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아홉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일흔아홉 번째 이야기
교직 생활을 한 지
정말 딱 십 년 차가 되었습니다.
십 년이면 뭐도 변하고 어쩌고저쩌고 한다는데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입시만 해도
계속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는 바람에
아예 적응은 꿈도 꾸기 힘듭니다.
아이들의 성향도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교사 생활 초반엔
정말 입시나 학업에만 신경 쓰면 될 정도로
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울증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두 가지 정도 대표적인 원인이 있는데,
우선은
부모님의 불화 등
가정환경으로 인한 경우를 들 수 있을 듯합니다.
사랑받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랑받을 겨를이 없었던,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고 해야 할까요.
따뜻하고 소중한 감정도 존재한다는 걸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성적에 대한 압박 역시도
우울증의 커다란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성적 압박 역시
부모님에 의한 것일 때가 많습니다.
타인과의 비교, 과도한 기대 등으로 인해
그 무엇도 충족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면서
결국, 우울증에 쉽게 노출된 것이죠.
최근 몇 년간 접했던 또 다른 특이점은,
‘자신을 과하게 높이 평가하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비평준화 지역이라
나름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의대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희망하는 학생은 한 학급에 손꼽힐 정도만 있었고,
실제로 합격하는 수는 전교에서 손꼽힐 정도였죠.
그런데 요즘은 의대나 약대를 원하는 아이들이
학 학급에 열 명 가까이 됩니다.
매년 ‘생명과학 동아리’ 지원자가 넘쳐나서
다른 동아리는 맥이 끊길 정도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실제로 합격하는 수는 여전히,
전교에서 손꼽힐 정도라는 것!
꿈을 꾸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전국 상위 0.1%에 해당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할 것인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진정성'이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달까요.
차선책도 없습니다.
내신이 안 나오니 정시로 가겠다고 하는데,
정시로 의대나 약대에 가는 것이
수시보다 상대적으로 쉽다거나 하지 않거든요.
끝까지
꿈을 이루기 위해 재수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또
점수에 맞춰 이공계로 지원하거나,
문과 학과에 교차지원을 합니다.
그냥 좀 즐거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냥 아무 생각 없이 웃기만 하고
신나게 노는 날도 하루 이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일개 교사의 푸념일수도 있겠으나,
쓰다보니 어쩌면 이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생각도 드는
참 ‘아픈’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