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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Oct 06. 2021

[NBA] 과연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일까?

카이리 어빙 이야기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 들이라면, 바로 유튜브에 카이리 어빙(Kyrie Irving)을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아무 하이라이트나 5분만 지켜 봐 보세요. 평생 농구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일지라도, 분명히 5분이 삭제가 되는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농구란게 이렇게 화려하고 흥겨운 스포츠였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만큼 현재 NBA에서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구사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가 바로 브루클린 넷츠의 카이리 어빙 입니다. 카이리 어빙이 찍은 펩시콜라 광고인 '엉클 드류(Uncle Drew)'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으며, 2018년엔 영화로 리메이크까지 되었습니다.



Hey! Youngblood!



플레이만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카이리 어빙은 타 팀의 선수들도 인정하는 '나이스 가이(Nice Guy)' 입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골든 스테이트와 카이리 어빙의 전 소속팀인 클리블랜드는 정말 지겹도록 파이널 무대에서 만났습니다. 양 팀 선수들의 경쟁심도 극에 달하여, 경기마다 2m가 넘는 거구들간의 거친 몸싸움과 험한 트래쉬 토크(Trash Talk)가 수도 없이 오고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골든 스테이트의 핵심 선수인 클레이 탐슨이 중심을 잃으며 위험한 자세로 넘어지려고 했을 때, 카이리 어빙은 재빨리 이를 부축해주어 클레이 탐슨의 큰 부상을 방지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카이리 어빙의 스포츠 맨쉽을 칭송했습니다. 경기장에서 매너가 좋은 선수답게 팬들, 특히 경기장을 찾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정말 친절한 선수입니다. 이처럼 카이리 어빙은 NBA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선수 였습니다. 헌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기행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합니다.



클레이 탐슨을 부축해주는 카이리 어빙



1. 지구는 평평하다.



2017년 2월, 한 팟캐스트에서 카이리 어빙은 '사실은 지구는 평평하다'며 충격적인 주장을 합니다. 또한 그들(과학자들일 것으로 추정)이 우리에게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그저 진지하지 않은 농담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나이스 가이 어빙이 저런 바보같은 소리를 했다는 것을 누구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빙은 재차 '진실을 탐구해야 한다'라고 본인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밝히며 사람들을 경악케 합니다. 물론 나중에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하며, 그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이 서서히 '나이스 가이' 어빙의 정신상태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2. 젊은 꼰대?



카이리 어빙은 1992년 생으로 미국나이로 채 30살이 되지 않은, 아직도 선수생활이 창창한 선수 입니다. 친정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보스턴 셀틱스로 이적한 시점은 2017년으로 불과 25세를 갓 넘은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보스턴은 대대적인 리빌딩 중이었던 팀으로 마커스 스마트(1994년생), 테리 로지어(1994년생), 제이슨 테이텀(1998년생), 제일런 브라운(1996년생) 등의 유망한 영건들로 가득한 팀이었습니다. 어빙도 분명 다른 팀의 베테랑들에 비해선 어린 나이에 속했지만, 당시 기량이 이미 만개한 선수였고, 2016년 파이널에서 커리 머리 위로 '더 샷'을 꽂은 우승 경력이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영건들 사이의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적 사유 자체가 르브론 제임스에 가려서 하지 못했던, '팀 리더'의 역할을 하고자 떠난 것이니 만큼 당시 보스턴 셀틱스는 딱 그 목적에 적합한 팀이었습니다.



첫 시즌인 17/18 시즌에는 젊은 선수들과 카이리 어빙을 잘 따르는 모양새로 팀이 그럭저럭 잘 돌아갔습니다. 카이리 어빙이 부상으로 불참한 플레이 오프에서 영건들만으로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를 3:3까지 몰아붙이며 보스턴 셀틱스는 리그에서 미래가 가장 밝은 팀으로 칭송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빙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룬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까요? 불과 다음 시즌(18/19 시즌)에 카이리 어빙이 건강히 뛰었음에도 팀은 지난 시즌의 저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합니다. 허무한 패배가 많아지자, 카이리 어빙과 나머지 선수들의 대결 구도로 팀 케미스트리는 완전히 박살나기 시작합니다. 마커스 스마트는 '현재 보스턴 셀틱스는 아무도 함께하지 않습니다' 라고 사실상 망가진 팀 분위기를 인정했고, 어빙은 '그건 그의 의견입니다. 난 존중합니다'라며 직접적인 대화나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어빙은 시즌 도중, 이전 팀 동료이자 이적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하게 헤어진 르브론 제임스에게 연락하여 과거의 자신의 철없었던 행동을 인정하며 리더로서의 조언을 구했다고 하지요.



