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설계를 잘하는 것일까?'가 의문이었다. 단순히 많이 만들거나 멋지게, 예쁘게 만드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교수님들 말씀도 알쏭달쏭하고, 잘한다는 선배들 것들을 봐도 딱히 뭐가 뛰어난지 모르겠으니 헤매는 게 어찌보면 당연했다.
나름대로 실무를 하고 내 이름이 박힌 건물이 올라가도 그 의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확실한 건 이제 건물로 뭔가 보여줘야 인정받는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멋진 것, 완성도 있는 것을 만들어야 인정받는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런 기회를 어찌 만들어야 할지 그런 완성도를 어찌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일 수도 있고, 세월이 해결해줄 문제이니 때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난 아직도 부적하다고 느껴지니 오늘도 한 장을 그려본다.
일본에 다녀온 뒤로 뭔가 섬세하고 세장한 처리가 멋져 보인다. 유리의 클리어한 큐브를 솔리드한 프레임이 감싸는 건물을 생각해보았는데, 아주 단순하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다. 유리부분을 섬세한 루버 패턴으로 감싸도록 하여 입면 요소로 활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