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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Apr 02. 2022

격리를 통해 깨달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법

어떻게 자기관리에 성공할 것인가? © Pexels, 출처 Pixabay



최근 누구나 걸린다는 코로나에 걸렸다. 증세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2~3일 정도 열이 있고, 몸살이 있었다. 기침, 가래 등등 보통의 감기 정도 증상이었다. 거기다 이틀 정도 푹 자고 나니까 그다지 증상도 없었다. 아내가 아기를 보고 있고, 아기는 (당연히)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아기가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이었다. 아내는 아직 걸리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우리 집 문간방에 1주일간 갇힌(?) 신세가 되었다. 최소한의 이동, 즉 화장실만 왔다 갔다 하고 아내가 넣어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1주일을 살았다.






부득이 어떠한 외부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내심 평소에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한 일을 많이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조금 있었다. 조금 쉰 다음에, 블로그 글도 많이 쓰고 소설도 좀 쓰고, 유투브도 하나 정도 녹화하고..하는 대략의 생각을 했다. 사실 사무실 업무도 급히 해야 할 게 몇 가지 있긴 했지만, 그걸 하고 나서도 시간이 좀 남고 저녁 시간이 있을 테니 충분히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7일 동안 그다지 한 게 없다.





블로그 포스팅은 겨우 1개 했을 뿐이며, 회사 업무만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을 2가지 정도 했다. 해야 할 발표 자료 만드는 것은 1주일간 결국 다 하지 못하고 이틀 정도 더 해서 오늘 겨우 완성했다. 책은 반 권도 읽지 못했다. 자가 격리가 4일 정도 이어지자 나도 모르게 엄청나게 나태해졌다. 새벽까지 유투브로 드라마를 봤고, 아침을 먹고 다시 누워 뒤척이다가 12시쯤 일어나기도 했다. 평소엔 어떻게든 해내던 새벽 기상은 전혀 못했다. 그냥 예전에 방학이 되면 완전히 무너지던 대학생 때 모습 그대로였다. 살도 꽤 쪄서 제대 후 최고 몸무게에 이르렀다.






사실 인터넷을 살펴보면 자기계발, 자기관리를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몇 백일 연속으로 새벽기상을 하신 분, 1년에 책 백권 읽으신 분 등등.. 사실 나도 한번쯤은 그런 영웅적인 포스팅을 해보고 싶지만 실상은 이러하다. 아마 인터넷을 뒤져보면 일주일 자가격리 기간 중에 폭발적인 생산력을 발휘하신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나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하고 적잖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좋은 습관을 기르고, 나쁜 습관을 끊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 prophsee, 출처 Unsplash






최근에 습관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습관이 고착화되면 고치기 매우 힘들며,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습관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책에 나온 단어를 쓰자면 작은 승리를 모아가면 일정시간 이상 지났을 때 엄청난 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신호와 반복, 행동과 보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들로 습관이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들을 적절히 통제하면 좋은 습관은 키우고 나쁜 습관은 버릴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마이크 펠프스 처럼 습관으로 승리자가 된 사람의 사례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가슴에 와닿았던 건 습관 통제에 실패해서 인생이 완전히 무너진 사람들이었다. 런던 지하철 조직이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대형 화재를 불러 일으킨 것, 소통이 부재한 병원이 각종 의료 사고로 무너진 사례.. 특히 미국의 한 중년 여성이 도박 습관을 이겨내지 못해 모든 유산을 잃고 패가망신한 사례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도 단 일주일이지만 나쁜 습관이 몸에 배어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며, 멍하니 유투브를 보고, 새벽까지 자지 않고, 새벽은 고사하고 아침에도 일어나지 못하며, 해야 할 사무실 일조차 미뤄버리는 모습.. 이런 생활이 이~삼주만 이어지면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물론 정도는 다르겠지만 도박이나 마약으로 패가 망신한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소름이 끼쳤다.






