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일곱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일흔일곱 번째 이야기
중간, 기말고사 시즌이 되면
아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할 것 같지만,
사실 학교 정규 수업 시간엔
다들 눈이 풀려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책을 붙들고 있어서
정작 학교에 오면 지쳐있는 상태인 거죠.
뭔가,
아이러니하죠?
그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눈꺼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평가계획을
어떻게 세우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을 때는
최대한 계획된 진도만 나가면
시험 기간 즈음에는
자습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불안하고 불편한
심리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내일모레 수학 시험인데,
‘문학을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루자!’
이런 말은 귀에 잘 안 들어오겠죠.
그런데 얼마 전,
조금은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역시나
문학을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루자는,
그런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는데
한두 친구가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죠.
궁금증은 금세 풀렸습니다.
정리한 책상에 자신의 담요를 깔더니,
엎드려 자더라고요.
자기 방에 이불 깔 듯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렇게 잠자리를 마련해놓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당연히 앞에서 떠들든 말든
자신의 수학 교재를 활짝 펴놓고
열심히 문제를 풀어대는 아이들도
상상 이상으로 많습니다.
저는 국어 교사라서 그나마
이런 광경을 덜 보긴 합니다.
예체능 과목이나
늘어나는 진로 선택 과목 수업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을 겁니다.
‘밤에 잘 자고 낮엔 공부해야 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써야 한다’,
와 같은 말은 결국
아이들을 위한 표현이죠.
철저히 교사 입장에서 보면 이건
‘예의’의 문제입니다.
특정 과목 시간에 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반대로 시험이 임박했다고 무조건 자습을 주고,
국어 시간에 수학 공부를 허용하는 것이
절대 '당연한' 것은 아니죠.
당연한 것을 했을 뿐임에도 아이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바로 그 시간에 아이를 깨우고 혼을 내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두 아이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음 시간에 전체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학교는
국영수 교과서에 있는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성적만 좇으며 지내는 곳도 아니며,
대학을 위해 그저 거쳐가는 곳도 아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무엇일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위 말은 조금 순화된 표현임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1학년 3반 종례신문>이란
청소년 에세이를 집필했는데,
그곳에도 당연히 적었고
그 이후에도 늘 다짐하며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학생은 학생이란 이유만으로
모든 교사에게 사랑받기 충분한 존재이며
그 사랑을 온전히 다른 이들에게도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다그쳐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이 마음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학부모란 존재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교에선,
국영수 교과서 지식들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따져보면,
그 지식이란 것은
굉장히 미약한 부분일지 모릅니다.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할 것인지,
한 번쯤, 아니 굉장히 자주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