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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준 Oct 10. 2021

#1 제주 여행 중 맡은 진짜 제주 향기

복여네 왕돈가스 사장님과의 뜻깊은 이야기

제주도는 한 달 전부터 비행기 티겟 예약했지만, 사실 상 호텔, 렌터카, 계획은 여행 가기 3~4일 전에 부랴부랴 세웠다. 

9월은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정말 회사 일로 바쁜 시기였고, 프리랜서 일과 그 밖의 다른 몇 가지 일로 심신이 피폐해져가고 있었고, 안 되겠다 싶어 여행을 계획한 게 90% 이상이었다. 


그렇게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3시 45분,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제주도 혼자 여행은 이번이 2번째인데, 제주도에 갈 때는 정말 즐기러 가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속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로 가게 된 것 같다. 


2016년 군대에 가기 전, 4박 5일 뚜벅이 여행으로 생각을 정리하러 차분하게 가고 싶었지만, 비행기가 출발할 때까지 나는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못하고 있었다. 
셔틀버스에서 나 대신 열심히 일해주는 마케터분께 기획전에 관련되어 통화를 하고 있었고, 비행기 모드가 될 때까지 불안함에 슬랙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주도에 도착하고 이제 보지 않겠다. 선언하고 렌터카를 받은 뒤, 체크 인을 한 뒤 여유롭게 주변을 걷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을 때다. 
팀장님께 전화가 왔다. 문제가 생겨서 그런데 선뜻 말은 못 하시고 아무래도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기를 바라는 말이었다. 


앗차.... 제주도에서 절대 일을 하지 않겠다 맹세하고 왔기 때문에 노트북을 안 가져왔는데.... 
'제가 노트북을 아예 안 들고 여행을 와서 저녁 먹던 것만 빨리 먹고 근처 피시방에 가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게 제주 국밥을 음미하며 먹었다가 3분 만에 흡입하며 먹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근처 피시방으로 달려갔다.

(아마 이때 내 인생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피시방을 가게 된 날이지 않을까 싶다.)

피시방에서 약 1시간 정도 일을 끝내고 급 피곤해져 그날은 10~11시 사이에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제주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와 만나 우도를 여행하게 되었다.

과거 뚜벅이 여행 때는 따로 알바를 하지 않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전기차 이런 거 다 무시하고 우도에서도 걸어 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이번엔 전기차를 빌려서 다녀봤는데, 역시 자본주의는 돈이 최고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친구와 같이 산호초 해수욕장을 들리고 해안도로를 타며 드라이브를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먹거리를 찾고 있었다. 


해산물을 싫어했기 때문에 생선회가 없는 전복, 물회 이런 쪽은 미리 거절을 하였다. 

그리고 문득 드라이브를 하다가 발견한 흑돼지 돈가스집.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그곳을 향해 갔다. 

복녀에 왕돈가스

내부에도 자리가 있지만, 우도라 그런지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불어 사진처럼 야외에서 먹었다. 

(주인 분께서 실외가 더 시원할 거라 했는데 진짜... 실외가 엄청 시원했다. 우도 바닷바람 짱...!) 

그리고 이 복여네 왕돈가스 집에서는 일반 음식점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평소처럼 어느 식당과 다를 거 없이, 왕돈가스 1개와 비빔국수 1개를 시켜 나눠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주인 분께서 나와 우리가 먹는 테이블 옆 의자에 앉으시더니, 말을 거셨다. 


"입맛에 어때요? 맛있죠? 돈가스랑 비빔국수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 그렇게 먹어봐요"


광고는 아니지만, 돈가스는 정말 맛있었고, 느끼해질 때쯤 비빔국수를 먹으니까 계속 흡입했다. 

사진으로 보면 적어 보이지만 매우 배불렀다.

비빔국수에 대해 설명을 하시면서 돈가스 소스도 그렇고, 옆에 서브로 나오는 샐러리? 에 있는 것도 청귤로 만든 거라고 하시면서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거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많이 놀라웠던 건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였고, 돈가스 소스나 이런 것도 단맛은 모두 과일을 통해 내신다고 한 부분이었다. 


주인 분께서 만드신 음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들으면서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아 이분 자신의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확실하게 있으신 분이다. 멋있다." 

그리고 음식을 넘어서 가격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서 돈, 마진, 사는 곳 등으로 점차 확장되면서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청귤로 만든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청귤청을 먼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제주도에서는 쉽게 맛볼 수 있겠지만, 타지에서 청귤로 만든 소스를 내면 사람들이 더 신기해할 거라고.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물가나 이런 게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를 들으며, 이게 바로 연륜 있으신 분의 삶의 여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구절이 있었다. 


"여기 옆에 땅도 있어서 따로 집세도 안 나가고, 야채도 직접 기르고, 자식새끼 시집, 장가 다 보냈으니 이제 나 혼자 용돈벌이 정도 하는 거다. 마케팅이나 블로그 이런 거 해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건 바라지 않아요"


무엇보다 사람이 많아지면 더 나이 먹어서 나 혼자서 힘드니까 간간히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이었다. 


사실 속으로 당연히 마케팅 관련해서 홍보나 리뷰 잘 써주세요 등의 이야기를 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도의 땅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우도에서 장사하는 청년들 보면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어서 귤이나 채소 이런 거 따면 나눠주기도 한다. 집은 원래 제주시 연동에 있기 때문에 간간히 이동하면서 살고 있다. 이 가게도 집에 있는 동안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온 거다 등 일반 여행지에서라면 듣기 어려운 제주도민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주도에서 사시고, 여전히 제주도에서 삶을 보내시고 계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산하고 나올 때 제주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연말에 신년운세 보러 제주도에 갈 건데 가기 전 미리 연락드리고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가게였다. 


맛도, 기억도 모두 가장 좋은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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