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남양성모성지를 방문하고 그 대공간이 주는 임팩트에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저 빨간 벽돌이나 쓰는 건축가인줄 알았던 마리오 보타가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쓰는 건축어휘들은 빨간 벽돌 만큼이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그 기본이 모여 현란한 현대 건축이 결코 보여주지 못하는 깊이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 작은 주택은 그가 30대 초반에 했다는 초기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스와 공간, 평면을 다루는 완숙한 솜씨를 보여준다. 길쭉한 메스를 크게 두 개로 나누고 브릿지로 연결한다. 브릿지에 서면 주변 환경을 조망할 수 있다. 그 주변에 테라스들을 설치하고 그 주변으로 개구부를 집중시켜 채광과 환기를 해결한다. 전면에서 보이는 개구부는 극도로 제한적이다. 그로 인해 (일반인이 보기에) 다소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정돈된 입면을 만들어 낸다. 좌측 메스는 퍼블릭한 거실, 우측 메스는 프라이빗한 침실을 둬서 프로그램을 분리하고,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수록 프라이빗한 프로그램이 오도록 구성했다.
정돈된 메스 안에 평면 구성을 치밀하게 하여 무언가 꽉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러면서도 입면에서는 열쇠구멍같이 얇고 깊은 개구부, 회색과 붉은 색이 반복되는 줄무늬 등 자신의 시그니쳐 어휘들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의 작품을 보면 '과연 자기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라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타고난 재능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난 비록 평범한 범재에 가깝지만, 노력하는 것만은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이현세의 말대로 (그가 쓴 '천재를 이기는 방법'이라는 글이 있다) 우직하게, 지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더 나아가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만이 내가 가진 유일한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