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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May 28. 2021

미용실 에피소드

나이 들수록 헤어스타일이 외모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거의 헤어스타일이 80% 아닐까 한다. 그래서 머리 손질하는 것만큼은 믿을만한 곳에서 하고 싶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군 단위 시골의 직장으로 옮기고 이사온지가 15년이 지났다. 그땐 애들도 어려 멀리 갈 수 없어 근처 미용실에서 몇 번 머리 손질을 했다. 그 결과 하나같이 가는 곳마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기도 힘들겠네라는 생각까지 했다.


'내가 다시는 이놈의 촌구석에서 미용실 가나 봐라'하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런 나의 행태를 보고 남편은 '허영'이라는 둥 머리는 아무데서나 하면 되지 꼭 도시 브랜드 있는 미용실에서 해야 하냐 뭐라고 한소리 한다. 그런 남편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인지라 아내의 디테일함을 이해할리가 있겠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즉 포기하니 편하다.


몇 번의 실패 이후 그래도 아직 한두 군데는 잘하는 곳이 있을 거라는 기대로 사무실 옆자리 언니에게 이 시골에서 잘하는 미용실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언니는 이 군지역을 빠져나가는 북쪽 도로변에 위치한 새로 지은 건물을 알려주었다. 그곳은 서울 가면서 몇 번 본 적 있는데 십여 년 전에는 그나마 새로운 스타일의 건물이라서 상당히 특이해 보였다. 통유리와 나무, 철근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건물인데 카페인 줄 알았는데 미용실이라고 한다.


퇴근 후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그 당시 유행한 단발머리를 구상하며 그곳으로 갔다. 원래 그곳은 부부 미용사가 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남편 혼자 있었다. 엄청 넓은 내부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어서 휑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기도 하는 이유는 그곳이 위치한 곳이 노인 거주자가 많은 시골구석이라 그곳을 잘 아는 단골이나 차를 몰고 방문할만한 곳이었다.


내부는 화려하게 장식이 된듯했지만 특이한 건 각종 연예인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연예인의 다양한 헤어스타일 특히 그 당시 유명한 김희선의 사진이 젤 많았다. 미용사는 말이 많았다. 과거 자기가 연예인 누구누구 전속 미용사였고 자신의 경력을 쭉 소개하는데 무슨 증빙도 없고 속으로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간은 가고 아직 머리 세팅도 안 하고 있던 차 머릿속으로는 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하는 다급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용사에게 말했다.


"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미용사는 적어도 머리가 나오려면 3시간 넘게 걸린다고 한다. 아니 도대체 무슨 대단한 머리를 한다고 3시간 넘게 걸리는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난 후 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중요한 말을 하고 말았다.


" 그렇게 오래 걸려요?, 전 빨리 가야 하는데 "


순간 침묵이 흘렀다. 제대로 된 머리가 나오려면 그 정도 시간이 돼야 하는데 김샜다며 그 남자 미용사는 혼자 분노에 받쳐 화를 내며 보조도 아무도 없는 미용실에서 "야 창문 내려라 " 하며 분주히 미용실 통유리 옆 버티컬을 일제히 닫기 시작하는 거다.


자기는 더 이상 머리를 할 수 없다고 나에게 그냥 가라는 것이다. 너무도 황당해서 쫓기다시피 그 미용실을 나왔다. 사무실에 와서 그 언니에게 그날 있었던 황당한 건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그 언니는 이렇게 말한다.


" 남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나왔다 한다더라고 "


이 말을 듣고도 참 그 언니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소개를 시켜줘도 하필 그런데를 해주고 그런 이야기 입도 벙긋 안 한 게 당해보라고 하는 건가 하는 배신감까지 들었다. 그 후 많은 시간이 흘러도 그 일은 잊히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겪은 황당한 미용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주곤 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들려온 말에 의하면  남자 미용사는 조울증이 심해져서 정신병원에 다시 입원했고 부인 혼자 미용실은 운영한다고 했다. 가끔  앞을 지나가보면 내부에 조명도 켜져 있고 앞에 주차된 차도   있어 아직까지 영업은 하고 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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