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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y 28. 2021

어쨌든 안목은 필요해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안목 키우기

평소 뭐 하나를 사도 이쁜 거 실용적인 거 잘 고르는 사람은 안목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옷도 마찬가지로 비싸진 않지만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것도 안목이 있는 것이다. 예전엔 그런 안목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살아갈수록 안목이라는 게 참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 근무했던 곳의 면장이 주택을 변두리에 짓고 직원들을 집들이로 초대한 적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를 팔고 외곽에 새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잡지나 방송에 나오는 전원주택을 상상한 건 아니었지만 기대를 크게 했나 보다. 기억에 남은 건 안방 바닥 전기장판과 오래전 자취생 전용 철제와 가죽으로 이루어진 미니 소품 같은 화장대였다. 내부 전체가 주변과 전혀 조화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사람의 안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안목이 타고나는 건지 길러지는 건지 반반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최소 본인이 물건의 용도, 쓰임새, 인테리어를 조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안목을 키울 수 있을지 모른다. 때와 장소, 상항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하듯 물건도 있을 곳에 주변 것과 잘 어울리게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배치된다면 그걸 보는 사람도 편안함을 느끼고 그 주인이 안목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일이다. 친구 하숙집에 가보면 항상 친구 책상은 정돈보다는 뭔가 분위기 있게 꾸며져 있었다. 그것에 자극받아 집에 돌아온  항상 책상 정리를 다시  기억이 있다.  친구는 물건 정리하는데 안목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동산 투자주식도 하고 여러모로 투자에 대한 안목도 있었다.


나는 그다지 안목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가 구입한 물건을 보고는 상당히 특이하고 관심을 끌만한 것을 잘 구입한다는 이야기를 후배로부터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딸은 내 실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엄만 참 촌스러운 것을 비싸게 사는 재주가 있어~~" 모처럼 바람막이 잠바 하나 살려고 이거 어때 하고 보여준 걸 보고 말한 건데 딸도 그동안 느낀 게 있나 보다.


하지만 물건에 대한 안목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을 보는 안목인데 그건 상당히 부족하다는 걸 항상 느끼고 있다. 남들은 그렇다는데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가깝게 지낼 만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리석은 안목으로 남들이 다 뭐라고 하는 사람과 가깝게 지낸 결과 등에 칼을 맞은 것과 같은 큰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다. 당하고 나서 정신 차려봤자 이미 끝난 일이고 사람 보는 안목이 없으면 계속 그런 상황이 반복될 뿐이기 때문이다. 물건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과 달라서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사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찌 되었건 사람에 대한 안목 키우는 건 영원한 나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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