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업무 지시를 받다 보면 뭔가 납득이 되지 않거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시켜서 하는 일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쓸데없이 안 좋은 이미지를 윗사람에게 주는 것을 피하거나 일을 복잡하게 키우기 싫어서 그냥 시키니까 하는 일들.
우리는 항상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집중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는 "전략"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런 전략을 위해서 가장 먼저 우리 머릿속에 담아야 할 것은 바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방법을 물어보면 해당 업무에 능숙한 사람들은 쉽게 답변을 해줄 수 있습니다. 광고 보고서를 뽑아내는 방법이나 광고 캠페인의 수정 방법이나, 스토리보드 레이아웃을 짜는 방법이나, 포토샵의 누끼를 효과적으로 딸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들은 질문을 받으면 보통 1분 안에 답변까지 마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올리기 위한 방법들은 다양하고, 이러한 것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애초에 학습의 난이도 자체가 낮은 편이라고 보는 게 좋겠네요.
혹자는 분노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학습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 두 가지뿐이거든요. 암기와 마음의 준비.
다양한 광고 기법이나 마케팅 기법, 기획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광고를 잘하고 마케팅을 잘하고 기획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들은 업무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지, 업무를 "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리더에게 신규 광고 캠페인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미 광고 캠페인은 수십 개가 운영 중이고 성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신규 캠페인을 준비하라니.
이해는 안 되지만 일단 지시가 내려왔으니 업무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현재 판매 상품의 광고 소재를 추가로 구성하고, 좋은 성과가 나왔던 캠페인 유형을 본떠 신규 타깃을 대상으로 캠페인 준비를 마쳤는데요.
리더는 사실 현재 캠페인의 실적이 충분히 잘 나오고 있지만, 경쟁사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이 우리와 직접적으로 부딪칠 것 같은 위기감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실적이 어느 정도 준수한 시점에서 새로운 캠페인을 통한 테스트와 가능성을 다각도로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팀원에게 신규 광고 캠페인을 준비하라고 지시합니다.
만약 팀원이 최초 업무 지시를 받았을 때 왜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를 물어봤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기존 캠페인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금껏 우리가 해보지 않은 다양한 포맷을 구성해보거나 지금까지 효율 문제로 활용하지 않은 타깃그룹을 만들어보는 등의 시도를 하도록 준비했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 직무 교육을 받고 자기 계발에서도 가장 많이 집중하는 키워드를 꼽아보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교육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도구에서 A 기능을 활용하면 B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B와 같은 결과는 무슨 의미일까요?
이게 우리 비즈니스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목표 또는 목적성 없는 분석과 계획, 실행은 해당 스킬을 빨리 수행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지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연히 업무용 도구의 활용성을 잘 이해하고 숙지할 필요는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매 순간에 내가 하는 업무의 목적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