을 맞힌 학생은 29.4%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문제를 볼까요? (풀어보셔요^^)
<출처- EBSi 홈페이지, 역대 등급컷/오답률 TOP15>
김기림 시인의 <연륜>이란 시는,
시 자체의 난이도가 높진 않습니다.
여기서 답을 틀린 학생들은 대부분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어떤 함정이냐고요?
정답은 ②번입니다.
‘불꽃’이란 시어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긴 했는데,
결핍되어 있는 속성을 끊을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꽃은 수단이 아니라,
추구하는 삶의 태도인 것이죠.
심지어 결핍된 속성은 끊어서도 안 됩니다.
결핍되어 있다면,
끊어낼 게 아니라 채워내야겠죠?
현대시를 감상할 때
‘긍정’ vs ‘부정’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매우 효과적이고,
시어의 역할이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긴 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결핍되어 있는 속성을 끊는다’라는 표현이
마치 긍정적인 의미로 느껴졌던 아이들은
②번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정답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은 선지는 ⑤번이었고,
아마 아이들은 ⑤번이 답이 되는 이유를
나름대로 ‘부여’했을 겁니다.
①, ②, ③, ④번이 다 아닌 것 같으니까
‘이래서 ⑤번이 답일 거야’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했을 겁니다.
정말 슬픈 일이지만,
학교에서 현대시 문제 풀이를 할 땐
정말 과감하게
‘이것은 시가 아니라 문학 지문이다’란 말을 합니다.
(물론 평소 시를 감상하는 시간도 갖습니다ㅠ)
지문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감상에는 정답이 없지만,
문제 풀이에는 반드시 하나의 ‘답’이 존재하고
이 답은 ‘논리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아, 그래서 이것이 답이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이,
답이 되는 거죠.
수능 대비를 위해
현대시 문제든 비문학 문제든
모든 국어 영역의 문제는
결국 논리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문학이라는 갈래적 특성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행해야 할 것은
논리적인 글을 읽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고,
논리적인 글을 써보면서
‘논리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논리력을 키우는 활동 중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필사’입니다.
좋은 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독서와 독서 토론 역시
효과적일 수 있을 테고요.
결국 또 이야기는 원점으로 흘러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든 학교 공부의 비밀은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하기에,
그래서
비밀처럼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