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물에 대한 안목 키우기
평소 뭐 하나를 사도 이쁜 거 실용적인 거 잘 고르는 사람은 안목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옷도 마찬가지로 비싸진 않지만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것도 안목이 있는 것이다. 예전엔 그런 안목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살아갈수록 안목이라는 게 참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 근무했던 곳의 면장이 주택을 변두리에 짓고 직원들을 집들이로 초대한 적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를 팔고 외곽에 새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잡지나 방송에 나오는 전원주택을 상상한 건 아니었지만 기대를 크게 했나 보다. 기억에 남은 건 안방 바닥 전기장판과 오래전 자취생 전용 철제와 가죽으로 이루어진 미니 소품 같은 화장대였다. 내부 전체가 주변과 전혀 조화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사람의 안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안목이 타고나는 건지 길러지는 건지 반반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최소 본인이 물건의 용도, 쓰임새, 인테리어를 조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안목을 키울 수 있을지 모른다. 때와 장소, 상항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하듯 물건도 있을 곳에 주변 것과 잘 어울리게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배치된다면 그걸 보는 사람도 편안함을 느끼고 그 주인이 안목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때 일이다. 친구 하숙집에 가보면 항상 친구 책상은 정돈보다는 뭔가 분위기 있게 꾸며져 있었다. 그것에 자극받아 집에 돌아온 후 항상 책상 정리를 다시 한 기억이 있다. 그 친구는 물건 정리하는데 안목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동산 투자주식도 하고 여러모로 투자에 대한 안목도 있었다.
나는 그다지 안목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가 구입한 물건을 보고는 상당히 특이하고 관심을 끌만한 것을 잘 구입한다는 이야기를 후배로부터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딸은 내 실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엄만 참 촌스러운 것을 비싸게 사는 재주가 있어~~" 모처럼 바람막이 잠바 하나 살려고 이거 어때 하고 보여준 걸 보고 말한 건데 딸도 그동안 느낀 게 있나 보다.
하지만 물건에 대한 안목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을 보는 안목인데 그건 상당히 부족하다는 걸 항상 느끼고 있다. 남들은 그렇다는데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가깝게 지낼 만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리석은 안목으로 남들이 다 뭐라고 하는 사람과 가깝게 지낸 결과 등에 칼을 맞은 것과 같은 큰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다. 당하고 나서 정신 차려봤자 이미 끝난 일이고 사람 보는 안목이 없으면 계속 그런 상황이 반복될 뿐이기 때문이다. 물건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과 달라서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사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찌 되었건 사람에 대한 안목 키우는 건 영원한 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