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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Mar 15. 2022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 거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이미지 출처 -vmspace 






몇 주 전 기회가 있어 지인과 함께 남양 성모성지를 다녀왔다.  마리오 보타의 국내에 남긴 역작으로 몇 달 전부터 건축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로컬 건축가로 한만원 건축가와 협업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 강렬한 느낌을 주는 두 개의 원형 타워가 강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고, 그 뒤로 마치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예배 공간이 달려있는 형상이었다. 물론 그 조형성이나 내부 공간 느낌이 괜찮다고는 생각했지만, 마리오 보타가 해왔던 그간의 작업에 비해서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다 정도가 솔직한 인상이었다.



직접 가서 본 건물의 인상은 상당히 달랐다. 외부에서 본 느낌보다 내부에서 받은 인상이 압도적이었다. 우선 외부부터 살펴보자.



남양성모성지 입구에서 본 대성당







남양 성모성지는 상당히 넓다.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대성당 건물 뿐 아니라 성직자들이 머무르기 위한 숙소 등 기타 부대시설에, 나무도 많고 운동장 등도 있어서 마치 공원 같은 분위기가 난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면 저 멀리 대성당이 보인다. 대성당을 끝에 두고 신도들이 순례을 떠나는 느낌이 든다. 입구에서부터 대성당까지 약 10분 이상 걸어가야 한다.  피터 줌터, 승효상 등이 설계한 다른 건물들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가는 도중에 이미 완성된 건물도 있고 공사중인 건물도 볼 수 있다.  계획대로 완성된다면 또다른 건축학도들의 성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성당의 쌍둥이 타워


타워의 하단부. 역으로 쌓아 올라간 걸 확인할 수 있다.






대성당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역시 전면에 위치한 2개의 거대한 쌍둥이 타워다. 20~3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데, 안쪽에서 보면 그 안이 텅 비어있다. 그야말로 빛을 끌어들이는 굴뚝과 같은 역할이다. 공기순환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그것은 공조 전문가의 영역이라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 사이에 기다란 창이 있어 내부로 빛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종이 쭉 매달려있어 종교시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쌍둥이 타워를 중심으로 좌우로 건물이 대칭 형상을 이루고 있으며, 방문자는 타워 좌우측의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둥근 형상의 타워는 바닥에 꽂혀 있지 않다. 약간 편심으로 후면부 메스에 달려있는 형태인데, 이 부분을 사선으로 깎아서 처리했다. 위로 갈수록 앞으로 튀어나오는, 흔히 말하는 역콘타 형상인데 구조적인 긴장감을 준다. 확실히 바닥에 그대로 꽂은 것보다 좀 더 조형적이긴 한데, 이렇게 되면 구조를 푸는 것이나 벽돌 시공이 어렵다. 가뜩이나 별도의 내부 보강 없이 굴뚝이 20미터 넘게 올라갔는데, 그것이 일부 켄틸레버로 뻗어나갔으니 아마 구조를 푸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이다. 거기다 벽돌은 원래 아래에서 부터 차곡차곡 올라가는 게 정석인데, 그것을 역으로 기울어지게 골조에 매달았으니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흔히 쓰는 철물을 쓸 수 없었을 테니 뭔가 다른 해법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타워는 완전히 벽돌로 되어있지 않고 거친 느낌의 석재와 벽돌이 한 줄씩 교차해서 시공되어 있다. 마치 스트라이프 무늬의 옷을 입은 느낌인데, 이것이 위아래로 길쭉한 타워의 세장한 느낌을 완화시켜 준다. 


출입구 안쪽의 홀






  타워 좌우측의 출입구를 거쳐 내부로 들어가면 조그만 홀이 있고 남양성모성지와 대성당의 건립과정을 설명하는 패널이 걸려있다. 이 벽면이 거친 콘크리트 상태로 공사가 끝나있어 좀 의아했다. 돈이 부족했나? 싶기도 하고.. 의도적인 건 아닌 것 같은 것이, 공사 중간에 그만둔 것처럼 전혀 가공이 안된 상태였다. 이 홀에 미사를 드릴 것인지를 묻는 관계자분이 있다. 매일 11시에 미사가 열리는데, 여기 들어갈 인원수를 체크하는 것 같았다(299명). 11시 미사 전에는 내부를 비교적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홀의 좌우측에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통해 상부의 대성전으로 올라갈 수 있다. 내부 벽체의 대부분이 외부와 똑같은 빨간 벽돌로 되어 있어 일체감을 준다.


홀에서 상부로 이어지는 계단






역시 빨간 벽돌로 마감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지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대성전의 천장이 연장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압도적인 공간 체험의 맛배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건물 후면부의 홀이 나오고, 여기서 건물 뒤편으로 갈 수도 있고 대성전으로 진입할 수 있다. 문의 패턴 같은 것도 건물 전체의 디자인 컨셉과 어울리게 통일감을 준 것을 알 수 있다. 가구나 문고리 등 건물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디자인한다는 마리오 보타의 집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성전으로 들어가는 문. 패턴 같은 것도 세심하게 신경썼음을 알 수 있다.




