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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군 Jan 15. 2023

제품의 초기 설계가 중요한 이유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초기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에서 시작된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 제공 범위는 점차 확장되기 마련입니다. 없던 기능이 생겨나고 새로운 메뉴가 등장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이 증가하고 제품의 역할은 점차 커져나가기 마련이죠. 


초기 단순한 배달 중개만 진행했던 배달의민족이 라이브 쇼핑을 함께 제공하고 메신저 서비스였던 카카오톡에 쇼핑이 접목되는 것처럼 초기에 구상한 콘셉트에서 벗어난 형태의 비즈니스가 확장될 수도 있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해서 꾸준한 기능개선으로 인해 서비스 자체가 한없이 비대해지는 경우도 우리는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측량이 필요한 MVP 기획

우리는 비즈니스의 확장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화를 하는 경우를 보기 어렵습니다. 당장은 고객에게 제품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심미적으로 포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초기 제품에는 브랜드와 서비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진 채로 사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쉽게 표현해 보자면 기업의 비전이 될 수 있겠네요. 

우리는 건축물을 올리기 전에 정확한 땅의 크기를 측량합니다. 건물이 지어질 환경과 크기를 계량하지 않고 건축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죠.

제품의 기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제품의 궁극적인 역할과 기능적으로 제공되길 희망하는 범위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당장 필요한 것들만 일단 해보자

하지만 대부분의 MVP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희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쉽게 흘리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이죠. 

우리가 장기적으로는 10층짜리 건물을 짓고 싶다면 추후 증축을 하더라도 건축물의 하중은 10층을 견딜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설계 없이 당장 지어야 하는 2층에 맞는 설계를 했다면 나중에 이 건축주가 10층의 건물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증축이 아닌 재건축이 될 것입니다. 


제품의 설계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부분들은 이러한 것들입니다. 

사실 서비스 제품의 경우에는 이 정도로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추후에 복잡하게 얽힐 수 있는 인터페이스나 콘텐츠의 표시 방법 등은 점점 더 어지러워질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 내비게이션의 위치나 표시 방법, 콘텐츠 리스트가 보이는 방법이 나중에 어떤 역할로 변화할 것인지는 어느 정도 고려해 둔다면 고도화 시점에서 부담을 그만큼 덜어낼 수 있겠죠. 

고도화 단계에서 전체 UI를 변경하는 불상사만 일어나지 않아도 우리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 겁니다. 



지하주차장을 확장하는 것은 몇 배로 어려운 일입니다. 

10층까지 건물이 올라가야 한다면 당장 필요한 2층보다 5배나 더 넓은 지하주차장의 면적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건축물을 올릴 때 지하주차장을 처음부터 1개 층이 아닌 5개 층으로 만들 수도 있고, 혹은 이에 대한 타산을 고민해 볼 수 도 있습니다. 당장의 건축비를 추가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지금의 지하주차장은 1~2층 수준으로 타협할 것인지, 완전히 새롭게 주차타워를 증축할 땅을 남겨둘 것인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겠죠. 


이러한 고려는 서비스 제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로 고려대상이 됩니다. 당장 회원 가입을 받을 때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수집되던 것이 나중에 본인확인이 필요해지고 성별이나 주소지 정보 등을 함께 수집해야 할 수도 있다면 이에 대한 부분들은 개발 단계에서 어디까지 고려해 둘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에는 증축과 같은 비용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고, 초기 설계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고객의 여정을 얼마나 만들어낼 것인지, 수집할 방법과 이를 관리하는 방법 등은 나중에 붙일 내용이 아닌 미리 고려하고 선택해야 할 영역인 거죠. 



서비스와 시스템의 고도화는 결국 증축입니다. 

최근 제가 관여하는 프로젝트에서 위에 언급한 모든 문제를 경험하면서 반복해서 드는 생각이 "왜 초기 기획에서 이런 걸 다 무시했던 거지?"였습니다. 

사소한 회원가입부터 적립금, 결제와 배송과정까지 모든 절차가 지나치게 1차원적으로 고려된 기능이었고 이를 다양한 변수에 반영시키기 위해서 시스템은 2층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건축물에 수없이 많은 골조를 추가로 보강하며 5층, 6층으로 증축해 둔 상태였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재건축이 더 저렴하게 해결될 방법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현재 1층부터 5층까지 영업 중인 사업장에게 나가라고, 재건축기간 동안 영업을 중단하라고 할 용기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제품의 초기 설계는 비즈니스의 목표를 위해 가장 잘 준비되어야 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당장의 구현에 그친다면 위와 같은 일은 불과 몇 년 안에 모두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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