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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사옥_푸하하하 프렌즈

by 글쓰는 건축가

http://fhhhfriends.co.kr/4497


푸하하하 프렌즈는 내가 오래전부터 주목해왔던 건축가들이다. 나와 비슷한 연배인데다가, 팀원 중 한명을 건축사학원의 같은 반에서 만났던 인연이 있다(물론 그는 나를 모를 것이다. 수백 명 중에서 설마 나를 기억할까?). 세 명이 같이 대형사에서 출발해서 소형 아틀리에를 직접 창업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꽤나 흥미 있게 읽을 만한 것들이 많다.


그들의 작업은 하나같이 완성도가 높고 좋은 시도들을 해왔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것들이 많지만,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물은 어라운드 사옥이다.

사실 이 건물은 처음 보았을 때 어떻게 생긴 건물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떤 방향에서 본 사진은 종잇장같이 날카로운 모서리만 보이고, 어떤 방향에서 본 사진은 제법 넓은 면이 층층이 물러선 모습이라 전체적인 모습이 짐작되지 않는다. 3d 로 된 모델링이나 다이어그램을 봐야 그제서야 아.. 이렇게 생긴 거였구나 하는 감이 온다. 심플하게 보면 삼각형 대지의 땅에 삼각기둥 형태의 메스를 세우고 2층 단위의 3개 메스를 각각 1.2미터씩 밀어낸 것이다. 말로 설명하니 간단한 것 같지만 이 좁은 땅에, 기둥 하나 없이 삼각형의 건물을 이런 컨셉으로 온전히 구현해 낸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마 1.2미터를 세 번 반복한 3.6미터라는 수치는 주어진 대지에서, 구조적인 여건을 만족하면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치일 것이다. 거기다 형태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하단부에는 최소한의 벽만을 두었다. 그로 인해 층층이 물러나는 메스는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대지 건폐율에 맞는 삼각형 메스를 그대로 쭉 쌓아올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한 해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측의 테라스와 채광, 형태적 긴장감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러한 디자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형태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이 전략은 완전히 성공했다. 사실 난 최근에 본 건물 중에 이 정도의 다이나믹함을 보여준 건물을 본 적이 없다.

두 번째로 타일을 선택한 외장처리가 눈에 띈다. 사실 타일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외장재로 잘 쓰이지 않는다. 탈락의 위험성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 재료를 다루는 감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일본에서 생산된 좋은 품질의 타일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형태요소가 강한 건물에서 어떤 외장을 쓸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가장 쉬운 해법은 노출콘크리트나 외단열(스타코)계열의 외장재 정도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중성적인 외장재가 형태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들은 또 한번 다른 걸 해보겠다는 ‘고집’과 ‘센스’를 보여준다. 모눈종이와 같은 타일은 건물에 강한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조형적인 형태와도 잘 어울린다. 외장재 선택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젊은 건축가상의 도록에 쓴 그들의 글을 보면 강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계단의 유효폭 900미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칼까지 제작해가며 타일을 하나하나 모따기 했던 이야기를 하며 설계와 시공에서 보여주었던 그들의 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과연 이정도의 열정과 집요함을 가지고 임하였던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평면은 구할 수 없어서 짐작할 수 밖에 없지만, 이러한 형태로 평면을 풀기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가뜩이나 좁은 건물에서 계단은 벽에 바짝 붙이는 수밖에 없는데, 1.2미터씩 밀려난다면 위층에서 벽 주변에 계단을 내더라도 아래층에서 벽 주변이 아닌 방 중간에 계단이 떨어지게 되고, 계단 바깥쪽 공간은 애매하게 쓰기 힘든 공간이 되어버린다. 도록에서 밝혔듯이 마감재, 단열재 등을 모두 감안하여 계단을 만드려면 설계와 시공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의 한국 건축계는 노련한 기성 건축가들보다 참신하고 패기 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던 도심의 구석구석에서, 반짝거리는 아이디어와 센스, 열정 넘치는 디자인으로 무장한 건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중에 푸하하하 프렌즈는 단연 돋보이는 건축가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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