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A 건축사사무소_통의동 브릭웰
http://societyofarchitecture.com/project/tongui-dong-project/
바야흐로 ‘벽돌’의 시대다. 소규모 건물의 마감재로 벽돌이 지금만큼 각광받던 시대도 없었던 것 같다. 벽돌 특유의 따듯한 느낌, 작은 조직이 모여서 점묘화를 이루는 듯한 구성,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시공 방식 등 벽돌을 규정짓는 특징들이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벽돌은 지금 가장 유행하고 있는 건축 마감재이다.
하지만 벽돌이 처음부터 마감재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철근 콘크리트가 발달하기 이전, 벽돌은 그 자체로 구조재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마감재, 치장재로 역할을 전환했다. 시대의 변화, 기술의 변화가 재료의 성격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치장재가 된 벽돌은 이제 구조체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쌓기 방식을 통해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벽돌과 벽돌을 조금씩 띄워서 쌓는 공간쌓기(영롱쌓기), 벽돌의 일부분을 돌출시키는 내어쌓기, 사선형으로 기울여서 쌓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SOA 건축의 강예린, 이치훈 건축가는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공모에서 갈대로 만든 파빌리온 ‘지붕감각’으로 우승해서 유명해진 건축가 팀이다. 그들의 최근작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통의동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 브릭 웰(BRICK WELL)이 그것이다.
브릭은 벽돌, 웰은 우물이라는 뜻이다. 건물을 상징하는 대표 재료인 벽돌과, 건물을 상징하는 원형의 빈 공간을 표현하는 우물이라는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이 두 가지 단어를 통해서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선 벽돌이다. 벽돌은 구조재로 쓰이든, 마감재로 쓰이든 단단해 보이는 물성을 가지는 재료다. 수평을 맞춰 벽돌을 놓고 그 위에 몰탈을 놓고 다시 벽돌을 쌓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빈 틈이 없고, 하나의 단단한 메스처럼 보이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조금씩 흐트러트리기 시작한 것이 영롱쌓기라고 불리는, 공간을 띄어서 쌓는 방식이다. 이것 또한 단순히 벽돌 하나 하나를 일정하게 띄는 방식에서 2개 혹은 3개의 벽돌을 띄는 방식 등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브릭 웰에서는 이것을 또 한 단계 발전시켜 그라데이션을 시도했다. 즉, 중앙에서 가장 간극이 넓고 위 아래로 갈수록 간극이 좁아지는 형상이다. 밤이 되면 빛이 새어나와 탄성을 자아내는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인 상부 갤러리 공간은 옥상 마감에 벽돌을 적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철골부재에 벽돌을 매달고 실제 외부 마감은 유리 온실처럼 처리했다. 사실상 벽돌을 천장 장식재처럼 활용한 것인데, 비용은 훨씬 많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화려한 벽돌 패턴이 만들어내는 내부공간은 그것을 상쇄할 정도로 압권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벽돌이 아니다. 일반적인 벽돌보다 훨씬 얇고 넓직한 데다가, 모르타르를 쓰지 않고 PVC간격재에 철근을 통과시켜 벽돌면을 만들었다. 사실 PVC 간격재와 철근 보강은 영롱쌓기를 제대로 한다면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얇고 넓은 벽돌은 국산 제품 중에선 정말 보지 못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본 바에 따르면 스페인산 제품이라고 한다. 이 벽돌이 외벽, 지붕마감은 물론이고 외부 천장재로까지 활용되어 전체 건물의 통일성과 고급스러움은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벽돌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이 건물은 근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을 시도하고 실현해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벽돌이라는 재료를 극단적으로 치장재, 혹은 의장적인 요소로만 활용하는 것이 과연 시공상, 비용상 적절하고 효율적인 지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영롱 쌓기를 적용할 때 설계자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사실상 마감을 두 번 하게 된다는 점이다. 영롱 쌓기를 하면 외기가 그대로 통하게 되어 벽돌이 온전히 장식적 역할만 하게 되기 때문에 내부에서 유리 등의 마감재를 한 번 더 대줘야 한다. 거기다 야간의 화려한 효과를 만들기 위해선 거의 필수적으로 유리로 마감해야 한다. 그런데 이 유리라는 것이 열 효율상 아무리 좋은 제품을 써도 벽체보다는 불리하다. 거기다 영롱쌓기는 벽돌을 온전히 쌓아나가는 방식이 아니라서 벽돌 내부에서 철근 등으로 보강을 해줘야 안전하고, 그렇다 해도 일반쌓기보다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사실 이렇게 하지 않고 몰탈로만 쌓아서 위험한 현장도 많다). 쉽게 말해 비용면에서도 비싸고, 열효율상으로도 불리하며, 안전상으로도 좋지 않은 영롱 쌓기는 순전히 내외부에서의 화려한 효과 때문에 적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건물의 경우, 건축주과 건축가는 비용의 증가와 기타 불리한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벽돌의 의장적인 가능성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것에 동의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건물이 탄생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건물의 중심에 자리한 우물은 일반적인 근생 건물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거의 모든 건축주는 단 1제곱미터의 공간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건물의 건축주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건물 주변의 백송 터에 대응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물의 중심을 과감히 비우자는 건축가의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그 우물 밑에서 올려다 보는 건물의 풍경은 이 건물의 또 다른 자랑이 될 것 같다. 하늘로 열린 거대한 원형의 실루엣과 현란한 철제 난간의 패턴, 그를 둘러싼 영롱쌓기의 벽돌 패턴들이 어디에서도 쉽게 보지 못할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은 연못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이런 공간을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양보한 이 건물은 공공적인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나는 SOA의 작업들을 보면서, 건축 재료들을 가볍고 투과가 가능하도록 처리해서 마치 파빌리온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초기작인 ‘지붕감각’이야 실제로 파빌리온이었으니까 말할 것도 없지만, 최근에 완성된 신촌 청년 문화 전진기지 또한 금속재의 바람개비 같은 조형물들로 건물을 뒤덮었고 스튜디오 M에서도 영롱쌓기로 그라데이션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만큼, 설치작업에서의 경험들이 건축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물론 재료의 단단한 물성을 살린, 메스감이 느껴지는 작업들도 있지만 창호부분의 처리 등에서 앞서 말했던 ‘가볍게 처리하는’ 성향들이 느껴진다. 반면에, 예전에 소개했던 ‘서가건축’의 작업은 같은 벽돌을 사용하더라도 주로 메스의 단단한 덩어리감을 부각시키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단순히 벽돌이 유행이라고 해서 젊은 건축가들이 너도 나도 비슷비슷하게 ‘예쁘장한’ 건축물들만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들이 벽돌이라는 재료를 그렇게 쉽게 다루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생각과 철학을 담아서 치열한 고민 끝에 결과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벽돌이란 재료를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SOA 또한 이 정도의 완성도를 지닌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실험과 협의, 조율을 거쳤을 것인가. 우리나라의 젊은 건축가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가능성들이 척박한 현실이지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선두에 SOA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