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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군 Sep 16. 2019

내가 갤럭시폴드를 구매한 이유

사실 주문은 했으나.. 줄을 잘못 서서 9월 26일에 제품을 수령하게 될 예정입니다.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나.. 이미 많은 분들의 정성스러운 리뷰가 생산되고 있기에 조금 다른 이야기로 풀어볼까 싶어 아직 배송받지 못한 갤럭시 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폴드에 대한 이야기는 없을겁니다!

왜냐면 전 아직 배송을 못 받았으니까요 ㅠㅠ

이 글은 제가 구매를 결정한 이유입니다. 

네.

그뿐이죠.



스마트폰이 PDA폰이라 불리던 시절

우리는 다양한 창의력을 손바닥만 한 크기에 태블릿보다 무거운 제품에서 발휘하곤 했습니다. 낮은 해상도에서 전혀 색다른 사용방법을 만들어내고, 스크린의 파손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장 더 많은 점수에 목을 매며 비주얼드 같은 게임을 즐기곤 했습니다. 

사실 노트에 직접 필기하는 게 더 빠름에도 불구하고 굳이 어려운 절차를 거쳐 PDA에 일정을 기록했고, 오차범위가 수십 미터까지 나오면서 완전히 다른 옆골목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설치하고 괜히 모르는 동네 한 바퀴를 더 다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때의 우리의 "휴대폰"은 키패드에 뚜껑이 달려있거나 스크린을 위로 올리거나, 반으로 접히는 폴더폰을 들고 다니며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고, 네이트 따위에 접속해서 별거 아닌 콘텐츠에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곤 했습니다. 


RTOS 기반의 휴대폰으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철저하게 제조사와 통신사에서 준비한 일방적인 콘텐츠 소비만을 이어가는 구조에서 제조사의 상상력은 오롯이 하드웨어에 집중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LG의 내비게이션 특화 폰이라던지, 슬라이드가 위아래로 동작하는 셀카 전용 폰이라던지, 폴더폰의 화면이 가로로 회전하도록 2중 힌지가 적용이 된다던지.. 정말 지금은 구경도 하기 힘든 구조의 휴대폰이 넘쳐흘렀죠.

이러한 모든 디자인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은 엘지전자의 초콜릿 2와 삼성전자의 햅틱이 등장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제 기억에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마지막으로 인기 있는 스타급 연예인을 모델로 썼던 것 같은데요, 여기에 쐐기를 박아버린 게 바로 2007년 등장한 "아이폰"입니다. 


왜 하드웨어는 고정되었을까?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블랙베리를 맹 비난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더 넓은 화면으로 다양함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하드웨어 쿼티 키패드로 날려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당시 수많은 기업, 브랜드, 전문가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휴대폰, PDA를 비롯한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 점을 아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브랜드와 인물이 나타났던 것이고, 갑자기 실제 판매 상품까지 가지고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의 애플이 내놓는 제품에 대해서는 매년 조금씩 더 많이 실망하고 있지만 이때의 잡스가 제시한 거대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깊게 공감하고 감동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애플의 제안은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과거의 다양한 기믹은 의미가 없어졌고, 스큐어모피즘으로 구현된 직관적인 GUI를 바탕으로 UX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버린 시장은 더 이상 고객이 "휴대폰"을 찾지 않고 "스마트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더 다양한 경험과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이상 하드웨어의 복잡함이나 단축키가 필요한 게 아니었고, 넓은 화면 속에서 내가 원하는 가상의 환경에 띄워지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욕구가 충족되는 것에 길들여져 버린 것이죠.


거기에 애플은 당시 경쟁사보다 뒤떨어진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소프트웨어의 유연성을 재현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파급력"은 전 세계 모든 고객의 고개를 돌리도록 만드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파워풀하게 뇌리에 꽂혀버리니 패러다임의 변화나 리스크, 다양성에 대한 과거의 모든 역사가 묻혀버린 것이죠.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했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애플을 비롯한 수많은 핸드셋 제조사는 더 넓은 화면 구현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99%는 단 한 가지 형태의 하드웨어로 고정된 상태에서 디자인의 디테일과 가상 환경에 최적화시킬 수 있는 "기능성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메라의 발전"이나 "스피커"의 발전을 꼽아볼 수 있겠네요.


핸드셋이 주는 경험의 분리, 혁신의 기준이 변화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좀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발전의 방향이 좁아지고, 다양성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색다른 무언가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이어가게 되었으나, 사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도 없었을뿐더러 실제 기술발전도 그만큼 속도감 있게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죠.

2013년 최초의 폴딩 디스플레이의 시연이 시작되었을 때 저는 여러 가지로 기대를 높였습니다. 완전히 다른 형태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인가! 하고요.

