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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로 입면을 구성한 빌딩 스케치

by 글쓰는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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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이다. 나도 알고, 너도 알고, 건축계 모두가 알고 있다.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건 당연히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다.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건축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일이 없으면 프로젝트가 없다. 그럼 스스로의 감각 내지는 언어를 가다듬을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가다듬고 칼을 갈아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건물은 직각으로, 네모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수직 수평 직각으로만 하면 그것이 식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위 걸작이라고 불리는 것들 중에도 이것만 활용한 것들이 많다. 차고 넘친다. 즉, 식상한 것들 중에서도 세밀하게 자신만의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건물 역시 일반적인 그리드 패턴이지만, 슬라브와 설비를 생각해서 수평을 두껍게, 수직을 얇게 처리했고 정면과 측면의 비례를 약간 다르게 했다. 이러한 미묘한 시도들 그리고 세밀한 감각이 디자인의 차별성을 가지고 오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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