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형태로 귀결되는 익숙한 자괴감 사이에서 오늘은 문득 나를 부드럽게 일깨우는 꾸지람을 발견했다.
마땅한 일자리 없이 헤매고 있는 한심한 30대의 딸에게 48만원의 타이어 교체값을 선뜻 내주고 6만원의 저녁밥을 사주며 20만원이 넘는 냉장고 비축 식량까지 채워준 부친과 어디서 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당신이 쓰시거나 아픈 조모에게 써도 모자랄 50만원을 생활비라며 보내주는 모친의 씀씀이 같은 것.
지금도 한참은 모르지만 지금보다 뭘 더 모르다못해 무식하던 때엔 물질적인 것보다 감정적인 것을 원했다며 왜 항상 동생만 더 예뻐하느냐 되도 않은 투정도 부렸었는데 당신들에게 정말로 차이가 있었는지 그저 내 추잡한 착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와 확실한 건 내 짜증이 배부른 가진 자의 고함 중 하나였을 거라는 점이다.
가지는 게 당연했을 땐 몰랐지, 선뜻 내준 그 물질 뒤에 있는 것.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알고 있었던 혹은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었으면서 스스로 들여다보지 못한 어떤 마음.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 부친에게 아침상을 간단하게나마 차려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