하지만 매년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똑같은 구성의 하드웨어에서 누구 카메라가 더 좋은지, 누구 화면이 더 보기 좋은지, 누가 더 음질이 좋은지 등을 경쟁할 따름이었습니다. 


이러한 고착화된 시장에서도 가장 먼저 핸드셋과 소프트웨어 경험의 분리를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이 재미있게도 애플이었습니다. 

애플의 터치아이디 발표는 기존의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개넘에서 접근한 새로운 USP로 등장했고, 다시금 수많은 고객들이 단순히 하드웨어가 그릇에 불과하다는 무의식을 부셔버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하드웨어의 혁신은 대부분 애플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인데요. 지문인식의 접근(도입은 아마 아트릭스 이후 두 번째였을 겁니다) 방법부터 보안에 대한 개념적 접근, 포스터치의 형제인 3D터치는 물론, 벨/진동 전환 토글까지 하드웨어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구축했습니다. 


오히려 경쟁사는 안드로이드의 태생적 한계와 후발주자가 숙명적으로 가지는 팔로워의 입장에서 한발 늦은 하드웨어의 "혁신"을 따라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이어졌죠.


제가 기억하는 애플과 다른 길을 제대로 걸었던 사례는, 삼성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사실상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패블릿 시장이라는 새로운 하드웨어 환경을 구축하고, 화면 자체를 이용하는 방법을 대단히 클래식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풀어냈다는 점은 굉장히 칭찬해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한두 개 정도의 예외는 있었겠습니다만, 결국 삼성의 헛발질은 10년간 이어졌고, 대부분의 하드웨어 혁신의 타이틀은 애플이 거머쥐는 상황이 오랜 시간 이어졌습니다. 

다른 제조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죠.


두 가지 방향성

앞서 이야기한 과거에서 전 세계 모든 핸드셋 시장은 디테일이 달랐을 뿐, 결국 한 가지 방향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몰입감 있는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자유도 높은 콘텐츠 소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핸드셋 제품은 빠르게 발전해왔고,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부차적인 기술들이 속속 도입되었습니다. 

사실 좀 시니컬하게 이야기해보면, 결국 화면 사이즈와 품질 싸움만 10년을 한 셈이죠.

카메라도, 더 빠른 프로세싱도, 소리도 결국 몰입하기 좋은 시각화 장치의 보조 수단이었고, 실제 콘텐츠 시장도 그렇게 발전했습니다. 

대체하기 위한 VR이라던지, AR 같은 것도 결국 몰입감을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죠.


사실 한 가지 방향으로 질주하던 핸드셋 시장에서 각각의 브랜드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애플은 가장 먼저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해야 하는 포지션에 섰을 뿐이고 10주년에 맞춰 페이스아이디라는 새로운 UX를 제시함으로써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페이스아이디는 정말 멋집니다. 

근데 은근 불편해요. 

화면에 얼굴을 너무 가까이 가져가면 인식이 안되고, 각도도 제한적이라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내 아이폰은 업무 중에 쳐다본다고 잠금을 풀어주지 않습니다. 

덕분에 화면의 상당 부분을 가리게 되었고, 애매한 자세에서 쓰기 좋은 터치아이디는 사라졌죠.

어쨌든, 페이스아이디는 UX측면에서 굉장한 경험을 주는 것이 사실이고, 저 역시 멋진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애플은 또 한 번 우리에게 거대한 충격을 주는 데 성공했고, 

어김없이 제 주머니에서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빼가는 것 역시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후발주자였던 다른 핸드셋 제조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중 가장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삼성의 갤럭시 폴드였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텐을 선보이면서 "미래와의 조우"라고 말했지만 오히혀 제게는 삼성의 갤럭시 폴드가 더 미래와 접점이 많아 보였죠.

접히는 화면이라니!

이제 Bar 타입의 폼팩터를 벗어날 수 있어!

사실 다른 이유?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너무 지겨웠는데

페이스아이디보다 더 신기한 게 나타난 거죠. 


그냥 스펙만 읽어봐도 부족한 것 투성이입니다. 

스크린은 내구성이 의심되고, 예민한 사람들은 미쳐버릴 것 같은 주름도 있다고 하고, 출시 발표하고 연기하고 스캔들 터지고.. 불안감이 증식될 만큼 된 상태에서 잠수함 출시까지.. 

정말 보는 제가 다 부끄러울 정도의 행 보였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1순위 구매자에 들어가는데 실패한 것을 보면 저 못지않은 실험정신과 뒷일 생각 안 하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갤럭시 폴드는 이달 중에는 제 손에 들어올 테니, 여태 기다렸는데, 나머지 열흘 못 기다리겠습니까만은..

다시 한번 저를 멕여준 디지털프라자 부지점장님께 불쾌한 감정을 표하며, 직접 만져보고 느낀 점을 기록한 리뷰 콘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사실 기다리다 미쳐서 글 쓴 겁니다.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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