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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에 대해서

모든 사물은 그것을 이루는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by 글쓰는 건축가

앞선 글들을 통해서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나마 소개해 드린 것 같습니다. 건축이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을 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 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건물의 재료에 관한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것을 이루는 재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필은 중심의 흑연으로 이루어진 심과 그것을 감싸는 나무로 만들어졌고, 책은 종이를 본드 등으로 제본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선풍기는 플라스틱과 모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구는 MDF 등의 목재와 경첩 등의 철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건축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골재에 스티로폼 등의 단열재가 붙고, 그 위에 벽돌이나 석재 등으로 마감을 하게 되죠. 내장의 경우엔 석고보드를 바르고 페인트 도장이나 벽지 등으로 마감을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도 기와나 금속 강판 등의 지붕재, 난간이나 창호 후레싱 등에 쓰이는 금속재, 데크나 외장재 등에 쓰이는 목재, 세면기나 양변기 등의 도기 등등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정말 수많은 재료들이 들어갑니다.



이 재료들의 성질과 물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재 적소에 정확한 공법으로 적용하는 것이 건축가의 능력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를 살펴 보겠습니다. 콘크리트는 건물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재료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발명된 콘크리트는 반 액체 상태의 레미콘을 유로폼 등으로 만들어진 거푸집에 부어서 양생시키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형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자유롭게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유도가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현대건축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콘크리트는 위에서 누르는 압축력에는 강한데, 좌우로 늘리는 인장력에는 약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둥재로는 적합한데, 슬라브를 받치는 보로는 부적합한 것이죠. 이를 보완하는 것이 콘크리트 중간 중간에 심는 철근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자주 보셨을 텐데요. 이 철근이 인장에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콘크리트와 상호 보완해서 건물 전체 하중을 효과적으로 견디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다른 재료가 한데 엉켜서 잘 유지될 수 있을까요? 여름이 오고 겨울이 오면 수축 팽창이 일어날 텐데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요? 두 재료의 열팽창 계수에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사실 두 재료의 열팽창계수는 거의 같습니다. 콘크리트는 1.0~1.3×10^-5, 철은 1.0×10^-5로 건축에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사실상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두고 어떤 사람들은 ‘찰떡 궁합’ 또는 ‘신의 내린 선물’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또한 철근은 알칼리 성질을 가진 콘크리트 안에 있으면 녹이 거의 슬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철과 콘크리트는 상호 보완하면서 훌륭한 건축재료로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최근 외장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벽돌을 살펴보겠습니다. 벽돌은 하나 하나의 조각들을 레고블럭처럼 정성스럽게 쌓아가는 것이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벽돌들을 모르타르라고 부르는 시멘트 풀로 이어 붙이기 때문에 결속력이 그다지 좋다고 볼 순 없습니다. 위에서 누르는 압축력에는 잘 저항할 수 있지만, 좌우로 흔드는 횡력에는 약합니다. 그래서 포항에서 지진이 났을 때 벽돌로 만들어진 많은 건물들에 큰 손상이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의 벽돌은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의 역할보다는 건물 외부를 마감하는 치장재로 성격이 변화했습니다. 철근 콘크리트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벽돌을 쌓는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입니다. 벽돌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수직 하중에 저항하는 압축력에는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횡으로 넘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부속자재가 필요합니다. C형 철물 혹은 L형 철물, 철선 등이 동원되는데요. 벽돌과 콘크리트 골조를 단단하게 결속하여 벽돌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건물 위쪽이 아래쪽보다 튀어나간 켄틸레버형(외팔보) 건물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건축가들도 건물의 메스감과 긴장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건물에 벽돌 외장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L자형의 앵글이라고 불리는 자재가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면까지 벽돌의 하중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일반적인 건물이라면 필요가 없겠지만, 벽돌이 공중에 붕 떠버리는 경우 이것을 콘크리트 골조에 연결시켜 받쳐줄 자재가 필요한 것이죠. 2층 이상의 건물일 경우 매 층마다 앵글을 거는 것이 기본적인 시공 방법입니다.



이렇게 재료의 성질을 이성적인 측면에서 잘 파악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감각도 중요합니다. 즉, 건축가들은 노출콘크리트의 거친 느낌과 벽돌의 따뜻한 느낌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해서 조화롭게 보이게 만든다던지, 금속 난간의 차가운 느낌을 중화시키기 위해서 손이 닿는 손스침 부분만 목재로 처리하는 기법 등을 동원하곤 합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재료가 다르고, 느끼는 감각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재료에서 느끼는 감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잘 파악하고 건물에서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물론 건축가의 독창적인 해석도 필요한 부분이죠. 최근에 가수 비가 지은 건물을 보았는데요. 검은 색의 와이어 철선을 죽 달아매서 마치 비가 오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재료의 성질을 잘 활용해서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해결한 사례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여러 사례들을 보면 이런 것도 건축에 쓰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의외의 재료가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폴리카보네이트 수지 같은 경우가 그러한 경우인데요. 플라스틱 계열의 재료로 주로 안경이나 선글라스 렌즈, 오토바이 헬멧, 제품 케이스 등에 쓰였습니다. 건축에서는 계단실 지붕이나 출입구 캐노피 등에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리를 대신해서 이 폴리카보네이트로 건물을 뒤덮은 사례도 있습니다. 인테리어에서는 패브릭 같은 섬유나 가죽을 벽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옷에 쓰일 법한 재료지만 좀 더 특이한 재료를 찾는 건축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러한 제품이 등장한 것입니다. 특히 고가의 주거 건물에서 이러한 제품들의 인기가 높습니다.



이렇게 건축에 적용되는 다양한 재료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재료에 대해서는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축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항상 새로운 제품, 새로운 공법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건축 박람회 등을 통해서 그러한 정보들을 수시로 접하고, 소위 말하는 ‘안테나’를 세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건물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재료들을 자세히 살피고 그것을 내 설계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도 주변 건물들을 보실 때 저건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건물인가를 유심히 살펴보신다면 더욱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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