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Nov 15. 2020

뭔가를 사지 않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미니멀 라이프로 버리면서 또 새로 채우기를 반복


나는 말로만 미니멀리스트다, 아니 미니멀리즘 지향가


미니멀리스트로 살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굳건히 마음먹고 소비를 하나 할 때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뭐 이거 하나 산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도 아니잖아, 이번만 사고 말아야지, 어머 이건 꼭 있어야 해, 이건 미니멀 라이프에 필수야, 이건 먹어 없어지는 것이야 라고 온갖 변명으로 그걸 사야만 하는 구실을 만들곤 한다.

 

미니멀에 대한 책이나 비법들이 엄청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고 잡지나 블로그, 심플 라이프 책만 봐도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하며 확 끌리게 된다. 집안 물건 정리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무분별하게 물건을 사 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불여 불급한 건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길게 가지는 않는다. 정리해둔 벽장은 다시 며칠 만에 뭔가 가득 차게 되고 거실이나 부엌에도 이것저것 다 나와있다. 매일 미니멀 카페 가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실천하는 가를 보고 감탄해도 지속적으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보다 나도 모르고 장바구니에 담고, 무엇을 샀는지 기억조차 못하고 , 안 사도 될 옷과 물건들을 사게 되고 질리면 또 방치하는 게 반복된다.



뼈를 깎는 듯한 단단한 각오로 미니멀 실행하기 : 정신줄 놓지 않기


생활용품은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먹을 것만 채소 위주로 최소한의 것만 구입하고자 마음먹지만 두부를 구입하기 위해 마트를 가게 되면 두부만 사는 게 아니라 고기를 비롯해 과자까지 박스에 가득 사 오게 되고 최대 주말을 고비로 결국 모래성처럼 미니멀 계획은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넷플릭스에 미니멀리즘이라는 다큐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어쩌면 진정한 미니멀리스트 일 것이다. 그 다큐를 볼 때마다 나도 내가 소유한 짐을 큰 여행 캐리어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만 가지고 퇴직 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여행하는 삶을 누려볼까 하는 극히 실행하기 힘든 상상을 하곤 했다. 때론 이민을 앞두고 짐을 정리하는 심정으로 정리를 할 때면 어리석게 생각 없이 구입한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예전에 버린 여권보관용 팩 세이프에서 구입한 블랙 웨이스트 백을 주문하다 다시 정신 차리고 취소했다. 얼마 전 똑같은 회색 백을 버렸음에도 말이다.



뭔가를 사지 않고 산다는 게 너무 힘들다  


될 수 있으면 쇼핑 줄이자 했는데 어느새 문 앞엔 택배가 쌓인다. 택배가 온다는 문자를 받으면 내가 뭘 주문한 것인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최근에도 미니 에어프라이어, 오메기떡, 벨트, 화장품, 가방을 주문했다. 몇 달 전엔 가방, 전자 사전, 옷, 신발들을 몇 차례에 걸쳐 굿윌스토어에 기부했다. 마음이 허전할 때 뭔가를 산다는데 내 마음은 도대체 안정되어 있을 때가 언제인가 싶다. 항상 머릿속엔 이민, 여행이 각인되어 있다. 유목민 유전자가 내게 있는지 모른다. 물건을 구입할 때 우선순위가 여행 갈 때 유용하겠다는 상상이다. 세계여행 갈 때 편한 복장, 편한 가방, 도구를 생각하다 코치 벨트백이라는 게 아주 편하게 보였다. 그걸 메고 그곳에 여권을 넣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수 있겠다는 상상은 바로 구매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지하철 탈 때도 요즘 크로스로 메는 것도 위험하고 딱 슬링처럼 앞으로 메는 게 대세야 하며 말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흔들리게 하는가. 


