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Jun 01. 2021

그림동화책의 비밀

낡은 서랍 속에 있던 나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 보았다. 그때의 나는 그림동화책을 보고 있었고 주인공이 된 것처럼 책에 푹 빠져있었다. A4 사이즈의 두껍고 미끌미끌한 동화책이었다. 그림책의 그림이 너무 선명하고 주인공의 표정들이 상당히 디테일해서 완전히 동화 속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건 <개구리 왕자>, <엄지공주>, <보물섬>, <로빈슨 크루소>, <삼총사>, <용감한 조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등인데 이것 외에 제목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황금오리를 만져보려고 하다가 서로의 몸이 계속 붙어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파란 바지에 빨간 조끼 등 그림 등이 너무 선명해서 그 후로도 그런 색을 보면 동화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입었던 옷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개구리 왕자>에서는 공주가 황금공을 가지고 놀다가 공이 연못에 빠졌는데 개구리가 자기랑 결혼해주면 공을 꺼내 주겠다고 했고 개구리가 징그러워서 벽에 내 쳤는데 왕자로 변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고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입었던 공주 드레스가 한참 유행한 적 있었는데 공주가 된 환상에 빠지기도 했다.



< 엄지공주>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작은 아이다. 혹시 주변에 실제 사례로 이렇게 작은 아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초대받지 못한 마녀의 심술로 100년간 잠을 자는 공주 이야기로 너무 안타까웠다. 왕궁을 둘러싼 가시덤불 등의 세밀한 묘사와 마녀의 저주 등 모든 것이 안타까웠다. 나는 주인공 공주를 따라서 왕궁 제일 꼭대기에 마녀가 물레를 돌리고 있는 방까지 따라 들어가기도 했다.



<로빈슨 크루소>의 경우 낯선 무인도에 갇혀 그렇게 사는 것의 그림이 상당히 디테일하고 주인공의 표정 또한 섬세하게 그려져서 주인공의 감정과 일치되는 경험을 했다. <보물섬>도 그 동화 속 이야기가 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록 선장이 타고 있는 배에 숨어가는 소년의 이야기도 내 일인 거처럼 두려웠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사에 심드렁해지고 뭘 해도 감흥을 잘 느끼지 못한다. 반면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이라면 동화책을 보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동화책의 비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려지고 짜인 동화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는  모든  실제 세상인양 느껴지고 동화  주인공들의 세상과 나의 세상이 완전히 일치되는 느낌을 받고  후에도 동화와 연결되는 상상을 하면서 창의력이 점점 자라나는 경험을 하게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어릴적 먹었던 해산물이 위안이 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