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적절한' 정도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플한게 좋다고 단순하게 해버리면 단조롭고 심심하다고 비판받는다. 그렇다고 디자인 요소를 많이 줘서 풍부하게 만들면 복잡하고 정신없다고 비판받는다. 결국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서 '적정선'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적정선이 누군가에게는 '단순'쪽에 좀 더 치우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복잡' 쪽일 수도 있다. 난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단순 쪽으로 기울어진 듯 하지만 이것조차 누군가에게는 '복잡'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축을 가지면 세상 어떤 건축물이라도 비판할 수 있다. '이건 너무 단순해' '이건 너무 복잡해' 라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기는 어렵다.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전에 내가 만족할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내가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