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손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살핍니다.
그녀의 뒤로는 거대한 원형 거울이 그녀가 손거울을 보는 모습을 다시 비춥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신비로운 고동빛입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거울 속 그녀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과거 오랫동안 여성은 관능적인 예술의 대상으로 그려져 왔습니다.
많은 작품 속 그녀들은 주체적 대상으로 보이기보다는 은밀한 성적인 시선을 동반했습니다.
특히 ‘거울을 보는 여성’은 여성의 허영심을 주제로 오랫동안 다뤄져 왔습니다.
메리 카사트가 살던 19세기 중후반까지도 여성이 관능적 ‘대상’으로 관찰당하는 낡은 시선들이 예술계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사트는 거울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합니다.
위는 메리 카사트의 <화장대 앞의 드니즈>입니다.
드니즈로 보이는 붉은 머리의 여성은 말간 얼굴에 가벼운 흰 천 하나를 걸친 채 거울 속 자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눈은 작품 밖 우리를 유혹하지 않으며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검은 동공에 담아낼 뿐입니다.
드니즈, 그녀가 본 거울 너머의 자신이 마냥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을 위해 거울을 통해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 아닌,
그녀 자신을 위해 자신을 바라보고 돌아보는 것에 정진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메리 카사트는 미국 출신의 인상주의 화가로, 주로 ‘여성의 일상’을 그려냅니다.
메리 카사트 작품 속의 그녀들은 ‘아름다움’이 아닌 그저 한 ‘존재’입니다.
그녀들은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해냅니다.
카사트는 또 한 명의 ‘여성’으로서 또 다른 여성의 삶을 캔버스 위에 펼쳐내고자 합니다.
<화장대 앞의 드니즈>는 작품을 보고 있는 관객들 또한 자신을 돌아보고 그 모습을 점검하게 만듭니다.
드니즈 뒤의 거대한 거울은 그녀뿐만이 아닌, 그 밖에서 관람 중인 모두를 비출 수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우리는 이제 드니즈와 함께 우리를 위해 거울 속 모습을 바라볼 것입니다.
어떤 모습이 비쳐 보이나요
그 모습이 가끔 다소 아름답지 못하고 추해 보이더라도, 시선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Spiegel im Spiegel - Arvo Pä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