대성전 내부공간






대성당의 하이라이트인 대성전은 대단히 넓다. 어림 짐작으로 너비가 30미터는 되어 보였다. 건물 뒤편에서부터 야트막한 경사를 따라 내려가도록 되어 있는데, 장애인 램프를 고려해서 중간 중간 참도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를 감안해서인지 의자가 띄엄 띄엄 배치되어 있다. 이런 의자 배치가 이 공간을 더욱 넓어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측면에 역시 벽돌을 활용하여 정교한 공간들이 만들어져 있다. 아마 기도를 위한 별도의 공간으로 활용되지 않나 생각된다.



상부 디테일. 천창과 흡음판을 정교하게 설치하였다.





천장은 거대한 돔 형태인데 주름이 잡혀있는 형상이다. 천창을 통해 빛이 스며들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 주름잡힌 천장에 흡음재가 붙어있다. 이 흡음재로 음향의 울림을 잡았다고 한다.



전면에는 거대한 앱스(둥근 형상의 공간)을 뒤로 하고 무대 공간이 있다. 바깥에서 보았던 두 개의 타워가 내부에서는 앱스가 되는 것이다. 그 중간에 길쭉한 창이 있어 빛을 끌어들인다. 상부의 고창에서도 역시 빛이 쏟아지도록 되어 있다. 



외부 타워가 내부에서 공간으로 완벽하게 활용되고 있다. 외부와 내부가 정확하게 상호작용한다고나 할까. 사실 나도 설계를 하면서 외부를 스케치 할 때는 많지만, 내부공간을 동시에 상상하면서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건축가라고 해도 외부에 좀 더 치중할 때가 많지, 내부까지 그것을 상호작용 하도록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리오 보타는 과연 거장 답게, 두 개의 원형 타워라는 비교적 간단한 수단을 통해서 그것을 실현해내고 있다.



대성당의 내부 공간은 사진으로는 다 느낄 수 없는 장엄함과 엄숙함, 공간의 감동을 전해준다. 정교한 벽돌 텍스쳐, 30미터가 넘는 대공간을 넘나드는 거대한 지붕 구조체, 그것을 절묘하게 활용한 상부 천창, 얕은 경사를 따라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바닥,  내외부를 소통하는 앱스와 창문 등등..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수십년간 건축을 다루어온 마스터, 거장의 실력인가 싶었다. 사진으로 느끼기 힘든 공간의 힘을 느낄 수 있으니 못가보신 분은 한번쯤 방문하시길 권한다. 



건물 후면부의 외부계단. 두겁석과 하단부가 석재로 처리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의 주 재료는 빨간 벽돌과 진한 게열의 석재, 지붕의 금속 등 이다. 상당히 전통적인 건축재료들이다. 특히 석재는 약간 구닥다리(?) 느낌마저 주는 재료다. 최근에 짓는 건물들은 돌로 짓는 건물이 드물다. 석재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매끈하고 정교하게 가공해서 석재의 물성 자체를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이 건물에 적용된 석재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두 개의 타워에 적용된 석재만 하더라도 돌의 거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그리고 건물 대부분 하단부와 벽체 상부 두겁에는  짙은 계열의 석재가 적용되었다.  오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모든 부분을 빨간 벽돌로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것이 예전 느낌을 주는 포인트였다. 과천의 현대미술관이나 전쟁 기념관에서나 본 석재의 느낌이다. 요새 소위 디자인된 건물들은 하나의 면을 여러 개의 재료로 나누는 것을  꺼려한다. 두겁도 금속으로 최대한 얇게 처리해서 존재감을 죽이면서 날렵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 건물의 두겁은 옛날 느낌으로 처리해서 다소 두껍고 둔탁한 느낌을 준다. 이것이 마리오 보타의 방식인지, 국내 건축가인 한만원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정겨운(?) 느낌이 좀 들었다. 확실히 저런 처리가 조금은 구식이고 덜 세련되어 보일수는 있지만 안정감과 차분함을 주었다. 그리고 물 침투 등의 하자에도 좀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성당의 단면 모형. 이미지 출처 vmspace





남양성모성지는 확실히 자주 보던 규모와 스타일의 건물은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벽돌건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 건물은 확실히 그 결이 다르다. 벽돌과 공간을 다루는 방식이 달랐다. 뭔가 예전스럽고, 둔탁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강인한 힘이 있었다. 거기다 대공간이 주는 공간감이 압도적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건물이 유행에 편승한 아이돌 가요라면, 이 건물은 큰 형태, 공간에 집중한 클래식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건축이 주는 강한 공간의 힘.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런 건축을 보면 '아,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잊혀졌던 열정도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고. 마침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종교시설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이용정보:


 운영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다. 미사 시간은 11시부터이고 9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미사 입장 가능 인원은 299명이다. 시설 이용은 무료지만 주차장은 유료다. 



내용, 사진 출처 vmspace


https://vmspace.com/project/project_view.html?base_seq=MTcwMg==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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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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