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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섬세한 건축물의 등장

동심원 _ 소수건축사사무소

by 글쓰는 건축가

http://sosu2357.com/projects/000


소수건축은 최근 주거 부분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분명히 유행을 타고 있는 재료이긴 하지만, 벽돌을 이용한 다양한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영롱쌓기라고 하는, 창호나 테라스 등의 열린 공간을 뒤에 두고 공간을 두고 벽돌을 쌓아 올라가는 방식 또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들은 사무실에서 아이소 핑크 등을 활용해서 직접 쌓는 방식을 실험하면서 다양한 패턴들을 보여주는 특별함을 보여준다. 선홈통을 대책 없이 벽돌 안으로 숨겨 넣기 보다는, 외부 디자인 안에 녹아드는 하나의 요소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집요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엔 석재를 활용하여 창호 주변에 루버를 설치한 작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내가 살펴보고자 하는 작품은 그들이 거의 처음으로 주목받은 다세대 건축물인 ‘동심원’이다.

건축가들이 밝히는 대로 이 건물의 디자인 가이드 라인은 ‘법규’다. 주거지역에서 일조사선제한은 건축가들이 극복해야 할 제1과제이다. 최대한의 용적을 ‘뽑아내야’ 하는 건축가들이 일조사선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사선을 따라 계단식 메스를 만들거나 아예 사선형의 메스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은 계단식 메스형태를 띄고 있다. 조잡한 창호를 붙인 불법적인 증축 등을 고려해서 이런 형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지저분해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소수건축의 ‘동심원’은 법규의 사선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인 메스 형태이다. 전체적인 메스 형태로 보아 후면부 뿐만 아니라 측면부에서도 사선제한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당히 불리한 대지 조건인데, 설계하는 입장에서 두 면에서 사선제한을 받으면 설계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급격하게 쓸 수 있는 면적이 줄기 때문이다. 계단을 놓을 장소도 제한된다. 하지만 이 건물을 설계한 소수건축은 사선면에 합판, 타일 등의 다양한 재료들을 적용하여 디자인 요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선형의 메스가 디자인적으로 유리한 것은 단순하고 정리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시공의 편의 등을 위해 계단식 메스를 적용했다면 지금의 단정한 인상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건물은 모형이나 3D로 인식하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이 인상이 꽤 다르다. 정면에서 보는 위아래로 길쭉한 형상의 파사드가 전체 건물의 인상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면으로만 본 인상으로는 후면의 일조사선에 의한 사선형 지붕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넓은 정면을 정리한 전략은 창문의 깊이감을 최대한 강조하는 것과 ‘영롱쌓기’라고 불리는 쌓기 방식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건축가는 다섯 가지 쌓기 방식을 적용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 모두 파악하기 쉽지 않다. 다만 전통적인 영롱쌓기와 뒤가 채워진 ‘패턴형’ 영롱 쌓기 두 가지를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호 주변에는 철판을 활용한 후레싱을 둘러서 깊이감을 강조하고 디테일을 정리했으며, 벽돌은 두라스텍의 와이드 벽돌을 활용해서 다양한 쌓기 방법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지금은 와이드 벽돌이 워낙 유행해서 주택단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유사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 ‘동심원’이 나오고 나서 훨씬 더 유행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와이드 벽돌 초창기에 등장한 건물이라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건물의 하단부는 노출콘크리트와 아연도 철판 C형강으로 이루어진 천장재로 구성되어 있다. 벽돌 건물의 하단부를 노출콘크리트로 처리하는 방식은 건축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의 경우 1층은 필로티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둥이나 벽만 들어서는 경우가 많고, 여기까지 벽돌마감을 하면 기둥이나 벽의 두께가 두꺼워져 주차대수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벽돌 하단부 인방 처리 문제까지 더해져 노출콘크리트 골조 마감으로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에 벽돌과 관련한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켄틸레버 상단을 별도의 인방 없이 바로 벽돌로 시작해서 쌓아나갈 경우 필수적으로 금속재의 앵글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을 가릴 별도의 디테일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동심원의 경우 기둥벽을 안쪽으로 살짝 기울이는 디테일을 적용해서 상부 메스와 디자인적인 통일감을 주었다. 주차장 천장재의 경우 무엇을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일반적이고 저렴한 smc 천장재를 지양하고 실험적으로 반사재질의 아연도 철판재료를 활용했다. 거리의 풍경을 다양하게 비추기 위함이라는 설명인데, 특이한 느낌이 나는 건 분명하지만 다소 인테리어적인 접근이 아니었나 싶다.

내부 구성은 상당히 컴팩트하다. 주차장 확보를 위해 계단부를 구석으로 최대한 몰고, 엘리베이터는 생략했다. 좁은 대지에서 층당 한 세대(4,5층과 다락 1세대, 총 3세대)를 넣고자 하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세대별로 다양성을 주고자 하였지만, 구조벽을 동일하게 올라가야 하다 보니 2층과 3층은 거의 유사한 평면이다. 2층은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실 구성을 했고 3층은 전면의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평면을 구성했다. 2층은 거실에 문을 달아 필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3층은 주방과 식당에 평상을 놓아 활용하게 한 점 등이 특징이다. 4,5층과 다락이 또 하나의 세대인데, 아무래도 수직동선인 계단 확보를 해야 하고 일조 사선으로 메스가 잘려나가다 보니 실제 활용 면적이 적어지는 단점이 있다. 매 층을 거의 통으로 크게 활용하고, 계단과 천장재료 등에 적절한 포인트를 주어 디자인적으로 특징을 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외부와 내부에 적절하고 감각있게 디자인한 사이니지들이 건물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건물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하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동심원은 건축가들의 말대로 그야말로 ‘정성스럽게’ 디자인된 느낌의 다세대 주택이다. 계단 난간이나 사이니지, 타일 마감 등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만큼 건축가의 초기작으로서 무언가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강한 의지, 간절함, 열정들이 느껴진다. 구도심 풍경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은 그동안 성의 없는 집장사집의 대명사였다. 덕지덕지 붙은 돌마감과 스테인레스 난간, 불법 증축을 위한 계단식 메스 등이 그들을 대변하는 것들이었다. 열정과 재능을 겸비한 젊은 건축가들이 이 건축물들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동심원으로 시작한 소수건축의 주거 건물들은 석재 등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더더욱 실험성과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앞으로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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