사실 팀원간 불화는 어느 팀이든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팀 문화가 자리잡은 팀에 새롭게 이적한 선수는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적응 과정이 험난할 수 있습니다. 소위 '지구 1옵션'이라 불리는 케빈 듀란트워리어스 합류 후 무리하게 리더로 군림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골든 스테이트의 기존 3인방(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의 확고하게 자리잡은 시스템 아래서 그 듀란트마저 팀 케미스트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카이리 어빙이 보스턴 셀틱스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 전에, '우승 경력이 있는 나'와 'Young Guys'을 지나치게 구분짓는 모습을 보인 점은 팀원들의 신뢰를 잃는 너무 성급한 접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나, 카이리 어빙이야. 너네랑 다르다고



3. 조각들이 필요해



보스턴 셀틱스에서 현 소속팀인 브루클린 넷츠로 이적 후 어빙은 얼마안가 부상을 당하며, 약 2달 간 장기 결장을 하게 됩니다. 오랜 결장끝에 복귀 한 2020년 1월 16일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서 패배를 당한 직후 어빙은 '나, 듀란트, 디안드레 조던, 게럿 템플, 스펜서 딘위디, 캐리스 르버트 등을 보좌할 어떤 조각들이 필요한지 명백히 보인다'라고 밝힙니다. 이 발언은 당시에 매우 문제가 많은 발언 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본인이 팀의 특정 선수들만 언급함으로써 언급되지 않은 선수들과 명백한 선을 그은 점.


두 번째로, 팀의 최고 연봉자인 본인이 2달 간 결장한 사이, 듀란트 마저 없음에도 나머지 선수들이 고군분투하여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는데 이런 성과를 철저하게 무시한 점.


세 번째로, 다른 선수들을 '조각(Piece)'으로 운운하기 전에 본인 부터가 필라델피아 전에서 처참한 경기력(야투율 30%)을 선보인 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


네 번째로, 이미 맛이 간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는 디안드레 조던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명백한 '인맥농구'인 점.



이처럼 수많은 반론을 양산한 이 충격 발언은 농구팬들에게 카이리 어빙이 '이상한 사람'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4. 잠깐 쉬고 올게, 이유는 묻지말아줘



2021년 1월, 카이리 어빙은 동부 1위를 다투고 있는 필라델피아를 상대로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개인 사정을 핑계로 돌연 잠수를 탑니다. 이것이 정말 초유의 사건인 것은 스티브 내쉬 감독을 비롯해서 구단 수뇌부들 누구도 연락을 받지 못해 정확한 사유를 몰랐던 것입니다. 결장이 길어지자 팬들과 션 막스 단장까지 나서 '실망스러움(Dissapointed)'를 이야기 했지만, 말을 들을 어빙이 아니었습니다. 어빙의 결장 동안 팀은 그야말로 혼돈의 사태였습니다. '곧 복귀한다'부터 '올해 일 년은 통째로 쉴 것이다'까지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습니다. 결국 약 2주 후인 1월 20일에 겨우 복귀를 했고, 사유는 '개인적인 이유'로 여전히 불분명 했습니다.



카이리 어빙은 보스턴 셀틱스 시절부터 팀의 리더를 자처하는 선수이자, 연간 약 3천만불을 넘게 받는 팀내 최고 연봉자 중 한 명 입니다. 이런 선수가 약 2주를 아무에게 연락하지 않고 돌연 결장을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언제 또 이런 행동을 일삼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일 것입니다. 브루클린 넷츠 팬들의 불안감은 그야말로 '적은 내부에 있다' 수준입니다.



5. 백신 미접종(...)



농구는 실내 스포츠 경기이기 때문에, 현재 브루클린 넷츠의 홈인 뉴욕은 물론 미국의 주요 대도시들은 백신 접종자만 실내 스포츠 참가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NBA 선수들의 90%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황입니다. 만약 어빙이 이대로 백신을 계속 거부한다면, 대부분의 경기에 출장이 불가한 상황입니다. 어빙의 그 동안의 화려한 전적을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은 카이리 어빙이 '백신 음모론'을 믿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더욱 여론이 최악인 건 같이 욕을 먹는 '동지(?)'였던 골든 스테이트의 앤드류 위긴스도 결국은 접종완료했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앤드류 위긴스는 이미 코로나 확진 이력 때문에 높은 확률로 항체가 생겼을 것이며, 약물에 대해 몸에 안좋은 반응을 보인 경험이 있기에 그 동안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로 부터 비난 여론이 많이 수그러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어빙은 백신 미접종에 대한 이유도 역시 '개인적인 사유(Private)'로 함구하는 중입니다. 팀의 핵심 선수이자 최고 연봉자가 다가오는 시즌의 대부분의 경기에 결장, 아니 실질적으로 한 시즌을 통으로 쉴 수도 있으니 구단 관계자와 팬들은 얼마나 가슴을 졸일지 모르겠습니다. 위긴스처럼 여론전으로 몰고가면 과연 어빙은 백신을 맞을까요? 이제까지의 행적으로 봤을 때 하기 싫은 것을 시키면, 아마 바로 내일 은퇴를 발표해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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