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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조형감과 메스감을 가진 보석같은 건축물

통영문화동 이타라운지_이소우건축

by 글쓰는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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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souaqui.com/ita-lounge


국토부가 선정하는 '젊은 건축가상'은 매해 많은 서건축가들이 주목하는, 신인급 건축가들을 위한 대표적인 상이다. 나도 작년에 젊은 건축가상에 관한 글을 썼었다.

올해의 수상자는 BUS건축(박지현,우승진,조성학), 지요건축(김세진), 온건축(정웅식)이다. 사실 젊은 건축가상의 낙선자들을 보면 '와, 이 팀은 도대체 왜 떨어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숙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팀들이 있다. 너무 수준이 높아서 기성건축가로 봐야할 수준이라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지금 언급하고자 하는 김현수 건축가(이소우건축) 역시 올해 탈락자이다. 하지만 그 수준이 워낙 뛰어나 수상자들보다 내가 오히려 더 주목하는 건축가가 되었다.


사실 김현수 건축가는 예전부터 부산 오페라 하우스, 세운상가,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등 큼직한 현상공모전에서 순위권에 입상하여 '이런 분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더군다나 서울의 유명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해외로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님에도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으로 승부하는 모습에서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제는 실제로 구현된 건물들을 통해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건축가의 특징 중 하나는 창원, 마산, 통영, 울산 등 경남권을 바탕으로 주로 활동하는 '지역건축가'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젊은 건축가들이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과는 대조적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 안도가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건축가였다는 점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고 작업물들이 특별히 지역성을 띄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현상설계안들이 다소 급진적이고 전위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하면, 실제로 구현되는 건축물들은 많이 절제되고 정제된 느낌이다.


김현수 건축가의 또 다른 특징은 알바로 시자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김준성 건축가의 hANd+에서 일하고, 미메시스 미술관 설계에 참여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실무작업 속에서 시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국내 건축가들 중에서 시자의 추종자임을 자처하는 분들이 제법 많은데, 대표적으로 김종규, 김준성, 김수영, 윤태권 건축가 등이 있다. 특히 김수영 건축가는 자신의 건축에서 꽤나 직접적으로 시자의 어휘들을 구사하고 있는데, 김현수 건축가 역시 약간의 자기화 과정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영향이 분명히 드러난다.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이타라운지의 경우도 가로로 긴 장방형 메스를 기둥벽체 위에 태워 부유시키고 가로로 긴 창을 낸 것, 중정부에 매우 감각적인 노출콘크리트 곡면벽을 만든 점 등이 시자의 영향을 받은 어휘들이라고 보여 진다.


김현수 건축가의 작품들은 신인급의 건축가가 지방에서 구현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의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중에서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건물은 최근에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이타라운지다.


우선 이 건물의 용도는 카페와 숙박시설이다. 1층은 카페, 2층은 숙박시설로 계획한 듯 하다. 하지만 2층 숙박시설은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못한 듯 하고, 1층의 카페만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겉에서 보이는 외관은 시자의 Municipal Library of Viana do Castelo와 유사해 보인다.

https://www.archiweb.cz/en/b/mestska-knihovna-viana-do-castelo-biblioteca-municipal-de-viana-do-castelo


공사 전 대지 사진을 보면 경사가 심해 이를 조정하기 위한 석축이 만들어져 있다. 건축가는 이 레벨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장방형 메스를 띄우기로 한다. 부유하는 메스 아래 여러 개의 기둥 벽을 설치하고, 땅에 묻히는 공간을 카페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 기둥벽 사이사이로 상당히 드라마틱한 공간이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중에서 찍은 건물 배치 사진을 보면 전체 건물 메스가 마치 피아노와 같은 형상을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다소 트렌디한 선형을 따라간 느낌도 있지만 곡선과 직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건축물의 백미는 내부 중정이다. 완만하게 휘어지는 곡면이 매우 감각적인데, 역시 시자의 미메시스 뮤지엄,THE BUILDING ON THE WATER, 김준성의 미메시스 아트 하우스 등을 연상하게 한다.

https://www.archdaily.com/78936/mimesis-museum-alvaro-siza-castanheira-bastai-arquitectos-associados-jun-sung-kim

https://www.archdaily.com/541173/the-building-on-the-water-alvaro-siza-carlos-castanheira

https://www.handplus.kr/#/mimesis-house/

이 중정은 계단과 연계되어 이어지는 관람석과 어우러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공연장을 만들어낸다. 방문객들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보면, 카페 자체는 좁은 감이 있지만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피아노 공연에서 그것을 충분히 상충할만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특별한 체험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레벨의 외부공간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동선이 옥상공간까지 이어지는 ‘건축적 산책로’ 또한 이 건물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요소이다. 건물을 둘러싼 다양한 방향의 출입구와 여러 레벨들은 설계를 풀어내기에 힘든 조건이었을 법 한데, 그것을 오히려 건물을 풍부하게 풀어내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건축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건물의 주 재료는 노출콘크리트와 벽돌이다. 정면의 파사드에 두 가지 재료를 적절히 조합해서 이 건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벽돌은 마치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내듯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진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 색깔을 민감하게 골라서 이런 느낌이 나는 건지, 햇빛의 반사 덕분에 그런 느낌이 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림 짐작으로는 유행하는 시멘트 재질 벽돌을 쓴 것 같다. 이렇게 벽돌을 사용함으로서 오히려 시자의 건물과 차별성이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벽돌 특유의 거친 물성과 작은 픽셀이 모여 있는 느낌 덕분에 한국에서 지은 건물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할까? 파사드 정면 오른쪽 모서리를 곡면으로 처리하는 제스쳐가 눈에 띄는데, 건축가의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유사한 곡면 처리 방식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건축가가 선호하는 조형 어휘가 아닌가 싶다.


사실 처음 김현수 건축가의 건물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충격’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건축가가 이 정도로 완성도 있는 건물을 만들고 있었다니? 서울에 있는 건축가들보다 오히려 몇 수 앞서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공간과 디테일, 재료 등에 대한 치열하고도 열정적인 작업 자세가 없었다면 결코 이런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건축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건물을 서울의 핫 플레이스에서 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또한 시자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긴 했지만, 분명한 그만의 스타일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독창적인 김현수 건축가만의 건축이 더욱 만개한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그의 건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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