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솔직히 말해서 반어법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골프의 ㄱ자도 모르는 뉴비일 때 했던 말이기도 하다. 이 망언은 토요일 저녁, 밥상머리 대화 속에서 탄생했다. 주제는 대충 요약하면 어른들만의 해외여행이었는데 내용을 잘 들어보니 해외여행을 가장한 골프여행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 '어른들' 중 우리 엄마만 골프를 쳐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용 파악을 끝내자마자 나는 엄마가 무시당한다는 기분에 밥을 먹다말고 버럭, 이렇게 외쳐버렸다.
"골프가 뭐라고, 못 칠 게 뭐 있어, 그 까짓 거 하면 되지! 엄마도 해, 나도 할게!"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골프를 칠 줄 알았던 아빠는 웬일로 밥상머리에서 화를 낸 나를 혼내는 대신, 이 모든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기만 했다. 수저를 내려놓은 뒤에 아빠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나는 그 침묵에서 불길함을 느꼈다. 내가 예의 없이 밥상머리에서 성질을 부려서 화가 많이 나신걸까? 아님 더 할 말도 없을 정도로 어이가 없으셨던 걸까? 그런 생각이 이어졌지만 아빠를 괜히 들쑤셔서 좋을 일은 없었을 것이므로 나 또한 침묵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빠는 나를 골프연습장에 데려갔다.
그제야 알았다. 아빠는 화내기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 쪽을 택했고 내 예감은 완벽하게 틀려먹었다고.
욱해서 뱉은 말에 진짜로 골프연습장에 오게 될 줄 몰랐던 나는 연습장 로비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 삐그덕거렸다. 골프를 이렇게 빨리, 진짜로 시작하게 될 줄도 몰랐을 뿐더러 이 나이 먹고 부모님과 함께 등록하러 온 것도 어쩐지 부끄러웠다. 부끄럽다 뿐인가? 사람이 이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어릴 적 영어로만 말해야 하는 학원에 처음 갔을 때와 같은 기분으로,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 속에서 내가 고장이 나거나 말거나, 아빠는 레슨을 해주는 프로라는 사람과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더니 단숨에 3개월치의 연습장 회원등록 및 레슨비를 다 결제해버렸다. 골프라는 걸 좀 배우려면 한 달로는 되지도 않고 3개월은 되어야 한다면서. 골프가 재미없으면 어떡해? 라는 소리가 목까지 올라왔지만 레슨비의 총액을 듣고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만 했다. 심지어 레슨비는 카드가 아니라 현금으로 줘야한댄다. 현금영수증? 당연히 없고. 각종 헬스장과 핫요가 등에 돈을 무지막지하게 버린 전적이 있는 나로서도 이건 버리면 안 된다 싶었다. 골 때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내가 결국 때려야 하는 건 골이 아니라 공이었다.
내 첫 골프 퀘스트는 당연히 '7번 아이언으로 공을 계속 쳐보시오' 였다. 이것만 해요? 진짜? 프로님은 진짜 그것만 계속 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치냐는 내 질문에는 한 달 넘게 할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걸 제대로 칠 수 있게 되면 나머지는 다 자동으로 칠 수 있게 된다면서. 나는 눈앞이 조금 캄캄했다. 게임에서도 안 하는 노가다를 골프하면서 하게 될 줄이야.
그러나 퀘스트를 시작한 나는 모든 것을 납득했다. 채는 막상 잡아보니 손이 무지막지하게 땡겼고, 의자자세 비슷한 상태로 상체를 앞으로 숙인 걸 유지하다보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이런 자세에 익숙해지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당연하지만 공은 죽어라고 안 맞았다. 그러다가도 어쩌다 딱, 하고 맞으면 속이 후련해지는 게 참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듯이 두 시간을 쉬지 않고 공을 쳤다.
'그 까짓 거'라고 말하기엔, 골프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필요로 했다. 인내심, 차분함, 집중력. 게다가 다시 생각해보면 세상의 다른 많은 것들도 그런 걸 기본으로 했다.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는데 골프라고 어떻게 그 까짓 거겠어. 나는 내가 골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였다는 점을 깨끗하게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