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준 Jan 14. 2022

#35 2년 차가 바라보는 마케팅의 본질

사회초년생 신입 마케터로 살아남기

최근 들어 마케팅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고민이 들고 있다.

마케팅의 변천사는 꽤 긴 역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디지털 마케팅이 시작된 지 이제 겨우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5년이 수십 년의 세월을 무마시킬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1년, 6개월 혹은 그 이하의 시간이 흐르면서 마케팅 방법은 바뀌고 있다.

재작년 말 ~ 작년 초까지만 해도 3rd party cookie, 2nd party cookie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제공되고 있던 정보였다.

심지어 그걸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이 용어조차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저 cookie들이 함께 따라다녔다.

하지만, 애플이 Ios 14 정책을 발표하고, 3rd party cookie가 막히게 되면서 페이스북에서 긴급하게 블루프린트를 통해 여러 가지 개선방안, 앞으로의 페이스북 광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할 정도로 ad-tech 기반의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게 되었다.

6번 노출하면 인식이 된다는 말도 이제 무색해질 만큼, retargeting의 정교함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을 나는 이 업계 속에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연하게 믿던 광고 관리자 데이터도 이게 과연 신뢰할만한 데이터인지 의심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필수 지표 외에 자사 DB와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유입자 수, 가입자 수, 매출액(전환) 등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부터였을까?

CRM마케터라는 직군이 인기가 많다는 게 실감이 날 정도로 여러 기업에서 CRM마케터 공고를 미친 듯이 올리기 시작했다.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

이게 무슨 말을 뜻하는 걸까? 기업들이 이제 1st party cookie 즉, 자사 DB, 드디어 우리 고객에 대해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CRM은 적어도 내가 보는 시야에서는 단순히 고객을 세그먼트 별로 나눠서 DM을 테스트하는 정도로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엔지니어가 붐이 되면서 저절로 CRM의 본질인 고객관리를 데이터와 결합하여 철저하게 개인화로 돌리는 퍼포먼스를 내려고 하는 시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전반적인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았을 때, 나는 마케팅은 어쩌면 본질로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고객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아서 계속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주고 미친듯한 가격 할인을 하는 것처럼 보여주면 산다'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는 마케터이기 이전에 나도 그럼 고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똑똑하지 않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작년 2월 마케팅을 시작하고 난지 6~8개월 정도 되었을 때 나는 그 말을 철저하게 부정하게 되었다.

물론 디지털이 상용화되기 이전에 고객들은 내가 들은 말처럼 똑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떤 정보인지 파악하기 이전에 우선 테크 자체를 체득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케팅도 1년, 6개월 만에 상황이 바뀌는 만큼 디지털에 맞춰서 고객도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똑똑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네이버 블로그 광고 인지도 모르고 어디 블로그 보니까 ~~ 게 좋다더라 하던 행위가 서서히 줄어들고 그걸 증명하는 듯이 네이버 블로그는 체험단 광고판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네이버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을지라도 네이버를 통해 정보를 찾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량의 변천사를 보면 서서히 구글이 따라가고 있고, 심지어 1년에 몇 번씩 구글이 네이버 검색량을 이길 때도 있다고 하니 신기하지 않나?


그렇다. 고객은 더 이상 멍청하지 않다. 똑똑하면 똑똑했지 이상하게 할인 광고만 보면 덜컥 사던 그 시대는 이제 지났다.

하지만 뭐 때문일까? 기업들은 아직까지도 할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순마진을 포기한 체 시리즈 투자를 받기 위해 매출 볼륨 자체를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는 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기업들도 할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광고를 하고 프로모션을 하게 되면서 고객들도 뜻하지 않게 할인의 유혹에 길들여져가고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생긴다.