어떤 사람의 리뷰나 기사, 책을 통해 통해 잠깐 비친 물건들에도 혹해서 구입한 적 있다. 물건을 구입하기 전엔 저 물건을 내가 구입했을 때 내가 그것으로 엄청 편해지고 활용을 정말 잘할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또 어처구니없이 뉴스 기사나 광고보다 바로 쇼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재용 림밤이 한참 유행할 때 뭐하러 사람들은 저런 것에 열광하나, 나는 절대 저러지 않을 거야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아침 이재용 나오는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그 립밤이 떠올랐다. 겨울이면 입술이 자주 트는데 립스틱 바르고 마스크 쓰면 마스크에 립스틱 묻는 게 신경 쓰여 립밤 하나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그게 바로 이재용을 보자 그 립밤과 연결시켜 검색하고 있었고 최종 결재 단계에서 배송료 2,500원을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어울리는 파카는 두바이서 잃어버렸다 


아주 오래전(10여 년 전) 저렴하게 구입한 진한 밤색 파카는 남편이 마음에 들어했었다. 재작년 남편이 두바이 파견근무 시 겨울에 한국으로 휴가 나와서 2주 후 복귀할 때 분명 입고 간 파카인데 그 후 어디로 사라졌다. 남편은 내가 이사하면서 분실했거나 버렸다고 주장하지만 분명 남편이 두바이에서 잃어버렸을 것이다. 추운 겨울의 한국에서 입고 출국했다가 폭염의 두바이 비행기 안에 두고 내렸음이 분명하다. 저렴한 파카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잘 어울렸는지 동료들도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작년 초 파견복귀를 했고 겨울맞이 잠바를 사야 했다. 우연히 백화점에서 베이지색 잠바 세일하는 남성 파카를 보게 되었고 집에 와서 똑같은 제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었다.



도난방지택이 딸려온 수상한 파카


하지만 도착한 파카에는 도난방지택이 함께 딸려와서 제품을 의심하게 했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왠지 흐물거리고 파카 형태 자체가 바보 잠 바깥은 느낌이었다. 분명 백화점에서 본 파카와 같은 브랜드인데 몇만 원이 싸다고 훌쩍 인터넷에서 주문했는데 가품인가 의심했다. 설마 했지만 반품 안 하고 남편이 입고 다니는데 입을 때마다 남편은 파카가 너무 부하다고 불평한다. 그 불평을 작년 겨울 내내 듣고 살았다. 둔해 보일뿐 아니라 왠지 물려 입은 듯한 , 아니 오래전 뭐든 크게 입던 시절의 옷 같았다. 한 해 입은 파카인데 버릴 수도 없고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다. 설마설마 하지만 가품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남편도 롱패딩이 입고 싶은가 보다


며칠 전엔 웬일로 남편이 딸들은 롱 패딩이 있는데 우리만 없다고 하나씩 사자는 뜻을 비췄다.

뭐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편의 입에서 마침 그런 말이 나오자마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친 듯 롱 패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거 웬걸 패딩의 기본인 검은색이 사이트마다 품절이다. 그나마 재고가 있는 건 다 가격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다. 결국 어렵사리 주문한 내 패딩이 먼저 오게 되었는데 입어보니 늘 입던 사이즈인데도 엄청 커서 포대자루 같아 보여 반품 신청하고 결국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 패딩이 너무 커서 반품하고 그냥 난 패딩 안사고 집에 있는 코트 4개 돌려 입을래' 남편의 얼굴에서 약간의 흐뭇한 표정을 보았다. 패딩이 맘에 들었더라면 반품 안 하고 입었을 것이고 내가 소유한 옷이 한 개 늘었을 것이다. 결국 나중에 배달 온 남편 패딩은 가격 대비 고급져 보이고 색깔도 진한 네이비라 검은 피부에 딱 맞는 패딩이었다. 일단 남편이 불평을 안하니 합격이다.



쇼핑 전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하기 : 꼭 사야 할 것인가


어찌 되었건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거 하나를 사게 되면 오래된 건 버리고, 뭔가 꼭 사야 한다면 정신을 차리고 그게 꼭 필요한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정신줄 놓고 혼미한 상태에서 인터넷 보면 순간 결제를 하게 된다. 무절제한 결제는 결국 잔고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런 습관이라면 퇴직 후 벌이가 없을 때까지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습관중의 하나는 물건이 많아지면 감당하기 부담스럽고 마음까지 복잡해지는 스타일이라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뭔가를 사는 습관만 없으면 딱 좋은데 말이다.  



음식물쓰레기 만들지 않기


재활용 버릴 때 보면 어마어마하게 버려지는 걸 볼 수 있다. 3일에 한번 재활용을 버리지 않으면 박스를 비롯해서 집이 상당히 지저분하게 변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건강하고 살 안 찌는 맛있는 음식을 적정하게 먹고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버리기 전에 최대한 버릴 것을 안 사고 만들지 않기가 기본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치아바타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