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새벽을 닮은

저녁 시간에

by 상하

산책을 했습니다. 아흔한살의 할머니와 함께였습니다. 보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엄마 집에 와 계셨는데, 거의 매일 얼굴을 보러 갔지만 산책을 함께 가는 건 또 처음이었습니다. 방죽의 둘레길을 그저 걷기만 하는,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림자 내리는 연밭은 향기로 가득했고 호수의 오리들은 부드럽게 떠다녔으며 목이 긴 새 한 마리가 달과 달그림자 사이에 고요히 서 있었습니다. 멀리서는 마른 번개가 구름 속에서 분홍빛으로 번쩍였습니다.

엄마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동안 할머니는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당신이 덤덤하게 중얼거린, 내가 언제 또 여기 오겠냐는 말이 농담 같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법이니까요. 할머니는 자면서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이 그렇게 데려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게 오늘이나 내일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꿈 같은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엄마집 근처 방죽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 골프장 갯수가 세계 8위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