쿠팡 멤버십이 30일부터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도 대중들이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 건 (물론 기존 고객은 그대로 받는다고 한 점도 있을 거지만) 그 가격 대비 서비스가 좋았기 때문에 충분히 인상된 가격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은 고객과 회사 사이에 있어서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성립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심적이든 욕망이든, 재미든 채워줄 수 있다면 기꺼이 고객은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야 건강한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도 이전 회사에서 전제품 15% 할인행사를 했을 때, 그렇게 노력해도 찍을 수 없었던 매출이 할인 기간 동안에 찍히는 것을 보니 마케터 입장에서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 테스트, 시도 필요 없이 당장의 매출을 당기려고 할인을 하면 매출은 보란 듯이 나의 기대치를 채워줬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재미는 할인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할인 프로모션의 달콤함과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후폭풍을 거세게 맞았다.

한동안 기존 매출액을 복구하지 못하니까 이전에 달콤함이 무슨 소용이랴 원상복귀시키는 것에만 엄청나게 고생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 수법을 써서 만든 매출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 이후로 내 입에서 먼저 할인 프로모션을 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할인 아닌 무언가 가치를 줄 수 있는 프로모션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사은품, 확실히 자본 순환구조로 봤을 때, 당장의 할인보다는 사은품과 같은 제품을 증정하는 것이 나았고, 또 고객이 한 제품 사용할 거, 여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이니 다음에 우리의 다른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어 해당 프로모션의 경우 재구매율 또한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 회사로 입사를 하고 고객 구매 여정(CDJ) 맵을 만들기 위해 리서치를 하고 시장분석을 하면서 이제 막 초석을 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점점 강한 확신이 들게 되었다.

마케팅은 결국 본질 싸움이라는 것이다.
경쟁사의 본질적인 부분이 더 고객의 마음을 잡을지, 자사의 본질적인 부분이 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의 싸움이다.
마케팅은 너무나도 단순하고 쉽기 때문에 오히려 방법론적으로 미친 듯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현재까지 결론을 내린 점이었다.


순마진을 낼 수 있는 구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말.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마케팅을 한 문장도 아닌 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는 건 '등가교환' 인 것 같다.

고객은 편안함, 즐거움, 행복함, 욕망 등을 얻을 수 있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돈은 기업이 받게 된다.

근데 가격 할인은 결국 그에 상응하는 돈을 적게 받음으로써 고객이 누릴 수 있는 만족감이나 혜택을 단기간 더 높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브랜딩 차원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기업은 순마진 감소라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그렇다.

여기서 마케팅의 본질을 다져놓은 상태에서 브랜딩을 하게 되었을 때, 제품의 가치, 기업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브랜딩을 같이하거나 오히려 브랜딩을 먼저 하는 기업들도 많았지만 순서는 시기에 문제일 것 같고 결국 본질과 브랜딩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가로 나눠질 것 같다.


인하우스를 경험하면서 산업군을 깊숙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물론 회사 내부에는 나보다 더 미지의 영역까지도 고민하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셨지만 나도 나름대로 해당 산업군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동시에 그로 인해 여러 산업군을 살펴볼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 와서는 광고, 오가닉 매체를 다루거나 하는 등의 일반 마케터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없지만, 이곳의 장점은 여러 산업군의 시장을 바라볼 수 있으며 시장 깊숙이 바라볼 수 있다.

그것도 철저하게 해당 시장의 고객 여정을 바라볼 수 있다.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객들의 동선 파악을 어느 산업군이든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경험치와 그걸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막일을 해도 재미있다.


마케팅의 본질로 다가가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프로세스를 하나씩 실현 중이고 체득화하는 중이다.

연차로는 2년 차, 근무일로만 따지면 이제 곧 1년 8개월 차.


현재의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본질은 등가교환, 그리고 너무 단순하고 쉽기 때문에 어렵다.이다.

뭔가 멋있는 말을 쓰려고 저걸 썼나 싶긴 한데 고민을 해도 해도 난 저 문장으로 귀결된다..ㅎㅎ


경력이 더 쌓이고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되면 먼 훗날 생각이 또 바뀔지 기대해본다 :)

매거진의 이전글 #34 언제까지 광고에서만 답을 찾아야 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