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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Oct 18. 2021

[NBA] 항상 승리만을 갈구하는 자, 르브론 제임스

2018년 NBA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우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7차전 경기에서 단 1분도 쉬지 않고 48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35득점, 9어시스트, 15리바운드를 기록한 르브론 제임스는 팀을 승리를 이끈 후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았습니다. 한국 팬들이 '금강불괴'라 부를 정도로 긴 커리어 내내 항상 강인하고 지치지 않는 모습만을 보여줬던 르브론 제임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모든 것을 불태운 후 주저앉은 모습은, 개인적으로 아직도 기억에 남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불태운 후 바닥에 주저앉은 르브론 제임스



2017-18 시즌, 당시 르브론 제임스의 최고의 조력자였던 카이리 어빙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보스턴 셀틱스로 떠났습니다. 트레이드를 통해 대체자로 데려온 아이재아 토마스의 영입은 완벽한 대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의 또다른 조력자였던 케빈 러브는 증량을 통한 센터로 포지션 변경이라는 과감한 수를 두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중이었습니다. 시즌 내내 팀의 전력은 안정을 찾지 못했고, 잦은 트레이드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 되었습니다. 당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타일런 루 감독은 '르브론 GO 말고는 전술이 없다'라고 매일같이 욕을 먹었을 정도로 르브론 제임스에 대한 팀의 의존도는 지대한 상황이었습니다. LA 클리퍼스를 맡은 이후 현재 NBA의 최고의 전술가로 재평가를 받고 있는 타일런 루 감독 조차 당시에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후 클리블랜드의 파이널 맞상대는 지난 4시즌 내내 지겹도록 만난 팀이자, NBA 역대 최고 팀 중 하나인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였습니다. 전문가들이나 팬들 모두 파이널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홀로 팀을 이끈 르브론의 저력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클리블랜드의 일방적인 패배를 예상했습니다. 그만큼 골든 스테이트는 정말 막강한 팀이었습니다.



당시 골든 스테이트의 홈구장 오라클 아레나 열린 1차전,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상대팀의 에이스 케빈 듀란트가 잠잠했던 탓이 컸지만, 르브론 제임스의 활약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전 경기 후 바닥에 주저앉아 더 이상 뛸만한 힘이 없을 것 같은 그는 경기내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의 주인공은 르브론 제임스보다 '더 믿을 수 없었던' JR 스미스 였습니다. 경기를 4.5초 남긴 107-107 동점 상황에서 같은 팀 조지 힐의 자유투 미스를 기적적으로 공격 리바운드 잡은 JR 스미스는 그 순간을 리드하고 있는 상황으로 착각한 채 돌연 공을 들고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천금같은 역전의 기회를 놓친 채 정규시간은 동점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미 영혼까지 갈아넣어 체력이 다한 르브론 제임스와 클리블랜드 선수들에 비해 탑독(Topdog)인 골든 스테이트 선수들의 집중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그렇게 잡을 뻔한 경기가 연장끝에 허무하게 골든 스테이트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플레이오프 내내, 그리고 파이널 1차전에서 모든 것을 불태운 르브론 제임스와 클리블랜드는 더 이상 저항할 힘이 남지 않았고, 남은 3경기를 일방적으로 내주며 2017-18 시즌은 골든 스테이트의 우승으로 마무리 됩니다. JR 스미스가 정신을 차려서 1차전을 클리블랜드가 잡았다 하더라도 사실 대세에 큰 지장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양팀 간 전력차이는 명백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불태운 르브론 제임스 커리어 최고 시즌의 마무리가 마치 삼국지연의에서 진나라의 통일처럼 너무 허망하게 끝난 것도 사실입니다. 만일 그 1차전을 클리블랜드가 잡았으면 어땠을까요? 승부에는 기세라는 것이 있으니 클리블랜드의 거센 저항에 좀 더 치열한 시리즈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야! 어디가! 역주행하는 JR 스미스



그렇게 아쉬운 2017-18시즌이 끝난 후, 르브론 제임스는 커리어 3번째 FA(Free Agent : 자유계약)를 선언합니다. 엄청난 기량 탓에 매 FA 때마다 수많은 팀들과 염문을 뿌렸었고, 그로인해 2010년에 흑역사도 있었던 르브론 제임스였지만 이번 FA 만큼은 '비교적' 차분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시즌 도중 르브론은 다음 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본인이나 농구 보다는 가족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르브론과 절친한 드웨인 웨이드 또한 르브론이 가족들을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었지요. 이런 본인과 지인들의 인터뷰들을 종합했을 때, '날씨 좋고 살기 좋은 대도시'가 떠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전 예상들 때문에 결국 르브론이 현 소속팀 LA 레이커스와 계약했을 때, 최고의 스타와 최고의 인기팀의 결합 치고는 그 파장이 생각보다는 크지는 않았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는 농구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매우 영리한 사람입니다. 커리어 내내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들을 했었습니다. 항상 정상급 기량의 선수들과 한 팀으로 뭉쳤던 것이 그 당시에는 '슈퍼팀(Super Team) 결성'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더라도, 우승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항상 이러한 결정들을 해온 르브론 제임스가 이번엔 정상급 선수들이 아니라 단기간에 우승에 도전하기 에는 쉽지 않은 유망주들로만 구성된 LA 레이커스에 왔다는 점은, 이번 이적 만큼은 정말 가족들과의 시간과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즐기기 위해 왔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르브론 또한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밝히며, 항상 윈나우(Win-Now)를 노리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제 아무리 르브론이라도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슬슬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보다는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데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LA 레이커스 입단 직후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힘쓸 것이라 밝힌 르브론



