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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y 26. 2021

군서기와 면서기

얼마 전 친정엄마를 차로 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리다 군청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엄마가 하는 말

" 아휴 너도 저기서 근무했으면 좋겠다" 하시는 거다엄마는 내가 면사무소로 몇 분 운전하고 다니며 힘들게 산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 엄마! 저긴 뭐 특별한 사람들이 근무하는 데가 아냐, 면에 몇 년 있다 군에 가서 일하다 승진하면 다시 면으로 내려온다고"


5년 전 군청에서 근무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닭장 같은 사무실에 공간대비 많은 사람들이 산소를 나눠갖고 생활하느라 언제나 답답하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최고의 열악한 상태에서 지내야 했다. 창문도 손바닥만 해서 사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느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지금은 조금 변화가 있으려나.


엄마의 말처럼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은 군청에 근무하면 일을 잘하고 더 특출 나서 그런 것이고 그곳이 훨씬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민원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곳에서만 계속 근무 않고 순환근무란 게 이는 데다 시골지역은 다 거기서 거기다. 뭐 승진이 빠른 주요 요직부서로 갈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고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좌절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처음 입사 때부터 부모님이 전직 과장 출신이라 특혜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 웃픈 현실이긴 하지만 이곳저곳 험지 안 거치고 군에서 일만 하면서 승진까지 동기들보다 먼저 내달린다면 누가 군에 근무하기를 거부하겠는가. 이곳저곳 면지역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지역을 익히는 것도 나름 경험이라 치겠지만 비교해 봤을 땐 큰 이득없이 몸과 마음이 지치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면사무소 근무는 최 일선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을 상대하는 밀착행정을 해야 하기에 업무에다 플러스 알파로 신속하고 친절함까지 갖춰야 하기에 면직원이 정말 힘들어하는 이유는 바로 플러스 알파로 해야 하는 일 때문이다. 이장님이나 지역유지, 지역주민분들이 면사무소 방문하면 하던 일 멈추고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해야 하고 그 타이밍을 어떻게 놓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외 태풍 피해조사, 각종 조사, 선거, 산불 비상근무, 면민의 날을 비롯한 지역의 각종 행사 서포트를 해야 하기에  피곤한 점이 많다. 그러다 인사발령 때 어쩌다 군으로 가게 되면 대단한 영전이라도 한 것처럼 주변 분위기가 들썩거린다.


군청이 업무를 면으로 시달하면으로 보낸 공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기에 겉으로 보면  갑의 입장인건 맞으나 그곳에 근무한다고 일을 잘하고 특출  발탁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디 근무하는 건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각자 자기 일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고 어디 가나 수월한 건 없기 때문이다. 또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대충 순환배치를 해줄 것이고 인복 없고 재수가 없다면 가는 곳마다 악질 상사들이 마주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즘 나의 바람은 그 어디가 되었든 좋은 사람들과 건강하고 즐겁게 퇴직까지 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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