오늘은 주말이지만 내가 집에 있는 것이 아기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억지출근(?)을 했다. 지하철을 타러 오니 평소에 하던 루틴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즉, 경제 신문 3페이지를 보고, 책 두 구절을 필사해서 sns에 적고, 책을 조금이라도 읽고.. 내가 지하철을 타면 하던 루틴을 하게 된 것이다. 집에 혼자 있을 땐 전혀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무실에 나가서 일할 때보다 책을 훨씬 적게 읽은 것이다. 사무실을 다닐 때는 최소한 지하철에서 몇 십 페이지씩 책을 읽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자 나에게 다른 신호를 보냈고, 즉시 예전 습관이 살아난 것이다.






우리는 학생 때 방학 때나 휴학을 하면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처럼 느낀다. 회사를 다니다가 휴가를 맞이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생각한 것의 반의 반도 다 못 마치고 그 기간이 끝나버린다. 차라리 바쁠 때 짬을 내서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아마 삶의 전체적인 텐션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틈틈이 하는 일도 잘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내가 격리기간을 망친 이유는 아래 세 가지다.






1. 면밀한 계획이 없었다.


이 정도를 하자.. 정도지 몇 일엔 뭘 하고 무슨 요일에 뭘 하고.. 하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일주일 계획을 세워서 적어 놓았어야 했다.






2. 평소 힘들었던 것 내지는 병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동했다.


이런 격리도 휴가처럼 느껴져서 쉬고 싶다는 보상 심리가 발동했다. 더군다나 ‘병에 걸렸으니 나는 좀 쉬어도 돼’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일을 하게 된다. © arlington_research, 출처 Unsplash


3. 나를 쳐다 보는 눈이 없었다. 즉, 눈치 볼 사람이 없었다.


이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비싼 돈 내고 사무실에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다. 사무실에 나간다는 건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에게 ‘나는 일하러 간다’고 하는 선언에 가깝고, 이것을 위해 비싼 임대료까지 지불한다. 그러니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에 나가면 (다른 사무실 사람들이긴 하지만) 나를 보는 눈이 있다. 그러니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집에 있으면? 더군다나 격리 상황이라 문도 절대 열리지 않는 방 안에 혼자 처박혀 있다면?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는다. 그러니 저절로 느슨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급하게 마감해야 할 일도 없었다.






4. 계속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분위기 전환이 안 되고,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졌다.


만약 휴가라서 가끔 동네 카페나 스터디 카페라도 가서 분위기를 전환 시켰다면 아마 조금이라도 일을 더 했을 것이다. 사람은 분위기를 바꾸면 심기일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격리라 방에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리고 밥 먹고, 잠자고 하는 것도 한 공간 안에서 계속 이어지다보니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어져버렸다.






5. 내가 유투브 등의 영상 매체에 취약했다.


최근 드라마, 예능 등을 전혀 안보다가 오랜만에 보니 상당히 재밌었다. 이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예 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사람은 위기라고 느끼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 seanbenesh, 출처 Unsplash





6. 지금 상황 정도면 괜찮다는 안일한 현실인식이 있었다. 쉽게 말해 위기 의식이 없었다.


난 지금 다음 일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예전 일의 잔금이 남아 있고, 자잘한 일도 있긴 하지만 결국 일을 찾아야 한다. 이것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 부족했다.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고, 행동하게 된다.






이상이 내 분석이자, 반성이다. 이것들을 조금 돌려 생각하면, 앞으로 생산성을 높일 다음과 같은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한달, 일주일, 하루를 시작할 때 최대한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주 피드백한다. 


일이 잘 안되면 환경을 바꿔본다. 


주변사람에게 내가 하는 일을 밝히며, 목표를 선언하며, 최대한 공개된 환경에서 일한다.


 넷플릭스 등에 가입하지 않고, 귀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유투브를 켜지 않는다. 켜더라도 자기계발, 경제 등 철저히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만 본다. 


정확히 현실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처럼 영웅담을 쓰긴 힘든 타입인 것 같다. 그만큼 스스로 완전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 말고 만약 격리 기간을 나태하게 보내서 괴로워하는 분이 계신다면 이 글을 보고 위로를 얻으시길 바란다. 그런 사람이 상당히 많고, 그게 정상일 수도 있다. 일년 50주 중에 한 주 정도 좀 늘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다음 주 부터는 정신 차리고 달리자. 나쁜 습관이 몸과 정신을 침식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blog.naver.com/ratm8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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