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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Nov 27. 2020

사주 한번 안 보고 살아온 친정엄마

단순한 친정엄마를 위한 사주 레시피

친정엄마가 전화 올 때가 되었는데 근래 너무도 조용해 안부가 궁금했었다. 그 조용한 이유가 알고 보니 몇십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시골집을 최근 헐값에 팔았다고 후회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시골 친척들에게도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냥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팔고 나니 구입한 사람들이 전문 업자들 같았고 줄줄이 다른 집들도 그들이 매입했다는데 가격은 우리 집이 젤 헐값이었다는 것이다. "작은아버지들한테 팔아달라고 하고 사례금이라도 드리지"하며 말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는 본인이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라고 체념하듯 말했다. 그 단순함은 성격이 좋은 것과는 관련이 없고 성격은 엄청 복잡하면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사소한 감정에 사로잡혀서 농구선수 남동생의 대학문제 앞에서 엄청난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D 대학을 몇천만 원 게런티 받고 동료 선수들까지 딸려서 같이 가는 조건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동료 선수들도 챙길 수 있고 코치에게도 이득이고 게런티에 주전으로 뛸 수도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어떤 문제로 고교코치가 맘에 안 들었고 순전히 유명대학이라는 이름에 대한 허영으로 Y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Y대학에는 그 당시에 유명한 농구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남동생이 Y대학에 가자 엄마도 남동생도 엄청난 우쭐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신과 같은 재능으로 농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재정적으로 넉넉하게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 경제적 상황도 아니었기에 시합 때는 벤치에 앉아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고교 때 이름을 날리다 대학 와서 그런 환경에 처해지니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후 어찌해서 지방 대학원 졸업 후 학교에서 농구를 가르치고 있으나 엄마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비슷한 사례로 엄마는 결혼 전 고향에 있는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한다. 원래 그림에도 기본적인 소질이 있어 소정의 교육을 마치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그냥 귀챦고 그 기회에 대한 감이 없었기에 천운을 놓쳐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를 낳고 우리가 어린 시절에도 그때 그 기회를 놓쳐 선생님이 되지 못한 후회를 지금 칠십이 넘을 때까지도 계속하고 있으니 사람이란 오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하고 놓치면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평생 후회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엄마를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집을 헐값에 팔았다는 엄마의 말에 내가 제안을 했다. '사람들이 집을 팔고 살 때나 이사를 갈 때 자녀의 대학을 선택할 때 자신이 확신이 서지 않을 땐 사주를 보는 사람이 있다더라'라고 운을 떼었다. 더더구나 엄마처럼 현명한 판단을 잘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은 꼭 그런 걸 볼 필요가 있다고. 또 남동생 대학 선택할 때도 사주를 봤더라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엄마는 외할아버지께서 점쟁이, 굿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건 신점이라는 것이고 사주란 자기 생년월일 생시를 명리학으로 풀어낸 것이라 그것과 다르고 맹신하는 것보다 참고만 해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지만 엄마가 그 차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살면서 전문적인 사주 같은 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살면서 그런 몇 번의 사례들을 겪었어도 부모님은 사주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제안을 했다. 지금 엄마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관상도 보는 사주명리학 교수님이 살고 있는 거 같던데 한번 찾아가 보라고 했다. 집 판 것에 대한 후회가 길어져 마음의 병이 생길까 걱정도 되었다. 이미 늦었지만 앞으로도 단 하루를 살더라도 엄마에겐 좌표나 등불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아서이다.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엄마는 그 사주명리학 보는 데를 찾아갔고 엄마는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 사주 보는 분이 엄마한테 혹시 '집에 잘 안 풀리는 아들 있냐고?' 했다고 한다.  그 말 듣고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 눈 밑의 와잠을 오래전 (엄마가 수술한지도 몰랐다) 수술했는데 그 부분은 수술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 부분은 자녀의 운하고 관련된다고 한다. 난 또 이렇게 말했다. "맞아 엄마 결혼 후에는 함부로 얼굴에 손대는 거 아닌데, 엄마 전에 눈,,, 탤런트 전원주 같은 그 눈이 복이 있는 눈이었는데 괜히 쌍꺼풀 수술해서 운이 나간 거 같아'라고 했다. 사실 자녀들은 부모가 성형 수술하는 거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도시에서 자취하고 있는 우리들한테 반찬 갖다 준다고 시골에서 아침에 출발한 엄마가 저녁이 돼도 나타나지 않아서 엄청 걱정했는데, 사실은 인근 도시로 가서 쌍꺼풀 수술을 하고 저녁때쯤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타난 것이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찌 되었던 엄마는 그 사주를 보고 마음이 편해졌는지 목소리가 한결 나아졌다. 앞으로 돈이 들어오고 좋은 일만 있는다고 했다고 한다. 엄마한테 돈 들어올 일이 없는데 이해가 안 가서 큰 아이에게 이 말을 하니 '로또라도 되려나' 한다. 집 매도 문제에 대해서는 사주 보시는 분도 엄마가 단순해서 집도 쉽게 팔아버리는 성격이라 그냥 잊어버리라고 했다고 한다. 깊은 시름에 빠져있는 70대 엄마에게 단 한 번의 사주를 보는 기회가 시름을 털고 엄청난 희망의 빛을 안겨다 주게 되어 일단 한시름 놓았다. 엄마는 또 이렇게 말했다. "사주 봐주는 비용이 무슨 5만 원이나 하냐, 돈을 3만 원만 가져가서 만원은 상품권으로 주고 만원은 깎았다". " 또 엄마가 가르치는 선생님 사주인데 그쪽으로 나갔으면 아주 잘되었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는 과거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한탄을 또 한 번 했다. 지금도 그런 사주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고 하는데 70대 엄마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번의 사주 본 기회가 또 엄마에게 허황된 희망을 안겨준 건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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