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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건축 _ ANNE HOUSE

by 글쓰는 건축가

http://designseoga.com/?portfolio=anne-house-incheon%ef%bd%9c2016


서가건축은 젊은 건축가 그룹 가운데서 노련하고 완숙한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는 설계사무소다. 포트폴리오를 보면 2011년부터 시작된 작업들이 있기 때문에 마냥 젊은 건축가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최근의 작업들을 보면 벽돌을 기반으로 한, 잔재주 없이 메스의 간결함을 추구하는 그들만의 스타일이 정확하게 구축되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상가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했던 프로젝트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anne house인데, 이 건물을 기점으로 그들의 스타일이 좀 더 확실하게 정립된 느낌이다.

건물은 인천시 구월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전형적인 택지개발지구의 지구단위계획구역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개발된 필지들은 보통 네모반듯하게 잘 정리되어 적정한 면적을 가지기 때문에 설계가 비교적 용이하고 주변 대지와의 분쟁 등이 적은 편이다. anne house가 들어선 필지는 남쪽으로 도로를 면하고 북쪽으로 다른 필지를 면하기 때문에 일조사선에 대해선 다소 불리하지만 모서리 땅이기 때문에 도로에 접하는 면이 많아서 1층에 근린생활시설에서 볼 때는 좋은 조건이 된다.

최근에 노후대비 혹은 수익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가주택은 비교적 구성이 정형화되어있다. 1층에 카페나 편의점 같은 근린생활시설, 2~3층엔 원룸이나 투룸 정도의 임대세대, 4층엔 다락을 포함한 주인세대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 다가구 혹은 다세대로 용도가 구분되고, 보통 다가구일 경우 4층, 다세대일 경우 5층이 되는 등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 1층에 카페 등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서 층고를 높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가구 혹은 다세대 주택은 다른 용도에 비해 주차대수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1층은 필로티를 포함해 많은 부분이 주차로 활용된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주거지역의 일조제한 법규 를 적용하고 거의 모든 건축주가 원하는 용적률을 최대로 찾아먹는 형태를 찾게 되면 설계가 거의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단조로운 주거공간을 극복하기 위해서 복층 혹은 테라스 공간(일조로 인해 잘려나가는 북측면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준다던지 하는 시도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다.

이런 제한된 환경 가운데서도 매력적인 건물을 만드느냐, 아니면 어디에서나 볼 법한 건물을 만드느냐에 따라 건축가의 역량이 갈리게 된다. anne house는 다양한 창 디자인과 복층공간, 사선을 통한 입면 디자인 등으로 단조로움을 극복했다. 우선 외견으로 보이는 재료는 벽돌이다. 이 건물을 지은 건축주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chang711122)를 보면 건물을 지을 때 겪었던 자세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데, 시멘트 벽돌 중에서 좋은 품질의 것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멘트 벽돌은 벽돌 중에서도 비교적 싼 재료지만, 단정하고 간결한 쌓기 방식으로 마감하여 메스와 잘 어울린다. 지붕재로 활용한 골강판이나 선홈통 등의 디테일들도 전체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려서 건축가가 고심 끝에 고른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외부 천장재로 사용한 목재는 자칫 삭막할 수 있는 건물 외관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합판 재질로 보이는 목재는 실내 공간에도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실내외 천장에 목재를 활용하는 것 역시 서가건축의 특징 중 하나인데, 스테인 처리 등을 잘 해서 유지관리를 잘 하는 것이 포인트가 될 것이다.

내가 이 건물 디자인에서 주목한 부분은 크게 정면 파사드의 처리, 입면에서 사선벽의 적절한 활용과 상부 테라스 측벽 등이다. 우선 4층 주인세대의 다락 공간 확보를 위해서 경사지붕의 선택은 필수적이었을 것 같은데(다락에서 경사지붕이 가중평균제한 1.8m로 평지붕의 1.5m보다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사실 이 건물은 정면에서 보기에 경사지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조감에서 본 사진을 보아야 경사지붕임을 인지할 수 있다. 짐작컨대 정면에서 보이는 지붕의 각도를 미묘하게 조정해서 평지붕 건물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 같다. 이로 인해 거리에서 볼 때 정면 파사드의 디자인을 좀 더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 2~3층에 걸쳐진 테라스와 1층 측면의 사선벽 처리인데, 건축주의 블로그를 보면 1층 모서리의 벽은 원래 온전히 유리였다가 건축가의 주장으로 사선형으로 도려낸 솔리드 벽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확실히 유리로만 쭉 돌렸다면 다소 삭막했을 외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상부 테라스의 측벽은 사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쉽게 볼 수 없는 디자인인데 테라스에서의 시선은 다소 가려질 수 있겠지만 입면에서 볼 때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평면 자료를 구할 수 없어서 내부 구조는 사진을 보고 짐작해볼 수밖에 없었다. 복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주거공간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언급한 나무재질의 적극적인 활용과 더불어 확실히 단층의 아파트에서 보지 못한 풍부한 공간들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의 젊은 건축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분야 중 하나가 이 상가주택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주목하고 자주 참고했던 사례가 이 anne house이다. 건축주의 경제사정과 적절한 시공품질, 건축가의 디자인 성취를 모두 만족시키는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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