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개다 갑작스레 우울감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접던 빨랫감을 내버려두고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사실 우울의 이유는 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떨어져 가는 생활비와 취직하지 못해서지만 내면에서는 취직하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해봤냐고 묻고 돈이 필요하면 막말로 쿠* 같은 곳에 가서 죽도록 일하고 오면 되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요행만 바라고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며 나 좋은 일만 하고 싶어하는 스스로를 알고 있기에 더 수치스럽고 우울해진다. 뭐든 그냥 하면 되고 용기는 그냥 내면 되고 도전은 될 때까지 하고 실패는 누구나 하는 거고 뻔뻔해지면 된다는 것도 알며 말로 그만 떠들고 행동을 하면 된다는 것도 이미 안다. 성공한 사람들이 써낸 책을 보면 다 그렇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으로 안 나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지독한 혼란 속에서 차라리 내가 뭘 하고 싶은지라도 알면 좋았겠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무섭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아는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이 두려워서 괜히 독립의 선택을 후회한다. 달라지지도 않았을 텐데 괜히, 괜히. 게다가 오롯한 나를 찾기 위한 시간도 돈이 있어야 하지 않냐는 뾰족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 우울하고 모난 맘으로 알바구인앱을 열어 뒤졌다가 마땅한(정확히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외면한) 것이 없어 그대로 닫고 다시 빨래를 갠다. 빨래를 참으로 오래도 갰다. 하도 미적대느라 다 마른 빨래에 시커먼 우울이 묻었겠다. 화장실에 가서 갠 수건을 찬장에 넣다가 헤어 에센스가 벼락처럼 떨어졌다. 조금만 움직였더라면 발등이 깨졌을 것 같다는 생각에 퍼뜩 정신이 든다. 과거나 미래에 사로잡혀서 쭈굴대던 나를 호통치는 소리인 것 같다 싶다가도 또 다시 금세 마음이 졸아든다. 2호선처럼 빙글빙글 영원히 기분이 돈다. 그래서 중생이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