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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Nov 07. 2024

A자 텐트 형상의 건물 스케치


나는 건축가로서 어울리는 사람인가? 스스로 물어볼 때가 있다. 아니, 자주 한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지식이나 센스, 역량 뿐 아니라 성향에서도 그런 고민을 한다. 사실 건축가라는 직업은 무척 치밀하고 꼼꼼하고 집요해야 한다. 특히 '집요'하다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마치 흑백요리사에서 끝까지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셰프들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엔 효율성과 현실성을 중시하고, 이 정도에서 끊고 가자.. 라는 판단도 자주 한다. 그리고 현장이나 다른 회의에서도 사람과 싸우는 것이 싫어서 양보할 때도 많다. 이런 성향들이 과연 건축가와 맞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냥 나 같은 건축가도 있다..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너무 예술가나 장인 쪽이라기보다 약간의 사업가 내지는 생활인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하기야 나 정도만 되도 충분히 예술가 장인스럽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업계에는 나보다 훨씬 독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약간은 '순한 맛 건축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정도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곰탕처럼 순한 맛 속에서 깊은 맛을 끌어내면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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