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동안 몇 개의 자기계발 학원을 다녔다. 내 주변에선 그래도 내가 그런 계열의 책도 자주 읽고, 새벽 기상도 시도하는 등 자기계발에 관심이 (독보적으로) 많은 편이었는데, 그 곳에 가니 나 같은 사람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자기계발에 열심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최근에 읽은 2022 트렌드 책을 보니 '바른생활 루틴이'가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었다. 트렌드를 분석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서적에서조차 '자기계발'을 하나의 트렌드로 읽어낼 정도이니, 이것 또한 얼마나 유행인가를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새벽기상을 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강사님들 또한 '나도 성장했다, 너희들도 성장할 수 있다'라고 하며 동기부여를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난 원래부터 약간 시니컬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저들이 말하는 성장이라는 게 정확히 뭐지? 수능점수, 토익 점수도 아니고 정확히 드러나는 것도 아닌데, 성장한다는 걸 누가 알아봐주고 보증해주지?'란 생각이 있었다. 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시도들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그것을 계속 꾸준히 밀고나갈 이유, 동기가 부족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한동안 하던 운동, 새벽기상도 조금만 힘들면 멈추거나 건너뛰거나... 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얼마 전 몇 명의 지인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예전에 내가 학생 시절 일을 도와드렸던 사무실 소장님이 있었다. 가끔씩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 했는데, 얼마 전 홈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학생 때 봤던 홈페이지 양식에서 크게 변화가 없고, 올라온 작업들도 크게 대단하다고 할 만한게 없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예전 그대로 정체된 느낌이었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은 무려 15년 전이다. 15년간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설계사무소 일은 무척 바쁘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할 시간조차 부족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해도 15년이란 시간을 생각해봤을 때 너무 변화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다른 지인을 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분이었다. 명함을 교환하는데, 십여년전 들었던 위치에서 변화가 없었다. 물론 하나의 회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 나이대라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남들이 보기에 상당히 괜찮은 대학을 나왔다. 물론 그것이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일단 사람들이 알아주기도 하고, 그를 통해서 인맥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사를 다닐 때 학교 인맥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역으로 '독'이 되는 사람들도 자주 본다. '내가 이 정도 학교를 나왔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성장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적으로 이야기를 좀 해보면 '내가 이렇게 잘났는데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자주 한다. 그렇게 세상 탓, 사회 탓을 하면서 투덜거리지만 정작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학교의 수준이 좀 떨어지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학교에서도 세상 탓, 사회 탓을 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다. 결국 일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나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지 10년 이상이 흘렀다. 당시에 약간의 성적과 스펙 차이가 있었지만, 졸업생들은 거의 비슷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 뒤로 취업을 한 친구도 있고 유학을 간 친구, 드물게 (나처럼) 창업을 한 친구도 있었다. 그 모두가 어떻게 되었는지 추적할 순 없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 몇 명을 보더라도 차이는 있다. 어떤 사람은 건축계에서 알아주는 사무소 대표로 말 그대로 '괄목상대'하게 성장한 분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렇고 그런 회사에서 어떻게든 버티는 친구도 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성장'이 뭔지 알 수 있다. 하루 하루, 몇 달 정도를 보면 사람이 변하는지 알기 힘들지만, 10년 이상의 세월이 쌓이면 그것이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 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 없다. 하루에 1%를 성장하면 일년에 37배 성장한다고 한다. 물론 이 정도 차이가 나긴 힘들겠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 역시 '복리'로 쌓이는 것이다.
사실 나도 가끔은 따뜻하고 안정적인 '회사'에 머무르는 게 좋았던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 당장 내일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는 그때 보았던 상급자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작은 회사에서 내 프로젝트를 운영해보았고, 지금은 내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그들과는 확실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이렇게 블로그/유투브도 하고, 내 책도 내고, 학교 강의도 나가면서 여러 경력을 쌓고 있다. 제일 큰 것은 이렇게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치면서 새로운 고민과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내몰았다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든 나 자신과 내 회사를 성장시켜서 살아남아야 한다. 세상 탓, 사회 탓, 회사 탓 하면서 핑계를 댈 수 없다. 나도 큰 회사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성장하려고 노력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사람은 조직 안에서 적응하기 마련이고, 큰 조직은 경직되어 있기 마련이다. 굉장히 여러 겹의 방어벽으로 둘러쳐 있는 체계이기 때문에, 세상을 직접 피부로 체험하기 쉽지 않다. 작은 사무실을 거쳐 지금의 내 사무실로 진행한 과정은 내 나름대로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름 그곳에서의 여러 경험을 통해 '충격'을 완화시키고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성장했는가? 난 감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로든 나의 회사를 차렸고, 운영하고 있다. 내 명의로 건물 허가를 받았고 조만간 착공 예정이다. 내 블로그와 유투브 등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인지도를 쌓고 있다. 학교 강의를 나가고 있고 나의 책을 출간했다. 가정적으로 내 아내, 아들과 함께 가정을 꾸렸고 내 명의의 아파트도 구입했다. 이 정도가 그동안 내가 이룩한 것들이다. 남들이 보기에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회사를 키우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찾는 것이 목표다. 그를 위해 이렇게 글도 쓰고, 블로그/유투브도 열심히 할 것이다. 하루 하루 독서와 정보 습득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기타 여러 가지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 하루 하루는 편하고 쉽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그것이 복리로 쌓여 눈 앞에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다. 이제 여러분께도 묻고 싶다. 여러분은 성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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