2018-19시즌, 르브론과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LA 레이커스는 한 때 서부 4위에 오를 정도로 분전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팀답게 1~3쿼터에는 특유의 높은 에너지 레벨로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4쿼터엔 명백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허무하게 역전패하는 경기가 '지겹도록' 반복되었습니다. 르브론은 2016년 자신의 고향팀 클리블랜드에 모든 종목을 통털어 무려 52년 만에 우승이란 선물을 선사했고, 노장에 반열에 들어선 마지막 시즌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최고의 기량으로 고향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되짚어 봐도 후회없을 만한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에, 르브론이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들어선 만큼 더 이상 무리해서 우승에 도전하기 보다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도우며 LA라는 최고의 휴양지이자 대도시에서 가족들과의 시간에 집중하며 커리어를 보낼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패배에 당시 르브론은 '나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 라며, 아직도 승리를 원한다는 의미 심장한 메시지를 팀에게 던졌습니다.



이후 LA 레이커스는 2019-20시즌 직전 젊은 루키들과 미래 드래프트 픽을 무더기로 퍼주며 앤써니 데이비스(AD)를 트레이드로 데려 옵니다. 리그 최고의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자 플레이메이커인 르브론과, 공만 잘 던져주면 어떻게든 득점을 성공시키는 최고의 '받아먹기 빅맨' AD는 이론상 최고의 조합이었습니다. 실제로 2019-20시즌에 르브론 제임스는 더욱 플레이메이킹 역할에 집중하며, 정규시즌 내내 본인 커리어 사상 최고의 어시스트 수(경기당 10.2개)를 기록함과 동시에,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2019-20 시즌의 우승



트레이드 성사 전, 르브론 제임스는 매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앤써니 데이비스를 계속 언급하며 깔끔하지 못한 트레이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당연히 템퍼링(Tampering : 선수가 계약이 끝나기 전 다른 팀과 불법적으로 접촉하는 행위) 논란도 가열찼습니다. 다른 팀의 팬들은 르브론에게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슈퍼팀을 만드냐?' 라는 식의 날이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로 돌아가면, 원래 탄탄했던 팀 전력에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라는 거물급 선수 2명을 추가한 LA 클리퍼스에 비해 AD를 데려오기 위해 많은 선수들을 내보내야 했던 LA 레이커스의 전력은 다소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선수들을 내준 탓에 AD 이적 직후엔 계약이 확정된 선수가 단 3명에 불과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승배당 1순위로 대부분 LA 클리퍼스가 언급될 만큼 LA 레이커스는 적어도 '압도적인 슈퍼팀'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이처럼 AD를 데려오는 것은 르브론 제임스에게도 꽤나 도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브론은 비판을 잠재우는 방법(우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대로 실행하게 되지요.



올스타 전에서도 AD를 선택하는 르브론, 이것도 템퍼링이라 놀리는 아데토쿤보



이제 내일 모레면 새로운 2021-22 시즌이 개막합니다. 르브론과 AD 모두 부상관리에 실패하며 처절한 실패를 맛본 LA 레이커스에도 AD를 데려왔던 시즌과 마찬가지로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우승 시즌에 쏠쏠한 역할을 해줬던 카일 쿠즈마, 칼 드웰 포프, 알렉스 카루소 등이 팀을 떠났고, 새로운 슈퍼스타 러셀 웨스트브룩이 합류했습니다. 남은 벤치 로스터는 카멜로 앤써니와 라존 론도를 비롯하여 수많은 베테랑들로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대와는 다르게 레이커스는 프리시즌에 6전 전패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리 프리시즌이 큰 의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은 패배로 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많은 베테랑들로 인해 르브론을 비롯하여 선수단의 지나치게 높은 연령대도 시즌을 치러 나가는데 큰 변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르브론과 웨스트브룩의 역할 배분도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2019-20시즌에 그랬던 것 처럼, 37세를 바라보고 있음에도(한국 나이로는 무려 39세) 르브론은 아직 멈출 생각이 전혀 없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도 '승리'만을 갈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승리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선택만을 해온 영리한 사람인 만큼, 위에서 말씀드린 레이커스 선수단을 바라보는 수많은 우려들도 르브론 본인의 구상 안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카이리 어빙이 제대로 돌아온다면 브루클린 넷츠는 의심할 여지없는 우승 1순위 입니다. 디펜딩 챔피언 밀워키 벅스는 여전히 건재하며, 같은 서부의 유타와 피닉스도 지난 시즌 실패에 따른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습니다. 골든 스테이트는 만약 클레이 탐슨이 잘 유지된 기량으로 복귀한다면, 그 저력이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프리시즌을 통해 증명 하였습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강팀들을 상대로 올해 르브론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시즌 말미가 되면 변함없이 리그의 지배자로 등극해 있을까요? 아니면 이제는 그도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줄까요? 이번 시즌 NBA 개막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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